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봄철 건강 지키는 비목어(比目魚) 3총사 ‘도다리‧광어‧가자미’
[한동하의 식의보감] 봄철 건강 지키는 비목어(比目魚) 3총사 ‘도다리‧광어‧가자미’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4.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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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봄이 되면 한 번은 꼭 먹고서 한철을 넘겨야 하는 요리가 있다. 바로 도다리쑥국이다. 맛과 향이 좋고 영양분도 풍부해 봄철 건강을 챙기는 데 그만이다. 도다리라는 생선은 광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또 가자미라고도 부른다. 도다리, 광어, 가자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효능은 어떻게 다를까.

광어와 가자미는 모두 가자미목 생선이다. 광어는 가자미목 넙칫과고 가자미는 가자미목 가자밋과다. 우리가 흔히 쑥국에 넣어서 먹는 도다리라는 생선의 정확한 이름은 문치가자미다. 가자미류 생선의 종류는 무척 많은데 가자미라는 이름은 가자미목 가자밋과 생선을 총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보통 광어와 가자미의 구분은 눈의 위치와 입, 이빨 구조로 구분한다.

과거 한의서를 보면 광어(廣魚, 넙치), 도다리나 가자미를 모두 비목어(比目魚)로 불렀다. <본초강목>에는 비목어는 ‘접(鰈)’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따라서 접어(鰈魚)라고도 한다. 접(鰈) 자는 고기 어(魚) 자에 나뭇잎 엽(枼) 자로 이뤄진 것으로 마치 나뭇잎처럼 납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가자미가 사는 동해를 접해(鰈海)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접역(鰈域)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가자미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동의보감>에서 비목어는 우리말로 ‘가자미’로 칭하고 있다. 또 <자산어보>에는 접어(鰈魚)라고 하면서 속명으로 廣魚(광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후 저술된 어보인 <우해이어보>에는 도다리가 한자어로 ‘鮡達魚(도달어)’로 표기돼 있다. 이것을 보면 민간에서는 가자미, 도다리, 광어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서에서는 광어(廣魚)라는 이름이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별도의 설명은 없다.

광어나 가자미를 영어로 flounder 또는 flatfish라고 한다. flounder는 진흙 창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의미로 아마도 모랫바닥 속에 몸을 숨기면서 허우적거리는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flatfish는 납작한 물고기를 통칭하는 것으로 우리말로 넙치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한의서에 주로 기록된 비목어(比目魚)라는 이름은 눈이 머리의 한쪽으로 몰려 있는 생선이란 의미다. <본초강목>에는 ‘비(比)는 나란하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각각 1개의 눈이 있어서 서로 나란히 헤엄친다’라고 했다. <급유방>에는 ‘한쪽에 두 눈이 있으므로 움직일 때는 두 마리가 서로 붙어 다닌다[比而行]’고 했다. 이에 금술 좋은 부부를 비목어에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광어나 가자미 같은 납작한 생선들은 머리 윗면에 두 개의 눈이 함께 모여 있다. 또 이동할 때 두 마리가 붙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홍어처럼 한 마리씩 바닥에 붙어서 유영한다. 눈의 모양은 참 기형적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바닥에는 눈을 둘 필요가 없어 점차 위쪽으로 올라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도다리, 가자미, 광어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비타민B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다. 특히 도다리쑥국은 지금이 제철이다. 꼭 도다리가 아니더라도 가자미, 광어를 넣어도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목어는 성질이 평(平)하다. 평하다는 것은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는 말이다. 성질은 평이하면서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소화도 잘 된다. 광어나 가자미(도다리)를 먹고서 배탈이 잘 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간혹 양식은 항생제를 사용할 때가 있어 예외적인 경우는 있겠다.

비목어는 몸을 보한다. <식료본초>에는 ‘허를 보하고 기력을 보익한다’고 했다. 비목어가 허약함과 기운을 보한다는 내용은 대부분의 한의서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몇 안 되는 효능 중 하나다. <약용동물학>에는 ‘익기건비, 소염해독작용, 급성 위장염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비목어는 몸을 보하면서도 염증에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 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이라면 비목어를 선택하면 좋다. 광어나 가자미에 포함된 단백질은 가축류 육류에 비해 부드럽고 소화도 잘 된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의 이유식이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좋다. 기운도 나게 한다니 일거양득이다.

그런데 한의서에는 비목어를 많이 먹으면 기(氣)를 동(動)한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허(虛)를 보(補)하고 기를 보충하나 많이 먹으면 약간 기(氣)를 동(動)하게 한다’고 했다. <단곡경험방>에는 ‘동기(動氣)는 배에서 툭툭 뛰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동기(動氣)란 복부 대동맥이 심장의 박동에 따라서 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흔하게 느끼는 증상들은 아닌 것 같다.

설령 비목어를 많이 먹고 동기(動氣) 증상이 생겼다고 해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그런 증상이 생겼다면 타우린 등의 강심작용과 함께 교감신경이 흥분된 결과로 여겨진다. 가자미에는 단백질과 함께 아미노산 중 타우린의 함량(29.4∼56.9%)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비목어에 포함된 양질의 단백질과 아미노산, 비타민B 등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부작용이 아닌 부작용이다.

도다리쑥국을 끓일 때 시장에서 부르는 도다리나 가자미 어떤 것을 넣어도 좋다. 물론 광어도 좋다. 이들 생선의 영양성분은 서로 비슷하다. 도다리쑥국은 단백질 보충용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쑥 대신 미역과 함께 끓여 먹어도 좋다. 물론 찜이나 구이 그 자체로 먹어도 좋다.

광어나 가자미의 생태를 보면 ‘음기(陰氣)가 강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납작하면서 바닥에 붙어서 사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이에 도다리(가자미)는 보음(補陰) 작용이 있는 미역과도 궁합이 좋다. 도다리쑥국이 위장이 약한 사람들의 보양식이라면 도다리(가자미)미역국은 갱년기 여성이나 출산 후 산모의 보양식이 된다.

요즘은 유통이 발달해서 신선한 가자미를 쉽게 볼 수 있지만 과거 내륙에서는 말린 가자미를 요리에 많이 사용했다. 생물은 살이 부드럽지만 씹는 맛은 없다. 반면 건조나 반건조로 말린 것은 나름대로 쫄깃한 식감이 있다. 영양학적이나 효능적인 측면에선 어떤 것을 요리에 활용해도 무방하다.

도다리, 광어, 가자미. 우리가 흔히 먹고 흔히 볼 수 있는 생선이지만 비슷하게 생겨 헷갈린다. 도다리쑥국을 봄에 먹지 못했다면 가을에 말린 쑥을 넣어 먹어도 좋다. 도다리(가자미)가 없다면 광어를 넣어도 좋다. 다만 이때 도다리쑥국을 먹으면 봄을 보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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