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천연색소’…화장품법 사각지대
못 믿을 ‘천연색소’…화장품법 사각지대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2.06.30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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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능과 무관’ 해명땐
책임판매사 보상책임 면제
미국선 ‘절대책임제’
제조사들 엄격한 안전검사
색소는 특성상 피부위험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식약처는 엄격한 사용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기능이라 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아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색소는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식약처는 엄격한 사용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브랜드사가 해당원료를 핵심기능이라고 하지 않으면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색소는 화장품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색소를 사용할 경우 피부착색, 알레르기 등 부작용발생가능성이 높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엄격한 사용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천연색소(천연물에서 추출한 색소)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에 출시된 천연추출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보면 성분표기에 색소가 없는데도 특정색을 띠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제조·브랜드사가 해당원료를 색이 아닌 건강을 위해 넣었다고 주장할 경우 색소로 보지 않아 소비자들이 부작용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성 높은 ‘색소’, 주 기능 아니면 법적제재 X

화장품법 제8조2항에 따르면 색소·자외선차단제·보존제 등은 그 자체가 피부에 위험을 줄 수 있어 반드시 국가의 허가를 받고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화장품법시행규칙 별표7 제2호에 따라 최소 3개월부터 누적 시 최대 12개월까지 해당품목 제조 또는 판매업무정지규정을 둬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규정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색소·보존제·자외선차단제 관련규정은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핵심기능이라고 주장할 때만 적용된다는 것. 즉 엄연히 제 기능을 하는데도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이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법적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해당목적으로 원료를 사용했어도 아닌 것으로 악용할 수 있다.

■부작용 입증해도 실질보상 어려워

그렇다면 악용된 원료 때문에 색소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소비자는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일단 제조물책임법 제3조2에 따라 피해소비자는 해당화장품 사용을 통해 색소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제조물의 결함 여부를 입증할 수는 있다. 단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제조물책임법 제4조3항에 따라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제조물에 결함이 있어도 공급 당시 법령을 준수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면책사유가 되기 때문.

임두현 엘스안전성효능연구원장(화학박사)은 “원료로 색을 내는 메커니즘 자체는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비슷해 피부자극부터 피부감작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악용된 원료로 인해 색소부작용이 발생해도 정작 피해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美, 안전성 미리 검증…결함 시 책임 엄격

우리나라는 소비자입증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2017년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했지만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한 상황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손해가 제조업자로부터 초래됐다는 사실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 3가지를 증명해야 제조물 결함으로 추정한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소비자가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했지만 적합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제조물결함에 의한 피해로 판단한다. 또 제조물 절대책임제를 취하고 있어 제조업자는 제조 당시 제품결함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더라도 추후 결함이 드러나면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부작용가능성을 감안해 화장품제조·브랜드사가 미리 안전성을 검증한다. 즉 소비자가 제품의 색소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의심할 경우 테스트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입증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엄격하게 처벌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입증해도 면책규정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임두현 원장은 “색소는 특성상 피부위험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규망(網)을 보다 촘촘히 만들어 소비자를 강력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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