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항생제 먹은 뒤 가슴 두근두근? ‘부정맥’ 신호일 수 있어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항생제 먹은 뒤 가슴 두근두근? ‘부정맥’ 신호일 수 있어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4.0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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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세나(가명) 님, 오늘은 항생제 처방이 나왔네요.”

“네, 코로나 증상이 영 낫질 않아요. 기침, 가래 때문에 이비인후과 갔다 왔는데 기관지염이라고 하네요.”

“아이고, 그러셨군요. 어쨌든 격리도 끝나셨고 오늘 항생제가 나왔으니 꾸준하게 병원 진료받으시면서 약을 드셔야 할 거예요. 약은 지난번과 비슷한데 항생제가 있어서 주의하실 것 몇 가지 안내해 드릴게요. 일단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으니 꼭 식후에 드시고요. 간혹 쓴맛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약을 드시고 어지럽거나 가슴이 심하게 뛴다면 바로 약을 중단하시고 병원 또는 약국에 연락주세요.”

“앗, 약 먹은 뒤에 그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나요?”

정말 ‘약 구하기 전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대세가 되면서 ‘확진자’가 엄청 늘었습니다. 동네 병·의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으면 ‘PCR’을 받지 않아도 바로 재택치료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오미크론도 ‘감기 바이러스’ 일종이니 증상도 인후통, 기침, 가래, 콧물, 몸살 등 감기와 비슷합니다.

병원에서는 재택치료 환자에게 증상완화제를 5~7일 정도 처방해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호흡기계 약들의 수요가 엄청 늘었습니다. 제약회사에서는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약국에서는 어떻게든 약을 구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랍니다.

문제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증상들이 코로나19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기관지 등 하기도감염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매우 많아요. 이 경우 항생제가 많이 처방되는데 그중에서도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리스로마이신(에릭캡슐-보령), 클래리트로마이신(클래리시드-에보트 등), 록시트로마이신(루리드-한독 등), 아지트로마이신(지스로맥스-한국화이자 등) 등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세균이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게 만들어 세균 증식을 막아줍니다.

이들 항생제는 ‘정균제’라고 부릅니다. 정균제는 복용시간 간격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만일 복용시간이 늦어지면 그만큼 유효농도가 저하돼 세균을 억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세균은 순식간에 다시 증식해버립니다.

구체적으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강력한 항균력으로 호흡기, 귀, 코, 구강 등에서 발생하는 감염증과 외상, 화상 등의 2차감염, 요도염, 자궁경관염, 감염성 장염 등에도 사용하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균요법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호흡기감염증에는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후 2차 세균성감염에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효과가 좋더라도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심박동 이상’입니다.

심장은 근육으로 둘러싸인 주머니와 같습니다. 심장의 근육은 심방에서 심실로 수축‧이완하도록 구성돼 있는데요. 그래야 효과적으로 혈액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근육이 수축할 때는 전기신호가 필요합니다. 처음 전기신호는 우심방 상단에 있는 ‘동방결절’에서 시작합니다. 이 신호로 우심방과 좌심방은 동시에 수축하게 되죠. 이 수축으로 심실에는 혈액이 가득 차게 됩니다. 잠시 후 우심방 하부에 있는 ‘방실결절’에서 시작된 전기 신호가 심실로 전달되면 심실이 수축하며 이때 혈액은 폐와 전신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순차적인 수축은 심장에 특이적으로 발달한 신경섬유다발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심장의 신경섬유다발 역시 신경전도법칙을 따르는데요. 흔히 말하는 심전도가 바로 심장근육에 전달되는 전기신호를 시간대 파형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심장근육에 전달되는 전기신호의 시간대 파형 그래프

위 그림과 같이 심전도는 독특한 파형에 따라 P, Q, R, S, T로 구분합니다. P는 동방결절의 흥분을, QRS는 심실 흥분 시작, ST는 심실이 수축되는 상황을 각각 표시합니다. PQ는 흥분이 심방에서 심실로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 QT는 심실이 흥분해 종료되기까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장근육의 신경 전도는 나트륨과 칼륨, 칼슘이 세포 내외로 이동하면서 이뤄집니다. 이 지점에서 바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칼륨 이동통로에 작용해 정상적인 전기신호 발생을 방해합니다.

이렇게 되면 QT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이를 ‘QT연장’이라고 합니다. 보통 QT간격이 0.46초를 넘길 경우 QT연장이라고 해요. 이런 부작용으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빠르고 무질서한 심실성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고 때로는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부정맥은 왜 위험할까요? 그 위험성은 다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혈액이 충분하게 이동하지 못합니다. 박동이 빨라지는 빈맥도, 느려지는 서맥도 모두 충분히 혈액을 담아내고 쥐어짤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전신으로 이동하는 혈액 양은 적어집니다. 혈액량 저하는 조직에 산소와 영양소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치명적입니다.

둘째, 빈맥의 경우 심장 산소요구량이 너무 증가해 산소 부족으로 인한 심장질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두 가지 모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부정맥이 발생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물론 심장이 툭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거나 가슴통증, 답답함,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이 발생하며 심하면 실신할 수도 있습니다.

또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대사효소 CYP3A4의 활성을 억제합니다. 이로 인해 일부 약물들의 대사를 방해할 수 있는데요. 피모짓(정신분열증약), 아스테미졸(항히스타민제), 테르페나딘(항히스타민제) 시사프리드(위장운동조절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가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심부정맥 발생위험이 매우 높아질 있으며 실제로 치명적인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Drug Utilization Review)을 실시하고 있어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와 같이 사용했을 때 심장 부작용을 유발하는 약물들은 병용금기로 지정돼 처방과 조제 시 의사와 약사가 다시 한 번 파악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항상 약사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복용 후 발생하는 부정맥은 사실 흔한 부작용은 아닙니다. 그보다 복통, 설사, 울렁거림, 소화불량 등의 위장관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부정맥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복용한 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극심한 피로감, 어지럼증 등을 느낀다면 약을 중단한 뒤 의사, 약사와 바로 상의해야 한다는 점, 꼭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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