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청으로만 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매실’…찌거나 소금에 절여보세요
[한동하의 식의보감] 청으로만 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매실’…찌거나 소금에 절여보세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6.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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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언제부터인가 매실청을 만들어 먹는 것이 매실을 먹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 하지만 매실은 매실청 외에도 오매, 백매 등 만드는 방법도 많고 이렇게 먹는 게 건강에도 더 효과적이다. 더군다나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 매실 과일로도 먹어보자.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과거부터 매실은 노랗게 익혀 황매실, 청매실로 만든 검은색의 오매(烏梅), 청매실을 소금에 절인 백매(白梅) 등으로 만들어서 먹었다. 단 매실은 청매실로 먹으면 안 된다. 다 익기 전의 청매실은 아미그달린 함량이 높아 독성을 띠기 때문이다.

청매실을 많이 먹으면 어떤 증상이 생길까. <명의경험록>에는 ‘매실을 먹고 담음(痰飮)이 생겨 흉격이 아프며 구토하는 경우’라는 제목에 다음과 같은 독성증상을 기록하고 있다.

‘어떤 부인이 청매실을 많이 먹고 담음이 생겼다. 낮에는 흉격이 매우 아파 찌르는 듯했고 저녁에는 무릎이 매우 아팠다. 병이 날로 극심해져 입이 마르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더해졌다. 가래를 반 되 정도 토했고 밤이 되자 통증이 또 심해지고 사지가 차가워졌다’라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치료는 잘 되었다고 했지만 섭취량에 따라 사망에도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의서에 매실은 ‘무독(無毒)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청매실은 맛이 너무 시기 때문에 설령 먹는다 치더라도 많은 양을 먹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독성분은 쓴맛을 내는데 청매실이나 몇몇 씨앗에 포함된 아미그달린은 맛으로 알 수 없다.

과거에는 매실이 노랗게 익었을 때 땄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평이하고 맛은 시며 독이 없다. 5월에 노란 매실을 딴다. 불에 그을려 말려서 오매(烏梅)를 만들고, 소금에 처리해서 백매(白梅)를 만든다. 쓸 때는 씨를 제거하고 약간 볶아야 한다’고 했다. 오매는 보통 청매로도 만들지만 5월에 노란 매실을 딴다고 한 것을 보면 익은 황매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실의 아미그달린 함량은 씨앗에 가장 많고 열에 약한 특성이 있다. 어떤 이유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씨는 제거하고 볶는 과정에서 열처리를 했다.

한의서의 매실의 효능에 대한 기록은 오매와 백매로 대별된다. 우선 오매의 효능을 보면 <동의보감>에 ‘가래를 삭이고 토하는 것과 갈증과 이질, 설사를 멎게 하며, 골증노열(骨蒸勞熱)을 없애고 술독을 푼다. 감기와 식중독의 갈증에 주로 쓴다. 검은 사마귀를 없애고 입이 마르면서 침을 자주 뱉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MBC 드라마 <허준>에 보면 역병을 매실즙을 먹여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매실은 항균작용이 있으며 특히 식중독에 의한 장염,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크다. 또 유기산은 항피로효과가 있어 신체적인 저항력을 높여 줄 수 있다. 다만 이때 생매실보다는 오매가 더 효과적이다.

‘골증노열(骨蒸勞熱)’은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과정에서 몸속에서부터 열이 후끈하고 달아오르는 허열(虛熱) 증상을 표현한 것이다. ‘사마귀를 없앤다’는 효능은 외용제로 활용한 것으로 오매육을 잘게 잘라서 물에 적신 후 사마귀에 직접 마찰을 해야 한다. ‘입안이 마르면서 침을 뱉는 것을 줄여준다’는 효능은 침 분비를 늘리고 구강건조증을 치료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침을 뱉으려고 하지 않는 효과로 볼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오매를 만드는 방법으로 ‘청매실을 바구니에 담아서 구들에 놓고 검게 그을린다. 볏집 태운 재에 물을 뿌려 걸러낸 즙을 넣고 삶으면 통통하고 윤택해지면서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마르면 색이 검어지기 때문에 오매(烏梅)라고 한다. 까마귀[烏]처럼 검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바로 열을 가하는 것이다. 청매실의 아미그달린의 독성은 열에 의해 쉽게 분해돼 휘발된다.

