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 ‘JAK억제제’ 등장… 환자 상처를 희망으로 탈바꿈시켜”
“궤양성대장염 ‘JAK억제제’ 등장… 환자 상처를 희망으로 탈바꿈시켜”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7.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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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다시 시작했다…” 지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전철을 타고 출근하던 중 급작스러운 복통이 찾아왔다고 했다. 이런 염려했던 것이 터진 것이다. 참을 수 없어 서둘러 내려 화장실을 급히 내려갔다. 고통스러운 것은 둘째 치고 자괴감에 휩싸였다. 한 2년쯤은 괜찮았는데 잠잠했던 장기가 느닷없이 피를 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인이 고약한 병과 투병한 지는 5년 정도 됐다. 당시 지인은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지나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수면패턴, 업무와 병행하고 있던 탓에 매일 인스턴트 음식을 달고 살았었던 친우였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대변에 피가 배어 나와 내시경검사를 받았더니 ‘궤양성대장염’을 진단받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정해둔 약만 매일 투여하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없다. 하지만 간혹 악화되는 증상으로 그는 버티다 무너지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이제 그에게 궤양성대장염은 오랜 친구이자 웬수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힘들겠지만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병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말을 듣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비록 필자가 아픈 것은 아니지만 담담한 그의 말 속에 고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나수영 교수는 궤양성대장염환자와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궤양성대장염의 신약 출시와 보험급여 등재 소식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궤양성대장염 치료여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나수영 교수는 “토파시티닙은 약물효과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여러 연구를 통해 1차 치료제로서 가치를 입증한 만큼 많은 환자들이 조기치료로 삶의 질이 향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수영 교수는 “토파시티닙은 약물효과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여러 연구를 통해 1차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입증한 만큼 많은 환자들이 조기치료로 삶의 질이 향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궤양성대장염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일어나는 염증성장질환 중 하나로 대장 점막에 다발적인 궤양이 발생한다. 특히 직장항문염을 시작으로 점차 위로 올라가서 전 대장을 침범한다. 따라서 궤양성대장염환자는 설사와 혈변을 호소한다. 만일 배변횟수가 갑자기 늘고 특히 점액변을 보는 날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궤양성대장염을 의심하고 반드시 정확한 진료를 받길 원한다.

- 젊은층의 궤양성대장염환자가 급증했다.

국내에서 궤양성대장염은 1960년대에 처음 보고됐으며 1980년대 후반에 환자 데이터수집이 시작됐다. 초기 10만명당 1~2명의 연간발생률을 보이던 염증성장질환은 현재 10만명당 10명 이상으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즉 연간 8명 정도의 신규 궤양성대장염환자가 발생한다. 환자가 급증한 데는 환경적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이 주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40대 연령에서 가장 흔히 발병하고 50대 이후의 노년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크론병과 달리 10대 이하의 연령층에서는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

- 궤양성대장염은 치료전략은.

중요한 질문이다. 궤양성대장염은 환자에 따라 치료전략이 다르지만 ▲증상개선 ▲내시경적 관해 ▲조직학적 관해 등을 3가지 목표로 하고 있다. 

궤양성대장염 치료환경은 2000년을 기점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과거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증상완화’가 목표였다. 하지만 이후 내시경상 염증이 개선됐을 때 재발 및 합병증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장내염증이 소실되는 내시경적 관해나 조직검체 채취를 통한 염증소실을 확인하는 조직학적 관해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 궤양성대장염은 약물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보편적 치료’라 불리는 치료약물이 사용됐다. 주로 메살라진,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의 경구약을 주로 사용했다. 문제는 3가지 약물에서 반응이 없는 환자가 존재해 같은 치료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으며 심각한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2005년 국내에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변했다. 생물학적제제는 염증매개물질을 억제하는 단백질 성분의 항체를 투여해 궤양성대장염을 치료한다. 생물학적제제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TNF억제제가 가장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또 다른 기전으로는 항인테그린제제와 인터루킨억제제 그리고 경구용 소분자물질로는 JAK억제제가 있다.

- 최근 대한장연구학회의 궤양성대장염 치료 가이드라인이 변경됐다.

이번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전 국내에서는 총 2번의 치료가이드라인 발표가 있었다. 2005년 생물학적제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후 제작된 2012년 가이드라인은 염증성장질환 치료환경의 획기적 변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목적으로 발표됐다. 이후 2017년에는 생물학적제제의 실사용 데이터와 새롭게 추가된 약물을 반영한 개정판이 발표됐다. 당시 다른 기전의 생물학적제제는 1차 약제로 승인되지 않아 TNF억제제가 가이드라인에서 소개된 생물학적제제 관련 치료 옵션의 대부분을 이뤘다.

이후 약 5년간 2가지 약물이 새롭게 추가, 1차 약제로 승인받아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올바른 치료제의 사용법, 효과, 안전성 등을 다루는 지침서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됐고 이번 개정판에는 현재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이 포함됐다.

