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해조류, 다이어트에도 갑상선종 예방에도 효과 ‘굿’
[한동하의 식의보감] 해조류, 다이어트에도 갑상선종 예방에도 효과 ‘굿’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0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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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해조류는 식탁을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맛도 건강도 일품이다. 하지만 과거 해조류는 바다의 잡초로 여겨져 동아시아를 제외하곤 해조류를 먹는 나라는 없었다고 한다. 한때 검은 종이를 먹는다는 비아냥까지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건강식품이 된 지 오래다. 본 칼럼에서는 다양한 해조류의 이름과 그 효능들은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해조류(海藻類, sea algae)는 바다에서 나는 조류를 통틀어 이르는 명칭이다. 한의서에는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가 기록돼 있다. 김은 乾苔(건태), 海苔(해태), 海衣(해의)로 미역은 海菜(해채)나 紫菜(자채), 다시마는 海帶(해대), 昆布(곤포), 바닷말은 海藻(해조)로 찾는다면 크게 틀리지 않겠다. 이러한 이름들은 서로 교차 사용되기도 했는데 아마도 저자들은 해조류를 직접 관찰하지 못한 상태로 내륙 지방에서 한의서를 저술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동의보감>을 보면 미역은 해채(海菜, 한글명 머육), 다시마는 해대(海帶, 한글명 다시마), 마닷말은 해조(海藻, 한글명 말) 등으로 설명돼 있다. 감태(甘苔)는 기록돼 있지만 한글명은 없다. 그러면서 ‘감태는 청태(靑苔)라고도 한다. 바다에서 나는데 포(脯)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 것을 보면 감태나 청태는 요즘의 김처럼 먹었던 것 같다.

김은 우리말이지만 과거 ‘朕(짐)’으로 기록됐다. <경세유표>에는 ‘태(苔)라는 것은 해태(海苔)인데 혹 감곽(甘藿)‧감태(甘苔)라 일컫기도 한다. 태는 또 종류가 많아서 자태(紫苔, 속명은 海衣이고 방언으로는 朕이라 함), 청태(靑苔)가 있어 대동소이한 것이 5~6종이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자태(紫苔)가 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해조류는 대체로 기운이 차다. 일반적인 효능은 ‘열을 내리며 배가 불러오는 것을 가라앉히고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단단하게 뭉쳐서 혹처럼 생긴 종양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특히 목에 생긴 영류(癭瘤, 갑상선종)를 없앤다’고 했다. 문헌에 기록된 각각의 해조류 효능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해조류는 갑상선종을 예방한다. 한의서에 보면 산속에 오래 사는 사람들에게는 목에 혹이 많이 생긴다고 했는데 바로 영류(癭瘤)라는 갑상선종이다. 해조류의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본초강목>에는 ‘하남의 어떤 절에 사는 승려들이 모두 영류(癭瘤)를 앓고 있었는데, 우연히 낙양에 사는 승려가 와서 함께 기거하면서 식사 때마다 건태(乾苔, 김)를 이용해 포로 만든 태(苔)를 이들에게 먹도록 하였다. 몇 개월이 지나자 승려들의 목에 있던 혹이 다 사그라들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영류를 치료하는 한의서 처방에는 다양한 해조류가 들어간다.