만일 가정에서 오매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선 청매실을 잘 씻어 찜통에 넣고 중탕으로 약한 불로 30분 정도 쪄낸다. 그럼 색이 금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금매(金梅)라고 한다. 이것을 물에 넣고 끓여서 마셔도 된다. 하지만 이것을 다시 햇볕이나 식품건조기에 넣고 바짝 말리면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면서 오매가 된다. 굳이 연기 등으로 훈연(熏煙)을 할 필요는 없다.

매실은 청으로 담그는 것 외에도 열을 가해 찌거나 소금에 절여 먹는 등 방법을 달리 하면 훨씬 더 다양한 건강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은 백매(白梅)다. <동의보감>에는 ‘백매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시며 독이 없다. 주로 쇠붙이에 다친 상처를 지혈시킨다. 검은 사마귀에 바르면 썩은 살을 없앤다. 그리고 가래와 침이 많이 생기는 것을 없앤다. 물에 담가 두어 식초를 만든 후, 고깃국이나 채소 절임에 섞으면 맛이 좋아진다’라고 했다. 백매는 조리료로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백매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본초강목>에 ‘큰 청매실을 소금물에 담그는데, 이것을 낮에는 햇볕에 말리고 밤에 다시 담그기를 열흘 동안 하면 완성된다’라고 했다. 백매 또한 설사와 번갈, 곽란으로 인한 구토와 설사 등의 효능은 오매와 같다고 했다.

<단곡경험방>에는 백매의 흥미로운 치험례가 실려 있다. ‘하품하다가 입을 벌리지도 못하고 갑자기 이를 악물면서 물도 넘기지 못하게 된 것을 다스릴 때에는 빨리 백매 2개의 살로 윗니와 아랫니를 문질러 주면 곧 입을 벌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는 매실의 신맛이 근육의 긴장도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쥐가 났을 때 신맛이 강한 모과가 특효인 이유와 같다.

백매는 구취 제거제로도 활용되었다. <동의보감>에는 ‘백매는 입냄새를 치료한다. 늘 입에 머금고 있으면 입안에서 향기가 난다’고 했다. 아마도 백매에 포함된 유기산들이 입안의 세균들을 제거하는 효과를 내고 침의 분비량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평소 구강건조증이 있으면서 입냄새가 심할 때 도움이 되겠다. 입에 머금고 있었던 백매는 씹어 삼켜도 좋다.

<본초정화>에는 ‘오매와 백매가 치료할 수 있는 모든 병은 신맛으로 수렴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수렴한다는 것은 몸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운을 거둬드린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침, 가래, 설사 등에도 도움이 되고 피부의 사마귀나 상처회복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매실은 몸의 기운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청매실은 많이 먹지 말도록 했다. 사실 청매는 맛이 시기 때문에 먹기도 힘들다. <본초강목>에는 ‘청매를 많이 먹으면 치아와 근을 손상시키거나 비위(脾胃)를 부식시키거나 흉격에서 열이 발생하게 한다’고 했다. 이는 청매실의 강력한 유기산이 치아의 법랑질을 손상시키고 소화기 점막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본초강목>에는 ‘매실을 많이 먹고 치아가 상한 경우는 호도육을 씹어 먹어서 풀어준다’라고 했다.

오매나 백매는 가정상비약으로도 최고다. 갑자기 배탈, 설사가 나서 필요 시 오매나 백매 몇개를 그냥 물에 끓여서 마셔도 되고 여기에 꿀을 약간 넣어서 마셔도 좋다. 한여름 갈증이 심할 때는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면 매실청 흉내도 낼 수 있다. 오매나 백매는 보존성도 좋고 보관, 휴대도 간편해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다. 휴가철 여행을 갈 때도 챙겨보자.

올해는 한 번 오매와 백매를 만들어 건강을 챙겨보자. 노랗게 익은 황매주스로는 여름철 갈증을 날려보자. 매실은 매실청으로만 만들어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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