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농성한선염 주간] 감출 수밖에 없는 질환, 환자는 운다
[화농성한선염 주간] 감출 수밖에 없는 질환, 환자는 운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6.10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농성한선염은 단순 피부질환이 아니다. 실제로 방치할 경우 염증이 전신 곳곳에 퍼지면서 피부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이상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화농성한선염은 단순 피부질환이 아니다. 방치할 경우 염증이 전신 곳곳에 퍼지면서 피부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화농성한선염은 겪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릅니다. 반복되는 종기의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희귀질환 중 하나인 화농성한선염은 이출분비선(apocrine gland)이 분포하는 부위의 피부와 주위 결합조직에 발생, 만성적으로 화농 및 반흔성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화농성한선염은 1833년 액와부, 유방, 항문 주위에 발생한 염증성질환의 환자가 처음 보고된 만큼 역사가 오래된 질환이다.

이에 매년 6월 첫째 주는 전 세계적으로 화농성한선염(Hidradenitis Supprativa, HS)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화농성한선염 주간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6월 6일부터 12일까지가 화농성한선염 주간에 해당된다. 이 기간에는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화농성한선염과 관련한 환자단체, 의료기관, 자선단체 등이 질환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이어간다.

■반복되는 고름으로 사회적 어려움 초래

아토피, 건선, 여드름 등의 피부질환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질환이다. 하지만 희귀질환인 화농성한선염은 환자수가 적은 만큼 많은 이에게 생소하다. 실제로 서구에서 화농성한선염환자는 전체 인구의 1~4% 정도로 발병률이 매우 낮다. 우리나라 역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7000~80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병원인 역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연구를 통해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 ▲호르몬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징적인 증상은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염증이다. 처음에는 붉은 염증성결절 또는 종기가 발생한다. 염증이 심하면 종기가 터지면서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이밖에도 주된 발생 부위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항문과 생식기 주변 등이며 여성은 가슴아래에 증상이 발현된다.

문제는 화농성한선염 초기증상이 여드름과 매우 유사한 완두콩 크기의 염증으로 나타나는 까닭에 많은 이가 방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나 등과 같이 여드름 발생부위가 아닌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염증이 심하고 같은 부위에 계속 재발, 주변으로 병변이 퍼져 나간다면 화농성한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화농성한선염은 염증성질환으로 통증이 심해 엉덩이나 사타구니 등에 병변이 발생하면 앉아 있기가 힘들고 병변에서 배출되는 고름으로 심한 악취가 발생한다. 또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화농성한선염이 발생하는 만큼 학교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 사회적으로 관심이 필요하다.

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는 “화농성한선염은 피부질환이기 때문에 생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중증으로 발전하면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만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제제, 산정특례로 환자 부담 ↓

화농성한선염은 호전과 재발이 반복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빈혈이나 만성통증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방광이나 요도 등에 누공이 발생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화농성한선염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존재치 않는다. 따라서 통증이 심한 염증성 병변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치료목표로 한다.

치료방법은 환자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일반적으로 ▲항생제 ▲비타민A제제 ▲스테로이드제 ▲여성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절개배농, 절제술 등의 수술을 시행한다. 증상이 심한 중증환자는 기존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염증 발생 매개물질을 표적화해 차단하는 TNF-α 억제제 등의 생물학적제제를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생물학적제제는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는 중증 화농성한선염환자의 50~70%가량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올해 1월부터 중증화농선한선염환자에게는 산정특례가 적용, 환자들이 고가의 생물학적제제 약가의 10%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을 덜고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희정 교수는 “화농성한선염은 환자도 적고 질환 인지도가 낮아 조기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화농성한선염 주간을 계기로 많은 이에게 이 질환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조기치료 시 경과가 좋기 때문에 적극 치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