-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토파시티닙’이 권고된 점이 눈길을 끈다.

토파시티닙(제품명 : 젤잔즈)은 JAK억제제 중 최초로 궤양성대장염에 사용된 약제다. 토파시티닙은 단백질로 이뤄져 분자가 큰 생물학적제제와 달리 ‘소분자제제’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토파시티닙은 약물효과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투약 3일 이내 증상호전이 나타난다는 연구데이터가 있을 정도로 효과가 굉장히 빠르다. 흔히 ‘전격성대장염’이라고 표현되는 중증대장염환자에서는 현 보험 기준으로 스테로이드와 ‘인플릭시맙’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약물만 사용되고 있으나 추후 토파시티닙 역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구복용이 가능하고 시간이 지난 후 항체효과가 감소하는 면역원성의 문제가 덜하다. 즉 면역조절제와 병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밖에 경구약이라는 강점도 있다. 주사제는 직접 병원을 방문해 투약받아야 하고 보관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젤잔즈와 같은 경구약은 장기처방을 받을 수 있고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우 가족이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다. 단 치료제 선택은 복용편의성뿐 아니라 효과와 안전성 등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가 상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 토파시티닙이 1차 치료제로 권고된 주요 임상 및 연구 데이터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데이터는 OCTAVE 연구를 핵심으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궤양성대장염환자에서 토파시티닙의 우수한 치료효과 및 위약대비 높은 대상포진발병률과 지질이상을 제외한 유의미한 유해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같은 핵심 연구결과는 1차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또 최근 실제 임상환경을 반영한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결과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다기관 연구에서 나타난 안전성 결과이다. 국내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 연구가 지난해 대한장연구학회 국제학술대회(IMKASID)에 초록으로 발표된 바 있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실제 임상현장에서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위해 토파시티닙이 처방됐을 때 대상포진을 제외하고 유의미한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궤양성대장염은 증상이 호전돼도 방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궤양성대장염은 증상이 호전돼도 방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토파시티닙 처방이 어려운 환자군이 있는지.

토파시티닙의 큰 장점 중 하나는 1차 치료를 위해 사용했을 때와 1차에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한 후 2차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모두 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토파시티닙은 심혈관질환과 관련해 고령환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 또 고용량의 경우 대상포진 발생위험이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효과와 지속성이 더욱 우수한 대상포진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추후 미국에서 사용되는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면 대상포진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의료현장에서 토파시티닙 처방이 어려운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밖에도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임기 여성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약물에 효과가 없는 경우 꼭 필요한 약이 토파시티닙이다. 따라서 가임기 여성은 우선적으로 증상을 개선, 임신기간에 투약을 잠시 중단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 신약이 출시되면 환자 부담금이 증가한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제의 보험급여는 어떤지.

다행히 궤양성대장염 치료 가이드라인에 제시되고 있는 모든 치료제에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험기준은 어떤 약물을 먼저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 임상현장에서 제약이 있다. 환자 치료를 위해 좋은 약물을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해 빨리 관해기에 도달하는 것이 장기적 예후에 좋고 합병증 발생률을 낮춘다. 따라서 현재 대한장연구학회 보험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의견을 나누며 보험급여 제약 개선을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최근 토파시티닙은 류마티스관절염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주의가 필요한 환자군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진은 이미 주의사항을 유의하고 여러 방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처방하고 있다.

해당 안전성 연구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보유한 고령의 류마티스관절염환자들에서 장기간 고용량 사용을 지속했을 경우를 대상으로 진행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토파시티닙은 첫 8주~16주 정도 고용량을 사용한다. 이는 증상을 빠르게 소실시키기 위해서다. 이후 저용량으로 유지요법을 이어간다.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는 감량이 가능하고 계속해서 고용량을 사용하더라도 궤양성대장염환자는 젊은층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군에서는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 국내 다기관 데이터 분석결과에서 역시 우려할 만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 최근 JAK억제제의 안전성 정보에 따른 허가사항이 변경됐다.

이번에 JAK억제제의 안전성 정보에 따라 국내 허가사항 업데이트가 있었다. 65세 이상,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에서는 기존 치료제의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에 JAK억제제를 사용하도록 변경됐다.

단 식약처의 결정은 류마티스관절염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안전성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연구결과에 해당하는 환자는 처방 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고령이 대부분인 류마티스관절염환자와는 다르게 궤양성대장염환자들은 비교적 젊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러한 식약처의 결정은 해당 약제에 대한 적합 환자군이 누구인지에 대해 더 명확한 가이드를 주는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임상의로서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약제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궤양성대장염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궤양성대장염은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궤양성대장염은 원활한 사회생활에 큰 제약을 준다. 젊은 연령층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불편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사회적으로도 위축된다. 평생 약을 복용한다는 것 역시 불안감을 갖게 한다.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장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의 불편감에 깊이 공감하고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 ‘동반자’의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 평생에 걸쳐 질환에 대해 함께 상의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유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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