해조류는 부종완화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목에 생기는 갑상선종을 예방한다. 갑상선질환을 예방하는 요오드성분도 풍부한데 과잉섭취하면 오히려 갑상선종이 생길 수 있어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해조류에는 요오드성분이 풍부한데 요오드는 갑상선질환을 예방한다. 산간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요오드 섭취가 부족해서 갑상선종이 많이 생겼던 것이다. 요오드는 주로 해조류에 다량 함유돼 있고 생선류, 유제품, 달걀, 소간, 닭고기 등에도 소량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안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요오드를 과잉 섭취해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이 저해되면서 갑상선종이 생길 수 있다. 해조류는 꼭 섭취하되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해조류는 살을 빠지게 한다. <본초정화>에는 ‘곤포(昆布, 다시마)는 기운을 내리므로 오래 복용하면 사람을 마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동의보감>에는 ‘곤포는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한다’고 했다. <식료본초>에는 ‘건태(乾苔, 김)는 많이 먹어서는 안 되니 사람을 마르게 한다’고 했다. 심지어 ‘해조(海藻, 바닷말)는 마른 사람들은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몸을 마르게 한다는 내용을 보면 해조류가 직접적인 체지방 분해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해조류는 부종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해조류는 부인들에게 좋다. <본초강목>과 <본초정화>에는 ‘해대(海帶, 다시마)는 출산을 촉진하고 부인병에 좋다’라고 했다. 한의서에서 미역을 출산 전후 섭취한다는 내용은 찾지 못했다. 항간에 알려진 모유분비를 촉진한다는 내용도 없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전통적으로 출산 후 미역국 섭취해 왔는데 아마도 다시마를 대신했을 것 같다. 다시마보다 미역을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조류는 산모의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했겠지만 한의학적으로 보면 부종을 내리고 산모나 모유 수유중인 신생아의 피부에 창(瘡, 부스럼 등)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해조류는 수액대사를 조절한다. 해조류의 짠맛은 단지 소금을 먹는 것과는 다르다. 보통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해조류는 오히려 이뇨작용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해조의 짠맛은 윤택하게 하거나 설사시킬 수 있고 찬 성질은 수(水)를 끌어들여 열을 쓸어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영류(癭瘤) 등 단단하게 뭉친 것을 사그라들게 할 수 있고, 부종(浮腫), 각기(脚氣) 등의 습열을 제거하는 것은 사기가 소변을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말린 함초(鹹草) 가루를 이용해 조미료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해조류는 짠맛이 있지만 수액대사 조절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과거 소금은 무척 귀했을 것이다. 요즘 짠맛이라고 하면 마치 곧바로 심혈관질환이 생길 것처럼 걱정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던 시기였을 것이다. 과거 짠맛은 그 자체로 약이였다.

하지만 해조류도 너무 많이 먹지 말도록 했다. 특히 김은 너무 많이 먹으면 얼굴빛이 노래진다. <향약집성방>에는 ‘건태(乾苔, 김)는 많이 먹으면 사람이 누렇게 되면서 여위어 혈색이 안 좋게 되므로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식료본초>에는 ‘건태는 많이 먹으면 황달이 들게 한다’고 했다.

많이 먹으면 얼굴빛이 누렇게 된다는 표현은 다름 아닌 김은 붉은 색소인 피코에리트린(phycoerythrin)을 함유한 홍조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김은 여러 겹이 겹쳐 있어서 검게 보일 뿐이다. 마치 보라색 안토시아닌색소가 뭉친 검은콩의 색이 검게 보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일종의 카로틴혈증으로 건강상의 큰 문제는 없다.

해조류와 식초는 최고의 궁합이다. <식물본초>에는 ‘해채(海菜, 미역)는 지나치게 먹어서는 안 되니 배가 아프고 방귀가 나오며 흰 거품을 토하게 하는데 식초를 조금 먹이면 즉시 가라 앉는다’고 했다. <의휘>에는 ‘여러가지 해조류 독에는 식초를 따뜻하게 하여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보통 해조류와 함께 식초로 초무침 요리를 해 먹기도 하는데 최고의 식품궁합을 실천하는 셈이다.

자료를 찾다 보니 중국 한의서의 해조류 조문 중에 고려(高麗)와 신라(新羅)에서 나온다는 것들도 있었다. 국내 식용역사 또한 무척 오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또 김은 측리지(側理紙)라는 종이를 만드는 데 섞어 사용했고 다시마로는 질겨서 물건을 묶는 끈으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다. 옛 조상들은 해조류로 건강도 챙기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도 만들었던 것이다. 해조류의 쓰임새는 바다의 크기만큼이나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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