[특별기고] 코로나19 검사원리로 가짜식품 찾아낸다
[특별기고] 코로나19 검사원리로 가짜식품 찾아낸다
  • 김우성 부산식약청 시험분석센터장ㅣ정리·이재훈 기자 (9ssal@k-health.com)
  • 승인 2022.02.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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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부산식약청 시험분석센터장
김우성 부산식약청 시험분석센터장

최근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분자생물학 전문용어는 단연코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이다.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전염병을 PCR로 단시간에 분석하기 때문이다.

PCR은 특정 질병 진단뿐 아니라 과학수사에도 활용되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발견되는 혈흔·정액·타액·머리카락·손톱 등을 분석해 범죄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내는 일도 PCR을 이용한 유전자분석기술이다.

모든 생물은 본연의 유전정보인 DNA를 갖고 있다. 유전정보인 DNA는 생물의 종(種)을 구별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고 PCR로 이 DNA를 분석한다.

PCR은 DNA 특정 염기서열을 증폭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높은 정확도로 생물 종을 판별할 수 있는 기법이다. PCR기법은 1976년 세균으로부터 분리한 DNA 중합효소(Taq polymerase)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됐다.

오늘날의 PCR은 1983년 미국의 캐리 멀리스(Kary Mullis)가 개발한 DNA 복제 방식을 말한다. 이 DNA 중합효소의 발견 이후 50년이 채 되지 않는 지금까지 엄청난 분자생물학의 발전을 거듭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PCR 방법은 가짜식품을 적발하는 현장에도 사용되고 있다. 태국 칡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국내 수입과 유통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일이 있었다. 문제는 한국 칡과 태국 칡은 기존의 이화학적 분석법으로는 종(種) 간 구별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칡에 대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두 종 사이의 염기서열 특이성을 판별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 분석법으로 PCR검사를 실시해 태국 칡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게 돼 불법 수입통관을 차단할 수 있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가짜제품에 대한 안전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사례는 재래시장에서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속여 판매하는 것을 적발한 경우다. 산조인은 음료나 차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면조인은 식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면조인은 산조인에 비해 수입단가가 약 9배나 싸기 때문에 생김새가 비슷한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에 식약처는 면조인과 산조인을 구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법을 개발했다. 태국 칡 유전자분석법과 동일한 원리로 특정 식물 종에만 존재하는 일부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해 둘을 구분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면조인을 혼합해 산조인으로 판매한 업체를 적발하고 행정처분했다.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가짜식품 판별 분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식약처는 가짜식품 수사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가짜식품 판별 검사 지침서도 발행해 앞서 언급한 태국 칡이나 면조인 사례뿐 아니라 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수백여 가지 원재료의 종(種) 간 구분에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에 이와 같은 PCR기법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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