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열악한 처우…중소병원은 ‘그림의 떡’
인력난·열악한 처우…중소병원은 ‘그림의 떡’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5.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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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 한 복지시범사업] ③간호사교대제 시범사업

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의 세금만 축내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제도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 주제는 ‘간호사교대제 시범사업’입니다. <편집자 주>

정부가 ‘간호사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범사업 기준이 까다롭고 중소병원의 간호사 급여가 열악해 사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클립아트쿠리아)
정부가 ‘간호사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범사업 기준이 까다롭고 중소병원의 간호사 급여가 열악해 사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호인력난으로 병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간호사면허소지자 39만5000여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19만3900여명(49.1%)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 또 간호사이직률은 2019년 기준 15.2%로 전체 산업군의 4.9%를 차지한다.

이에 정부는 간호사이직률 개선을 위해 2022년 제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시범사업 계획을 추진, ‘간호사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의료부문에서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예산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선정된 의료기관에 직접적으로 금전적 지원(정부 70%, 의료기관 30% 부담)을 한다. 대체간호사는 1인당 연간 4200만원을, 지원간호사는 신규간호사 인건비 수준인 1인당 연간 3400만원을 지원한다. 단 야간전담간호사는 건강보험요양급여수가로 충분히 지원하고 있어 추가인력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시범사업의 목적은 규칙적인 간호사교대근무제를 정착시키고 신규간호사교육을 지원해 간호사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1차 평가를 통해 즉시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반기별 인력운영현황 등 등을 평가해 차등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범사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지적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정부의 간호사인건비 지원이다. 하지만 이 사업의 참여조건을 채울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범사업 참여의료기관은 병동별 간호사의 10% 이상을 야간전담간호사로 배치해야 하며 2개 병동당 대체간호사 1명을 고용해야 한다. 또 지원간호사는 병동당 1인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3년 이상 경력간호사 중 교육전담간호사를 교육부서에 배치해 간호관리료 차등제 등급 외 인력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교대근무형태는 최소 3개월 이상 단위로 운영하고 최소 2병동 이상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단 최대참여가능병동 수는 재정쏠림 예방 및 종별 규모를 고려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10개 병동, 병원급은 4개 병동이 지원된다. 현재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된 곳은 상급종합병원 28개, 종합병원 22개, 병원 7개, 한방병원 1개 등 58개 의료기관이다.

이 시범사업은 간호사의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지나친 업무부담을 덜어주고자 시행됐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이다 보니 시범사업 초창기인 공모단계부터 차질을 빚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2월 23일~3월 14일까지 시범사업공모를 진행했지만 참여미달로 공모기간을 연장했다. 전문가들은 상급종합병원조차 간호인력수급이 어려워 시범사업에 참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소병원은 더더욱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범사업 참여기준 역시 까다롭다. 참여병원은 일반병동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 3등급 이상이면서 최소 2개 일반병동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간호관리료 3등급 이상 의료기관은 전국 3200여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45곳, 종합병원 138곳, 중소병원 108곳 등 총 291개 의료기관에 불과하다. 즉 시범사업에 참여할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중소병원의 인건비비중은 50%를 넘어섰고 의료수익률은 감소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연간 순이익률은 1.3%, 16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경우 마이너스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인건비의 70%를 부담해도 중소병원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민간중소병원의 간호사 급여수준이 열악하다 보니 인력모집 자체가 어렵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20년 의료기관 102곳에 대해 간호사이직률을 조사한 결과 1위부터 4위까지가 민간중소병원이었으며 이유는 바로 ‘급여’였다. 또 시범사업이 끝난 시점에서 간호사를 어떻게 처우할지도 문제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 부회장은 “미국은 입원환자가 막대한 보험료를 지불해 이를 인력운용에 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며 “민간병원에서 간호사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증원에 따른 병원재정부담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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