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미래를 논하다] “뇌신경자극 치료, 인지장애 치료 패러다임 바꿀 것”
[치매, 미래를 논하다] “뇌신경자극 치료, 인지장애 치료 패러다임 바꿀 것”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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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영순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는 아직 완치 불가능한 난치병이지만 치매 극복을 향한 각계의 노력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기술과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기존의 약물치료 한계를 보완할 다양한 보존치료법이 고무적인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치매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치매 치료에 찾아온 다양한 변화를 짚어보는 ‘치매, 미래를 논하다’ 기획기사를 마련, 초고령사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전문가는 양영순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교수입니다. <편집자 주>

뇌신경자극 치료는 문제가 생긴 특정 부위에 직접 전기자극을 가하는 치료다. 현재 우울증과 경도인지장애, 경도치매 등 다양한 질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의료현장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을 향한 학계의 연구 노력이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디지털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도입되면서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뇌신경자극 치료가 새로운 전자약(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뇌신경자극 치료는 우울증과 경도인지장애, 경도치매 등 다양한 질환에서 고무적인 연구성과를 내면서 의료현장으로 한 걸음씩 전진 중이다. 관련 분야 연구에 힘쓰고 있는 양영순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더욱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뇌신경자극 치료의 원리가 궁금하다.

우리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서로 복잡한 화학적·전기적 신호전달 체계를 갖추고 이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이러한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감정조절이 어려운 우울증이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치매 등이 생길 수 있다. 뇌신경자극 치료는 뇌의 문제가 생긴 부위에 전기자극을 직접 가해 뇌의 전기적 신호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것이다.

- 뇌신경자극 치료가 기존 치료와 다른 점은.

기존의 약물치료는 화학적 물질 전달 체계에 작용해 질병을 치료한다. 무엇보다 혈관을 통해 약물이 전달되다 보니 특정 부위보다는 전신적인 반응을 유도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뇌신경자극 치료는 문제가 생겨 치료가 필요한 부위만 특정해 전기자극을 직접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고 미세한 전기조절을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도 가능하다.

- 이러한 특장점이 의료현장에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나.

현재 치매 같은 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바이오젠에서 베타아밀로이드(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질병인 알츠하이머병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단백질)를 줄여 치매를 치료한다는 약물(아두헬름)을 개발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의료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뇌신경자극 치료는 이러한 화학적 치료와는 다른 기전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단독치료도 가능하지만 기존 약물치료와 병행할 수 있어 치료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부작용이 현저히 적고 디지털플랫폼 아래 관리될 수 있어 병원에서뿐 아니라 재택치료까지 가능하다. 

양영순 교수는 “뇌신경자극 치료는 특정 부위만 전기자극을 가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기존 약물치료와 병행도 가능, 치매 치료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영순 교수는 “뇌신경자극 치료는 특정 부위만 전기자극을 가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기존 약물치료와 병행도 가능, 치매 치료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현재 뇌신경자극 치료는 어떤 질환에서 효과가 입증됐나.

대표적으로 와이브레인이라는 기업에서 개발한 ‘마인드스팀’이 경증 및 중등증의 주요우울장애 개선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2020년 국내 다기관 임상결과 6주간 매일 30분씩 마인드스팀을 단독으로 적용할 시 우울증상의 관해율이 62.8%로 기존 항우울제의 관해율(약 50%)보다 12.8% 더 높은 증상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인드스팀은 지난해 4월 처방용 우울증 전자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올해 4월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신의료기술 유예대상으로 선정되면서 환자들에게 비급여로 처방이 가능해졌다. 의료진이 병원용 스테이션에 전류의 강도, 자극시간 및 빈도 등의 처방정보를 입력하면 환자는 처방내역이 저장된 휴대용 모듈과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헤어밴드를 이용해 재택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 뇌신경자극 치료와 관련해 그간 참여한 연구들은.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와 관련해 수차례의 탐색임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으며 경도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확증임상은 지난 4월 피험자등록이 완료돼 내년 초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올해 보건복지부 전자약 임상과제에 선정돼 확증임상시험을 위한 피험자 모집에 곧 돌입할 계획이다.

- 다수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뇌신경자극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 유용성과 안전성은 어떻게 전망하나.

이미 수차례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환자들이 재택에서 6개월간 자가적용하는 프로토콜을 완성, 실제 확증임상에 적용 중이다. 무엇보다 디지털플랫폼에 의한 고령환자들도 안전하게 집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약물치료와 뇌신경자극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은 약물에만 의존했던 기존 인지장애 치료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편으론 한계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뇌신경자극 치료가 넘어야 할 과제는.

뇌신경자극 치료는 완전히 새로운 의료기술로 분류된다. 이에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더라도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제도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의료기술의 실제 적용을 앞당기는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의료현장에 보다 빨리 진입해 환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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