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복숭아’로 안색은 뽀얗게, 혈관‧장은 깨끗하게
[한동하의 식의보감] ‘복숭아’로 안색은 뽀얗게, 혈관‧장은 깨끗하게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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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복숭아의 계절이다. 잘 익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 복숭아즙이 입안 가득히 쏟아진다. 육질이 단단한 복숭아도 아삭아삭 식감이 일품이다. 복숭아는 그 어떤 과일 맛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복숭아 과육과 씨에는 어떤 효능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복숭아는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 소교목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다뤘던 살구도 장미과다. 한의서를 보면 복숭아와 살구를 서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본경속소>에는 ‘살구는 심에 속하는 과일로서 씨앗은 폐로 들어가 기(氣)를 펼치고, 복숭아는 폐에 속하는 과일로서 씨앗은 간으로 혈(血)을 펼친다’고 했다. 복숭아와 살구는 마치 부부의 관계와 같다.

복숭아는 한자로 ‘도(桃)’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복숭아의 성질은 일찍 꽃이 피고 쉽게 심을 수 있으면서 열매가 번성하므로 목(木)자와 조(兆)자를 따랐다. 십억(十億)을 조(兆)라고 하는데 많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복숭아나무에 복숭아가 그만큼 풍성하게 열리기 때문에 도(桃)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도원결의(桃園結義)나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왜 하필 복숭아일까? 모두 복숭아꽃이 만발한 상황이다. 복숭아꽃은 노기(怒氣)를 잠재우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며 간(肝)의 막힌 혈(血)을 통하게 한다. 과거 복숭아는 모든 것이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상황을 의미했다.

복숭아는 종류와 이름이 무척 많다. 그중에 편도(匾桃)라는 이름이 있는데 바로 아몬드[한자이름; 편도(扁桃)]를 말한다. 아몬드 또한 장미과 복숭아의 일종으로 이름에 도(桃)자가 사용됐다. 복숭아씨에 포함돼 있다는 아미그달린은 원래 아몬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림프소절을 편도(扁桃) 또는 편도선(扁桃腺)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양이 아몬드(편도 복숭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발목에는 복숭아뼈라는 이름도 있다. 복숭아는 그만큼 친숙한 과실이었던 같다.

복숭아 과육은 기운이 뜨겁다. <급유방>에는 ‘도실(桃實, 복숭아)은 약성이 뜨겁고 맛이 시며 독이 약간 있다’고 했다. <본초강목>을 보면 생복숭아를 썰어서 물에 데친 다음 햇볕에 말려서 포(脯)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복숭아 과육으로 식초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생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지고 옹절(癰癤, 종기)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여름철 생으로 많이 먹지 말도록 했는데 아마도 기운이 뜨겁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열체질의 경우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피부에 종기가 잘 생긴다.

반면 복숭아는 여름철 냉방병에 좋다. <급유방>에는 ‘복숭아를 많이 먹으면 열을 나게 한다’고 했다. 따라서 복숭아는 여름철 냉방병을 예방하고 찬음료를 많이 먹었을 때 냉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수박이나 참외 등 찬 성질의 여름과일을 먹으면 배탈이 나는 소음인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숭아는 안색을 좋게 하고 피부건강에도 좋다. <급유방>에는 ‘복숭아는 안색을 좋게 한다’고 했다. <본경속소>에는 ‘복숭아는 폐에 속하는 과일이며 폐는 모(毛)를 주관한다. 그래서 복숭아 껍질에는 털이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의학에서는 폐주피모(肺主皮毛)라고 해서 폐가 피부와 피부에 난 털을 주관한다고 설명한다. 복숭아에 털이 있기 때문에 폐와 피부에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어쨌든 복숭아를 먹으면 안색을 좋게 하고 복숭아처럼 뽀얀 살결을 얻을 수 있다.

