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봄철 나른한 몸, ‘달래’로 달래보세요
[한동하의 식의보감] 봄철 나른한 몸, ‘달래’로 달래보세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3.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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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달래는 봄나물의 대명사다. 작은 마늘처럼 생긴 달래는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식탁에 오른다. 달래된장국, 달래무침 등은 봄철의 텁텁한 입맛도 돋우고 속도 편하게 한다. 봄철 나른해지는 몸을 달래로 살살 달래보자.

달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한자이름은 보통 소산(小蒜)으로 쓰인다. <동의보감> 한글표기를 보면 대산(大蒜)을 ‘마늘’이라고 했고 소산(小蒜)을 ‘족지’, 야산(野蒜)을 ‘달랑괴’라고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야산(野蒜)의 성미와 효능은 소산(小蒜)과 거의 같다’고 했다. <본초강목>을 보면 산산(山蒜)을 역(蒚, 산마늘 역)이라고 했는데 바로 소산(小蒜, 달래)이다. 족지라는 이름은 요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야산과 소산을 달래로 칭하는 것도 별 무리는 없겠다.

달래와 마늘의 한자이름은 구별돼 있다. <본초강목>을 보면 달래는 산(蒜), 소산(小蒜), 역(蒚)이라고 했고 마늘은 대산(大蒜), 호(葫), 호산(胡蒜), 훈채(葷菜)라고 구별하고 있다. 단지 산(蒜)이라고 하면 소산(小蒜), 즉 달래를 의미한다. 참고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단군신화 내용의 곰이 먹었다는 산(蒜)은 바로 마늘이 아닌 소산(小蒜)인 달래다. 쉽게 말하면 마늘은 대산(大蒜), 달래는 소산(小蒜)인 것이다.

달래는 기운이 따뜻하다. 대부분의 한의서에는 약간의 독이 있다고 했다. 달래의 독이라고 하는 성분은 아마도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달래는 무독(無毒)하다고 볼 수 있다. 알리신은 독성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달래는 위를 따뜻하게 한다. <식료본초>에는 ‘위를 따뜻하게 하고 사기(邪氣)를 제거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배가 불편한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여기서 사기는 한사(寒邪)로 냉기를 말한다. 즉 달래는 위장의 차가운 기운을 제거해서 위를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달래는 찬 것을 먹으면 배탈, 설사가 잦은 소음인에게 잘 맞는 식품임을 알 수 있다.

달래는 마늘과 같은 백합과로 알리인이란 성분이 있다. 알리인은 알리나아제라는 효소와 만나 알리신이 되는데 이 알리신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면서 몸을 따뜻하게 한다. 그런데 알리나아제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너무 과하게 익히면 알리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섭취방법은 생달래 무침이다. 생달래에는 비타민도 풍부해서 무침으로 먹으면 열에 약한 비타민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이에 달래는 봄철 나른한 몸을 깨운다.

기운이 따뜻한 달래는 소화를 돕고 봄철 나른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단 열 체질이거나 눈병, 피부질환이 있으면 먹어선 안 된다. 또 유효성분 소실을 막기 위해 너무 오래 열을 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섭취방법은 생달래를 무쳐 먹는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달래는 소화를 돕는다. <식료본초>에는 ‘소곡(消穀), 즉, 곡식을 소화시킨다’고 했다. 달래는 위장기능을 좋게 하면서 소화를 돕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의서에는 공통적으로 소곡(消穀)이라고 했지만 곡물뿐 아니라 제반 음식물의 소화에도 좋다. 달래에는 식이유황성분이 있어 양파나 대파처럼 독특한 향취가 있다. 이 식이유황성분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 따라서 봄철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면 달래가 좋다.

달래는 장염으로 인한 구토, 설사에 좋다. <식물본초>에는 ‘곽란(霍亂)으로 뱃속이 불편할 때 주효하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곽란으로 인한 구토, 설사를 치료한다. 달인 물을 마신다’고 했다. 곽란은 보통 식중독을 말한다. 달래가 식중독에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알리신과 식이유황 때문으로 너무 오래 달이면 유효성분이 모두 소실된다. 따라서 달여서 물을 마신다면 약한 불로 30분 이내로 끓여야 한다. 국에 넣는 경우에도 간을 모두 한 다음에 파처럼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겠다.

달래는 명치가 답답한 증상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수세비결>에는 ‘오래된 심통(心痛)을 참을 수 없으면 병이 난 지 10년 된 사람이나 5년 된 사람이나 관계없이 곧 효과를 본다’고 했다. 본서에서 말한 심통은 심장성 통증보다는 소화기증상으로 인한 통증으로 생각된다.

만성적인 체기가 있는 경우에도 명치가 답답한 증상과 함께 흉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달래는 주로 위장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한의서에 흉통을 치료한다는 내용은 소화기증상에 의한 명치부위의 답답한 증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역류성식도염에 의한 흉통이라면 생달래의 섭취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달래는 과거 피부 외용제로도 사용됐다. <식료본초>에는 ‘모든 충독(蟲毒, 벌레독)과 정종(丁腫, 부스럼이나 종기), 독창(毒瘡)을 제거하는 데 매우 좋다’고 했다. 과거에는 달래를 이용해서 벌레 물린 곳, 뱀에 물린 곳에 달래즙을 찧어 붙었고 종기가 난 곳에도 사용했다.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에도 달래즙을 넣어주면 바로 빼낼 수 있었다. 달래는 별다른 외용제가 없었을 옛날에 그나마 고마운 상비약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달래는 너무 오랫동안 먹지 말도록 했다. <식료본초>에는 ‘늘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많이 먹으면 심장을 손상시키고 눈까지 병들게 한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은 마늘의 주의사항과 동일하다. 달래와 마늘은 약성이 비슷하다. 달래는 마늘에 비해 부드러운 약성을 갖고 있지만 달래 자체도 매운맛으로 화(火)를 조장하는 성질이 있다.

아마도 늘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열 체질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열 체질의 경우 마늘, 대파, 부추, 달래 등을 많이 먹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따라서 화(火)에 해당하는 장기인 심장에 영향을 미친다. 또 눈병이나 피부질환에는 이러한 식품들이 금기식품으로 돼 있다. 따라서 만약 안구충혈이나 결막염, 피부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달래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냉체질이라도 눈병이나 피부질환이 있다면 달래를 먹으면 안 된다.

다음은 필자의 자작시다.

「작은 달래 큰 효능」

‘엄마손은 약손, 아픈 배를 쓱쓱 문지르면 / 달래나물은 약초, 아픈 위를 살살 달래주네 / 마늘의 신랄(辛辣)함은 입안을 맴돌지만 / 달래의 신온(辛溫)함은 먹자마자 가시네 / 곰이 달래 먹고 사람이 되었다니 / 내 먹어보니 곰처럼 건강해지는구나 / 마늘 대산(大蒜)이 크면 얼마나 클꼬 / 그 누가 달래 소산(小蒜) 작다고 얕보랴’

올봄 작은 달래로 나른한 몸을 크게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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