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감 심한 염증성장질환, ‘마음챙김’도 놓치지 말아야
우울‧불안감 심한 염증성장질환, ‘마음챙김’도 놓치지 말아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04 0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

‧ 국내 최초 사회심리학적 심리지원사업 시행
‧ 토요일·원데이클리닉도 선도적으로 시도
‧ 카카오톡 채널 등 환자들과 다방면으로 소통

이창균 센터장은 “염증성장질환은 전문의료진과 시스템을 통한 정확한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간 쌓아온 임상경험과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삶과 함께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궤양성대장염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다. 첫 단추인 정확한 진단은 물론, 몸과 마음을 모두 살피는 전인적치료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이하 센터)는 2015년 ‘세계 염증성장질환(5월 19일)’의 날에 맞춰 문을 열었다. 그간 수많은 염증성장질환 환자와 함께 하면서 임상경험은 물론 시대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축, 환자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해왔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성과도 많이 쌓였을 것 같다. 센터의 대표 성과들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우리 센터는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고충을 덜고 일상생활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산물로 ‘토요일 염증성장질환 클리닉’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치료 때문에 학업과 직장을 빠져야만 하는 부담 없이 토요일에 진료받을 수 있는 클리닉이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하루에 중요한 검사와 진료를 모두 마칠 수 있는 ‘원데이클리닉’ 역시 선도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우리 센터는 환자들의 마음건강도 놓치지 않았다.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늘 우울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에 진단 당시부터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함께 케어하는 사회심리학적인 스크리닝과 상담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사회심리학적 지원사업)해 시행 중이다. 또 현재 주목받고 있는 장내 미생물과 관련, 2017년부터 5년 가까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특화된 대규모 환자 코호트를 운영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나아가 염증성장질환의 날이 있는 5월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연수강좌를 진행, 센터의 노하우는 물론 질환의 최신 지견 등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강좌로 진행했는데 1000여명이 참여해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희대학교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카카오톡 채널 화면. 담당코디네이터와의 실시간 소통뿐 아니라 진료예약 및 취소도 가능하며 다양한 건강콘텐츠도 제공받을 수 있다.  

-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널도 오픈했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염증성장질환은 정기적인 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코로나19 이후로는 대면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이에 비대면 창구를 고민하던 중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카카오톡 채널을 생각하게 됐다. 염증성장질환은 프라이버시 보호가 더더욱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채널을 친구 추가 후 채팅방에 궁금한 점을 올리면 담당코디네이터가 신속하게 답변해준다. 환자들이 주로 문의한 내용을 분석해봤더니 약 복용에 관한 궁금증부터, 부작용, 응급상황 시 대처법까지 매우 다양했다. 환자들은 궁금한 점을 신속하게 답변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만족해했다. 또 이 채널에서 진료예약 일정 변경과 취소도 가능하며 염증성장질환자를 위한 다양한 건강콘텐츠도 제공받을 수 있다. 채널이용자 11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조사를 시행한 결과 약 96%가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카카오톡 소통창구는 계속 활짝 열어둘 생각이다.

- 다학제진료도 여러 질병 치료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에서는 어떠한가.

우리 센터 역시 소화기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외과, 영상의학과, 영양팀 등과 다학제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다학제진료는 염증성장질환 환자 중에서도 증상이 심한 중증환자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일례로 우리 센터에서 10대 때부터 오랜기간 진료받아온 한 20대 여성환자가 있는데 최근 증상이 악화돼 수술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무래도 사회활동이 활발한 젊은 환자들은 증상이 안정되는 관해기에 접어들면 관리에 소홀해져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환자에게 이제는 약물치료로만은 안 되고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설명해주고자 환자와 보호자, 다학제 진료 의료진 모두가 모여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인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에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환자는 다음주에 수술받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다학제진료는 치료순응도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다시금 심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염증성장질환센터는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를 마련했다. 

- 일상 회복에 발맞춰 센터 운영계획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은.

우선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토요클리닉, 원데이클리닉이 잘 유지되도록 할 것이다. 더불어 최근에 시작한 카카오톡 채널에 더해 줌(ZOOM)을 기반으로 한 화상시스템을 도입, 환자들과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할 생각이다. 

또 최근 질병 치료에 있어 음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염증성장질환에서는 환자에게 영양치료를 했을 때 이것만으로도 관해유도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에 센터에서는 영양팀과 손잡고 한국형 크론병 배제식 식단을 구성,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보통 어떤 걸 먹어야 좋아질지 고민하는데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대한 고민도 매우 중요하다. 

오프라인 교육강좌도 서서히 재개할 생각인데 8월부터는 1·2차 병원에 직접 찾아가 의료진을 교육하는 찾아가는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 끝으로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에게 당부의 메시지 부탁한다.

두 가지를 꼭 당부하고 싶다. 먼저 염증성장질환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표적치료제들이 임상에 속속 도입되면서 치료가 어려웠던 중증환자들까지도 좋은 치료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담당의료진과 적극 상의해 치료에 임했으면 좋겟다. 

또 염증성장질환은 방치하면 자꾸 진행되는 병이다. 궤양성대장염은 장의 기능이 소실돼 대장암을, 크론병은 장 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조금만 괜찮아지면 치료를 중단하고 다시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이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치료를 게을리하지 말고 증상이 완화되는 관해기에도 몸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컨디션을 관리하길 당부한다. 

덧붙여 염증성장질환은 가족과 동료, 나아가 사회까지 모든 이의 배려가 필요한 병이다. 주변의 시선과 편견 등으로 환자들은 더 위축되고 이는 결국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의료진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환자의 신체증상뿐 아니라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