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으로 나를 놓지 않으려 한다”
“희귀난치병으로 나를 놓지 않으려 한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4.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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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신채윤 지음/한겨레출판/264쪽/1만5000원
신채윤 지음/한겨레출판/264쪽/1만5000원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뜻한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희귀질환과 싸우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제로 투병환자들은 병이 어떻게 악화될지, 애초에 치료가 가능한 병인지, 치료제는 존재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기에 언제나 두려움을 이고 산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의 시선’이다. 저자 신채윤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 신채윤은 17살이라는 나이에 ‘타카야수동맥염’이라는 희귀난치병에 직면했다.

타카야수동맥염은 염증성혈관질환으로 대동맥과 대동맥에서 나가는 큰 분지에 잘 생기며 드물게 폐동맥에도 발생한다. 젊은층의 동양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초기증상이 ▲작열감 ▲전신적인 불쾌감 ▲체중감소 ▲식욕부진 ▲관절통 등 모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단순 감기, 몸살로 치부, 치료시기를 놓쳐 뇌기능 장애와 ‘이차성고혈압’으로 악화한다.

많은 이가 치료를 포기하지만 저자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작가는 치료를 위해 장기간 학교를 결석할 수밖에 없었다. 결석한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을 때 ‘툭’ 하고 돌아온 말은 “그럼 네 인생 망했네?”였다. 저자는 그의 정강이를 힘껏 발로 차버리며 “망하지 않았고 포기할 이유도 없는 내 인생에 대한 큰 무례”였다고 받아친다.

실제로 저자는 병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견디는 것 외에 다른 의미들을 찾고 거기에 집중한다. 물론 속상하고 우울한 순간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때마다 가족의 사랑, 친구들의 응원, 의사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받아 굳건해졌다.

투병기를 주제로 한 대부분의 책은 병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의 ‘담담함’이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10대가 이런 담담함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언어로 풀어낼 수 없는 상처를 수없이 받았기 때문이랴.

“병이라는 모래주모니를 달고 기어이 살아 기꺼이 살아내겠소!”

희귀난치병을 앓게 되며 깨달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에세이. 희귀난치병을 투병의 대상이 아닌 ‘동거’로 표현한 신재은 작가의 인생을 통해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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