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에서 ‘간(肝)질환’ 최신 지견을 논하다
서울 중심에서 ‘간(肝)질환’ 최신 지견을 논하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4.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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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시아태평양간학회 국제학술대회’ 성료
5일간 362개 강의 진행…다양한 간질환 연구성과 발표
국내 전문가들, 국제학회 조인트 심포지엄서 위상 뽐내
‘2022 아시아태평양간학회 국제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총 5일간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총 116개의 세션, 362개 강의가 진행됐으며 다양한 간질환에 대해 의사뿐 아니라 기초과학분야의 최고 석학들이 모여 논의의 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포스트코로나19 시대 국제학술대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세계 내로라하는 간(肝) 전문가들의 학술 교류의 장이 서울 중심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는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22 아시아태평양간학회 국제학술대회(이하 APASL 2022 Seoul)’를 개최했다. 

아시아태평양간학회는 간질환의 학문적 발전과 교육에 증진하고자 1978년 창립된 국제 학술단체로 40여개국에서 약 5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간학회, 유럽간학회와 함께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회로 손꼽힌다.

아시아태평양간학회는 그간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마침내 14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결실을 맺었다.

올해 31번째를 맞은 APASL 2022 Seoul의 주제는 ‘Leap Together to the Future of Hepatology’. 그 어느 때보다 비약적인 의료 발전과 국제적 협력의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인 만큼 전문가들의 학술적 교류를 통해 간질환분야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APASL 2022 Seoul에서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간염, 간섬유화, 간경변증, 간암 등 다양한 간질환에 대해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뿐 아니라 기초과학분야의 최고 석학들이 모여 실질적인 학술 교류의 장을 펼쳤다. 

총 47개국(우리나라 제외)으로부터 1348편의 초록(해외 초록 913편 포함)이 접수됐으며 44개국(우리나라 제외) 952명의 해외 참가자를 포함, 총 1873명이 사전등록해 포스트코로나시대 국제학술대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5일간 다양한 학술프로그램(총 116개 세션, 362개 강의 진행)이 펼쳐진 가운데 특히 주목받았던 연구내용을 소개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조기진단·관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주요 연구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식습관, 비만 등 술 외의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지방간으로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 조기 진단‧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지난해 국제간학회(The River Week 2021)에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에서 더 나아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대사 관련 지방간질환의 위험도 및 상호 연관성 등에 대한 연구들이 다수 발표돼 주목받았다.

즉 기존에는 다른 간질환(알코올성 지방간, 바이러스간염 등)이 동반된 경우 지방간으로 진단되지 못했는데 대사 관련 지방간질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함으로써 지방증과 함께 과체중/비만, 당뇨병, 대사이상이 있는 경우 다른 간질환이 동반됐더라도 지방간으로 진단이 가능해졌다. 

바이러스성간염환자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동반된 경우 질환의 중증도가 올라간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더불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환자의 간섬유화를 예측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 검사 관련 초록과 이러한 검사법들의 조합을 통해 간세포암종 및 간경변증 악화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노력들이 발표됐다.

■만성 B형간염·C형간염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B형간염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들이 소개돼 B형간염 완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만성 B형간염은 C형간염과 더불어 간암 원인질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C형간염과 달리 완치는 어려워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물론 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순 있지만 핵 안까지 침투하는 B형간염바이러스까지 제거할 순 없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항바이러스제의 이러한 한계점이 언급되면서 B형간염 완치를 목표로 새로운 항바이러스제와 면역조절제의 병합요법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또 T세포 유전자조작기술을 통한 B형간염 치료에 대한 연구도 주목받았다.

C형간염은 현재 먹는 약만으로 완치가 가능할 만큼 치료제 개발에 있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전 세계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WHO의 목표 달성을 위해 C형간염 조기발견·치료가 중요하다는 점과 더불어 간경변증을 동반한 C형간염환자에서 간세포암종 발생 예측과 모니터링, 이를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원발성간암(간세포암종 및 간내담관암)

간암에 대한 최신 치료지견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간세포암종의 고주파 열소작술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되고 있는 초단파 소작술과 비접촉 고주파 열소작술 등 새로운 국소치료법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크기가 작은 단일 간세포암종에서는 고열로 암조직을 파괴하는 고주파 열소작술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종양부위를 관통하는 데다 천자부위에 따라 전이위험이 있다. 하지만 비접촉 고주파 열소작술은 종양을 관통하지 않고 종양 주변에서 전류를 흘려 종양을 괴사시켜 전이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 초단파 소작술은 빠른 속도로 병변의 온도를 상승시켜 병변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며 혈관주위로 열을 빼앗기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비접촉 고주파 열소작술과 초단파 소작술에 대한 임상경험 및 효과 등이 소개됐다.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는 새로운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병합요법에 대한 임상연구결과들이 소개됐다. 아직 국내에서는 비급여로 임상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지만 외국 데이터를 통해 향후 치료방향 논의와 임상경험 축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원발성간암 중 약 5~10%를 차지하고 있는 간내담관의 최신지견에 대한 점검과 간세포암종에서 간절제 후 재발에 대한 치료방법도 논의됐다.

■간이식

우리나라는 간이식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는 국내 전문가들의 임상경험이 주목받았다.

대표적으로 간공여자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 경험이 보고됐으며 특히 서양의 뇌사자 간이식과는 차별화된 분야로 아시아지역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생체간이식이 자세히 소개됐다. 또 생체간이식분야를 강화한 간이식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보다 효과적인 간이식방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응급간이식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이식 전까지 환자를 안정화할 수 있는 치료와 제한된 뇌사자수와 생체간이식 공여자의 위험을 고려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간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응급간이식 후 환자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다양한 국제학술단체와의 조인트 심포지엄도 열려 학술 교류의 장으로서 더욱 의미를 더했다. 미국간학회(AASLD), 유럽간학회(EASL), 대한간학회(KASL), 아시아태평양간염바이러스퇴치연합(CEVHAP) 및 세계보건기구(WHO)와의 조인트 심포지엄이 열렸으며 특히 미국간학회와 함께 개최한 연구방법론 워크숍은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우수한 실력을 세계무대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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