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문제로 난항…여성 재발성방광염, 치료 길 열렸다
항생제 내성문제로 난항…여성 재발성방광염, 치료 길 열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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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 세 종류 미생물 생태계 구성 세계 최초 밝혀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되지 않던 환자에 도움…가이드라인 합의 도출도 기대
(왼쪽부터) 순천향대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김웅빈 교수, 소화기내과 유정주 교수

방광염은 보통 여성들이 잘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방광점막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라 항생제를 처방해도 여성환자 25~30%에서 방광염이 재발한다고 알려졌다. 현재 요로 병원체의 약 80%가 최소 두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MDR)이기 때문이다.

또 항생제 가이드라인에도 국가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문제나 재발률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병리 생태학적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국제적 협의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연구진이 항생제 내성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재발성방광염 치료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은 여성 재발성방광염은 단순히 한 종류가 아닌 세 종류의 미생물 생태계가 방광 내에 구성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지금까지 방광염은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는 기존 학설로 인해 주로 장 등 외부로부터 균이 침범해 생긴다고 여겨져 왔다. 이는 방광염의 주원인 축을 ‘장-방광 축으로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이 관점으로는 항생제 내성문제나 재발률 문제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단은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장-방광-질 축의 관점으로 접근, 방광 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가 전혀 다르게 구성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연구단에 따르면 이번에 새롭게 밝혀낸 방광 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는 크게 3종류다. ▲첫째, 장에서 넘어온 ‘대장균(Escherichia)’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 ▲둘째, 질에서 질염을 주로 유발하는 ‘가드넬라 질 균(Gardnerella vaginalis)’이 우세 균주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에서 ‘대장균’과 상호 작용(Quorum Sensing) ▲셋째, ‘유산균(Lactobacillus)’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영호 연구단장(순천향대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질염 균이 방광에 들어가서 직접 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진 방광염 균과 상호 작용해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며 “이는 기존 장-방광 축의 세균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광범위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과 퀴놀론 계열’에 내성이 생겨 잘 치료되지 않던 환자가 줄어들고 항생제 가이드라인의 국제적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순천향대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김영호·김웅빈 교수, 소화기내과 유정주·유창범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 교수, 대장항문외과 신응진 교수 등 다학제 연구진으로 구성된 ‘순천향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단(Soonchunhyang Microbiome Multi-Disciplinary Study Group, SMS)’이 수행했다.

관련 연구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Gardnerella vaginalis in Recurrent Urinary Tract Infection Is Associated with Dysbiosis of the Bladder Microbiome(IF 4.2)’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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