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신맛나는 ‘자두’로 여름철 피로 싹, 장 건강은 덤
[한동하의 식의보감] 신맛나는 ‘자두’로 여름철 피로 싹, 장 건강은 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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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새빨간 자두가 나왔다. 새콤달콤한 자두는 한입에 넣어 먹기에도 적당하다. 씨가 잘 발라지지 않는 것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씨를 발라냄과 동시에 바로 손이 간다. 자두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아보자.

자두는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교목인 자두나무의 열매다. 우리말로는 ‘오얏’이다. 자두는 한자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자주색[자(紫)] 복숭아[도(桃)]라는 의미다. 즉, 자도(紫桃)에서 자두가 된 것이다.

자두의 원래 한자이름은 바로 ‘리(李)’다. 따라서 오얏나무를 이목(李木)이라고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은 한자로 ‘李下不正冠(이하부정관)’을 해석한 것인데 여기서 리(李)가 바로 오얏나무, 즉 자두나무를 의미한다. 그런데 간혹 자두나무가 아니라 ‘배나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이(李)를 배를 의미하는 리(梨)와 헷갈리게 해석했던 것 같다.

<본초강목>에는 ‘이(李)자는 나무[木]에 열매[子]가 많은 모양을 형상화 한 글자라고 하면서 다른 많은 나무에도 과실이 많이 열리지만 유독 자두를 이(李)라도 표현한 것은 자두가 오행적으로 목(木)인 간(肝)에 해당하는 과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에 ‘자두는 간병(肝病)에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자두의 기운은 평이하면서도 약간 따뜻한 편이다. <식료본초>에는 ‘자두의 성질은 평하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자두는 기운이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다’고 했다. 또 자두는 신맛 과일에 속한다. <황제내경>에 보면 오행에 맞춰서 오미를 배속한 내용이 있는데 이 중 과일을 보면 ‘오과(五果)는 대추는 단맛, 자두는 신맛, 밤은 짠맛, 은행은 쓴맛, 복숭아는 매운맛이다’라고 했다. 자두는 단맛보다는 신맛이 주가 된다. 자두의 신맛은 피로 해소효과가 있는 유기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자두를 ‘플럼(plum)’이라고 하고 말린 자두는 ‘푸룬(prune)’이라고 한다. 자두는 동양에서 말려 먹었다. <본초강목>에는 송나라 때 서적인 이아익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말린 자두를 가경자(嘉慶子)라고 한다. (중략) 지금 사람들은 소금에 절여 햇볕에 말리거나 설탕에 절여 저장하거나 꿀물에 졸여 과자를 만들기도 하는데, 햇볕에 말린 것만은 백리(白李)라 하여 유익함이 있다’고 했다. 자두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햇볕에 말려 건자두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다.

<본초정화>에서도 ‘자두를 햇볕에 말려 먹으면 고질적인 열감[痼熱]을 없애고, 중초를 조절해 준다[調中]’고 했다. 뼈나 관절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한 기분 나쁜 열감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소화기와 장을 편하게 한다는 말이다. <식료본초>에는 ‘자두 씨는 배가 불러오는 데 주로 쓴다. 밀가루에 섞어 떡을 만들어 공복에 먹으면 잠시 후 설사한다’고 했다. 자두의 씨는 배에 가스가 많이 찬 경우에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서에 자두가 변비를 치료한다는 언급은 없다. 그런데 서양의 말린 자두인 푸룬은 변비에 특효로 알려져 있다. 자두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자두를 먹다 보면 껍질에 붙어 있는 실처럼 질긴 섬유질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자두는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피로감 해소는 물론 장과 피부, 뼈 건강 등에 이롭다. 단 과식해선 안 되며 하루 한두 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실제로 자두는 장 건강에 매우 이롭다. 자두는 자색의 카로티노이드성분이 풍부해 항산화작용이 매우 뛰어나다. 폴리페놀, 미네랄, 비타민K,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장 속에 이로운 미생물을 증가시켜 장내 염증반응을 낮춘다. 한의서에 속을 조화롭게 한다는 조중(調中)의 효능이 나타나는 이유다. 하루 한두 개만으로도 충분하다.

자두의 씨는 이핵인(李核仁)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다리를 삐거나 뼈가 부러져 아픈 것, 근육에 상처가 난 것에 주로 쓴다. 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수종을 내린다. 얼굴에 난 기미를 치료한다’고 하면서 다양한 효능을 언급하고 있다.

자두 씨가 뼈를 잘 붙게 한다는 내용은 자두 씨뿐 아니라 자두의 효능도 된다. 자두 씨나 자두는 실제로 골다공증에도 도움이 된다. 자두의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물질이 뼈를 약하게 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제거해 파골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논문까지 있다.

기미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본초강목>에 ‘여인의 얼굴에 기미가 생기면 자두씨 겉껍질을 제거하고 곱게 가루 낸 다음 계란 흰자에 개어 묽은 엿 정도의 점도로 만들어 발라준다. 아침에 해가 뜨면 씻어낸다. 불과 5~6차례면 효과가 난다’고 했다. 살구씨가 기미를 제거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과 같다. 이 또한 자두의 항산화효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자두를 먹다가 자두 씨가 목에 많이 걸렸던 같다. 문헌을 보면 자두 씨, 매실 씨, 복숭아 씨가 목에 걸렸다는 내용들이 많다. 요즘도 자두를 먹을 때 씨앗을 입안에 갖고 놀리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씨가 목에 걸렸을 때는 시행하는 응급처치법으로는 ‘하임리히 요법’이 있다. 작은 덩어리 식품을 먹다가 목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할 때 보호자가 있다면 먼저 119를 불러놓고 바로 환자의 뒤에서 양손을 명치와 배꼽 중간부위에서 단단히 마주 잡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강하게 당기는 것이다. 음식물이 빠질 때까지 반복한다. 그렇게 하면 폐에 압력이 전달되면서 목에 걸린 음식물을 빼낼 수 있다.

자두는 여름철 기를 보해 주지만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식물본초>에는 ‘기를 보익한다’고 했다. 또 <주촌신방>에는 ‘능히 기를 더해주지만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자두는 여름철 갈증이 나고 기운이 없을 때 일시적으로 섭취해 도움을 받을 만하다.

<본초정화>에는 ‘많이 먹으면 헛배가 불러오고 허열(虛熱)이 생긴다. 물과 같이 먹으면 담학(痰瘧)이 생긴다’고 했다. 또 <식감본초>에는 ‘물에 가라앉지 않는 자두는 독이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과실은 대부분 장미목 장미과에 속한 것들이다. 앞선 칼럼에서 언급해왔듯이 매실, 살구, 복숭아, 자두 등이 모두 장미과 과실이다. 그런데 한의서의 ‘불가다식(不可多食)’이란 표현의 많다[多]는 것은 과연 얼마의 양일까.

많은 한의서를 뒤져봤지만 ‘다(多)’의 양은 가늠할 방법이 없었다. 아마도 ‘불가다식(不可多食)’이란 너무 배불리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먹을 것이 없었던 옛날에는 다식을 넘어 과식(過食)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맛있지만 약간의 독이 있는 과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여름철 며칠이라도 하루 한두 개의 자두를 먹어보자. 피로감과 갈증, 피부건강, 대장건강, 뼈건강, 부종 등은 걱정 없을 것이다. 적당히 먹고 남은 자두는 말려 둔다면 푸룬이 아니더라도 일 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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