산에는 개복숭아들이 많다. 그런데 개복숭아는 과실로 먹는 용도가 아니라 약용으로 활용했다. 한의서에서 개복숭아를 찾아보려면 구도(狗桃), 사도(榹桃), 산도(山挑), 소도(小桃) 등으로 찾아보면 된다. 항간에 개복숭아는 청(淸)으로 만들어 먹으면 만성기침에 좋다는 말들이 있는데 일리가 있다. 사실 복숭아를 폐병에 꼭 먹어야 한다는 한의서 내용은 어쩌면 개복숭아에 더욱더 해당하는 내용일 수 있다.

복숭아는 심혈관질환과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등 건강에 이로운 점이 많다. 하지만 기운이 뜨거워 냉한 체질이 아니라면 여름철 과다섭취해선 안 된다. 또 약용효과가 큰 복숭아씨는 독성이 있어 반드시 노르스름하게 볶아 먹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무엇보다 복숭아씨는 도인(桃仁)이라고 해서 약으로 많이 사용해왔다. <동의보감>에는 ‘도인은 성질이 평하거나 따뜻하고 맛은 쓰고 달며 독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복숭아씨에는 독이 있다. 복숭아씨에는 아미그달린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안 되고 노랗게 볶아 사용해야 한다. 복숭아, 살구, 매실, 사과 등 모든 장미과 과실의 씨앗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약간 노르스름하게 볶아서 먹어야 한다.

복숭아씨는 특히 혈액순환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뭉친 피를 깨뜨리고 신선한 피가 생겨나게 하니 어혈(瘀血)을 몰아내고 혈을 잘 돌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어혈(瘀血)이란 제반 혈액순환장애를 의미하는데 이때 도인과 잇꽃인 홍화(紅花)를 짝으로 함께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도인과 홍화는 궁합이 좋아 함께 사용하면 혈액을 맑게 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하기 때문에 고지혈증, 동맥경화에도 도움이 된다.

복숭아씨는 심혈관질환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복숭아씨는 심통(心痛)을 멎게 한다’고 했다. 이때의 심장통은 협심증으로 볼 수 있다. 복숭아씨는 어혈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볼 수 있다. 역시 볶은 도인을 사용해야 하고 한번에 4그램 정도를 갈아 하루 두세 번 한 달 정도 섭취하고 쉬었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한다.

복숭아씨는 여성의 자궁건강에도 좋다. <본경속소>에는 ‘뱃속의 징가(癥瘕, 종양)를 부수고 생리를 통하게 하면서 진통작용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복숭아씨는 뭉친 혈액을 풀고 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에 자궁근종과 함께 생리불순에도 도움이 된다.

복숭아씨는 변비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혈결(血結), 혈비(血秘), 혈조(血燥)로 대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식물본초>에는 ‘대변을 촉촉하게 해서 통하게 한다’고 했다. 복숭아씨는 대장 점막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부드럽게 해 대변을 수월하게 보게 한다. 특히 여성들이나 노인들의 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복숭아꽃도 말려서 차로 마셨다. 복숭아꽃도 안색을 좋게 하고 간을 편안하게 하고 혈(血)을 펼친다고 했다. 복숭아나무의 진액은 모아서 요로결석을 치료했다. 하루에 몇 번만 먹어도 며칠이면 결석이 빠져나온다고 했다. 굳이 권장하는 바는 아니지만 참고할 만하다.

여름이라도 생복숭아는 많이 먹지 말도록 했다. 또 ‘많이 먹으면 열이 난다’고 했다. 아마도 복숭아의 뜨거운 약성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말려 먹는 것이 좋고 냉체질에게 적합하다. 복숭아씨 또한 보(補)하는 효능은 없기 때문에 몸이 허한 경우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장복하지 않아야 한다.

복숭아는 맛있는 과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효능들을 보니 무작정 먹기가 두려울 정도다. 냉방병이나 냉체질이 아니라면 뜨거운 기운의 생복숭아는 여름철에 과식하면 안 될 것 같다. 적당하게 맛을 보고 나머지는 포(脯)로 만들고 씨앗은 잘 꺼내뒀다 두고두고 일 년 건강을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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