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비타민C 과량 복용, 조심해야 하는 이유 다 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비타민C 과량 복용, 조심해야 하는 이유 다 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6.0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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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요즘 여러 SNS 채널을 통해 비타민C가 좋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믿을 만한 인플루언서들이 비타민C를 많이 복용하면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하니 사실 많은 분이 이를 철석같이 믿고 복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타민C를 권장량보다 매우 많이 복용하는 것을 ‘메가비타민요법’이라고 부릅니다. 라이너스 폴링이 주창한 이 요법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비타민C 제품들은 보통 500mg~1g 아스크로브산을 함유하고 있는 고함량제제인데요. 구입하는 많은 분이 하루에 2~6알, 많게는 12알까지 복용하기도 하니 그야말로 메가 용량을 복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일단 비타민C의 항산화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비타민C의 활성산소 제거효과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항암효과까지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비타민C는 티로신, 트립토판 등과 같은 아미노산 대사와 합성, 탄수화물 대사에도 필요하고 카르니틴 합성을 도와 지방분해, 콜레스테롤 배설에도 관여합니다. 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대사에 모두 필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또 엽산 합성·대사·활성화에도 반드시 필요하며 철분 흡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빈혈이 있다면 필수적으로 비타민C를 복용해야 합니다. 콜라겐 생합성, 멜라닌 색소 생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상처 치유, 피부 미백 등에도 효과를 보입니다. 신경 전달물질 합성에도 관여해 뇌 기능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면역세포 분화, 백혈구 기능 활성 등으로 감염을 막거나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타민C를 많이 복용하면 실제로 이런 효과를 다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헤르페스로 인한 통증이나 운동 후 근육 손상을 줄여준다거나 납 배출을 촉진한다는 등의 논문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동물실험이거나 정맥주사를 통해 직접 혈관으로 비타민C를 공급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흡수와 배설입니다. 비타민C가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면 생각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

비타민C는 소장의 특수 채널으로 흡수되는데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면 흡수율은 떨어지고 신장에서 배설되는 양이 증가하면서 체내 비타민C 농도는 일정하게 조절됩니다. 비타민C를 하루에 30~180mg 섭취하면 7~90% 체내로 흡수되지만 1000mg 이상 섭취하면 50% 미만으로 감소된다고 해요. 즉 하루에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전부 흡수된다고 보긴 어려운 것입니다.

성인 기준으로 비타민C 최대 저장량은 1500~2000mg 정도입니다. 하루 100mg을 복용한다면 보통 성인의 경우 백혈구 포화 농도에 도달한다고 해요. 백혈구의 비타민C는 매우 중요한데요. 감염이나 염증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균작용과 호중구 활성화로 인해 활성산소종이 매우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백혈구의 비타민C는 체내 저장 지표로 사용되며 이런 이유로 비타민C의 섭취 권장량은 ‘100mg/일’이 됩니다. 물론 이보다 높은 용량을 복용한다면 아주 조금씩 혈장 농도가 올라가는데요. 1일 1000~2500mg을 복용하면 더 이상 체내에 머물지 못하고 신장으로 배설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대사돼 배설되는 비타민C가 옥살산(수산)으로 바뀌는데 이 옥살산이 결석의 구성성분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로결석은 재발률이 높아 한 번 생겼던 사람은 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비타민C를 과량 복용하고 혈중 칼슘 농도가 낮으면 결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데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혈중 칼슘농도가 낮으면 뼈에서 다량의 칼슘이 혈중으로 녹아 나오기 때문에 결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를 칼슘 패러독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뿐 아니라 고농도의 비타민C는 다 흡수되지 못하고 장에 머물게 되는데 이로 인해 삼투압이 증가해 대변에 수분량을 증가시킵니다. 이 때문에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간혹 변비가 있는 분들이 비타민C를 복용한 후 배변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비타민C로 변비가 치료된 것이 아니라 흡수되지 못한 비타민C에 의해 수분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이처럼 비타민C는 다양한 이유로 과량 복용을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안전한 최대 용량은 1일 2000mg 정도로 생각해주시고 한 번에 복용하기보다는 여러 차례 나눠서 식후 복용하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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