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콧물 쏙 빼는 ‘군발두통’…봄이면 더 극성
눈물 콧물 쏙 빼는 ‘군발두통’…봄이면 더 극성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3.21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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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시기 집중적으로 나타나 삶의질↓
조기진단 어렵고 정신건강도 위협
종류 다양한 두통…정확한 진단 필요
군발두통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물, 콧물 등이 동반되며 특정시기 두통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일상을 크게 방해한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오래 걸리면서 통증으로 인한 우울·불안감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두통. 하지만 종류와 원인에 따라 통증 정도는 제각각이다. 특히 군발두통은 너무도 고통이 커서 자살두통이라고까지 불린다. 하필 계절적인 영향도 받아 일교차가 큰 봄철은 군발두통이 시작되고 증상도 심해지는 시기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군발두통환자 대부분이 꽤 오랜시간이 걸려 병을 진단받는 상황이다. ‘군발두통 인식의 날(3월 21일)’을 맞아 군발두통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극심한 두통에 눈물, 콧물까지 동반 

군발두통은 극심한 두통이 눈물, 콧물 등과 함께 1~3달에 걸쳐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두통증후군이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연구보고된 바에 따르면 흡연과 음주, 수면무호흡증, 스트레스 등이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발두통환자의 90%에서 비타민D 부족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4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군발두통은 감기처럼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에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이맘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쑤시는 두통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표현될 만큼 통증도 심하다. 환자들은 바늘로 또는 송곳으로 머리를 찌르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또 낮보다는 새벽(1~2시쯤)에 통증이 심해 수면을 방해하며 한 번 나타났다 하면 짧게는 15분에서 길면 3시간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패턴이 매일 비슷한 시간에 반복되며 4~12주 정도 지속될 수 있다. 이렇게 두통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를 군발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국제두통학회에 따르면 군발두통은 ▲한쪽 눈 또는 관자놀이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15~180분간 지속될 때 ▲두통과 함께 동측의 두개자율신경증상(결막충혈, 눈물, 콧물 등)과 안절부절하고 초조한 느낌이 동반될 때 ▲두통빈도가 이틀에 1번에서 하루 8번 정도로 잦을 때 군발두통으로 진단한다.

■진단 지연 뚜렷, 청소년 90% 이상 1년 넘게 걸려

이렇게 일상을 크게 위협하는데도 군발두통은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군발두통환자의 진단 지연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연구에서는 젊은 군발두통환자의 진단 지연이 특히 심각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교신저자, 대한두통학회장), 분당재생병원 김병수 과장(제1저자) 등 다기관 공동연구팀(한국군발두통레지스트리)이 2016년 9월~2020년 12월까지 15개 대학병원에서 군발두통환자 445명을 분석(▲1그룹 : 발병 후 1년 내 진단, 135명 ▲2그룹 : 1~6년 내 진단, 148명 ▲3그룹 : 7년 이후 진단, 162명)한 결과에 따르면 군발두통 발병 후 진단까지 걸린기간은 평균 5.7년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69%가 1년 이상, 36%가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됐으며 특히 청소년기(19세 이하)에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지연됐다. 또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3그룹의 연령별 비율은 20세 미만이 60%를 차지하는 반면 40세가 넘는 환자는 9%에 불과했다.

조수진 교수는 “청소년 군발두통환자들의 진단 지연이 심각한 것은 편두통으로 오진되기 쉽고 어린 나이에 본인의 두통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거나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오인되는 영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머리가 아픈 아이들이 적지 않고 또 그 원인이 군발두통 외에도 편두통 등일 수 있는 만큼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해서는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불안감 동반…정신건강에도 영향

게다가 군발두통은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문제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년 내 조기진단을 받은 환자군을 제외하고 3그룹에서 불안 및 우울 등 정신과적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 비율이 점차 증가했으며 자살충동과 두통영향지표(HIT-6)는 진단 지연이 길어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조수진 교수는 “군발두통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정신과적 동반질환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우울증 처리부위가 공유하는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적 위치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군발두통 진단이 지연될수록 정신과적 측면에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지연된 군발두통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정신과적 동반질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농도산소치료·주사치료로 증상 개선 

원인이 뚜렷하지 않고 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지만 군발두통 치료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군발두통은 통증이 발생했을 때 100%의 고농도산소를 15분간 흡입하면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호흡기환자와 달리 산소포화도 감소가 없어 산소치료처방전을 받을 수 없다는 것. 군발두통을 진단·치료하는 신경과전문의도 처방전 발행권한이 없어 결국 환자들은 고가의 장비를 개별적으로 구입·대여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장비 사용법이 간단하지 않고 안전사고 발생위험이 있어 주의사항을 숙지*한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군발두통환자들을 위해 산소치료장비 사용법 영상(https://youtu.be/W1-Ri1ipFFs)을 제작했다. 영상에서는 사전 준비과정부터 건식 및 습식의료용 산소통 차이에 따른 산소치료법,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산소치료와 더불어 주사치료를 통해서도 군발두통 발작빈도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군발두통 발작기간이 시작될 때 100mg씩 연속 3회 피하주사로 300mg을 투여하며 군발두통이 지속되는 군발기간 동안에는 월 1회 투여한다. 이는 군발두통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승인됐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과 손종희 교수는 “무엇보다 두통은 원인과 종류가 다양한 만큼 어떤 두통이라도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군발두통의 증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군발기에는 되도록 술을 마시지 않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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