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서양의 키위, 그 원조는 신토불이 ‘다래’
[한동하의 식의보감] 서양의 키위, 그 원조는 신토불이 ‘다래’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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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서양에서 유래한 과일 중 키위가 있다. 하지만 동양에도 키위가 있었다. 바로 다래다. 만일 키위가 없다면 신토불이로 다래를 먹어보자. 다래는 가을에 익는 과일이지만 다양한 효능은 키위와 비슷하다. 그러니 이번 여름 키위를 먹으면서 다래의 효능을 떠올려도 무관하다.

다래는 다래나무과 식물로 한의학에서는 미후도(獼猴桃) 또는 등리(藤梨)라고 한다. <본초강목>에서는 ‘모양은 배와 같고 색은 복숭아와 같으며 원숭이가 잘 먹어서 여러 가지 이름이 붙은 것이다’라고 했다. 미(獼) 자와 후(猴) 자는 모두 원숭이를 의미하고 도(桃) 자는 복숭아를 의미한다. 등리(藤梨)는 넝굴[藤]에 달린 배[梨]라는 의미다.

다래의 성질은 서늘하다. <본초강목>에는 ‘다래는 맛은 시고 달며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고 했다. 이에 열증(熱症)에 다용했고 소화기가 약한 경우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여름철 먹으면 좋은 과일이지만 냉체질은 주의를 요한다.

다래는 갈증을 멎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다래는 갑작스런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煩熱)을 풀어준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풀고 실열(實熱)을 없앤다’고 했다. 다래는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고 갈증을 멎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다래는 소갈(消渴)을 멎게 한다. 서리 내린 뒤에 익은 것을 자주 먹는다. 또 꿀을 넣어 정과(正果)를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소갈은 당뇨병에 의한 갈증을 말하는 것인데 잘 익은 다래는 꿀을 섞어서 약과(藥果)를 만들어 상시 복용했다. 만일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인 경우라면 꿀을 넣지 않고 그냥 말려서 먹는 것도 좋겠다.

다래는 기(氣)를 내려준다. <본초강목>에는 ‘다래는 속을 고르게 하여 기를 내린다’고 했다. 따라서 속이 불편하면서 상기(上氣)되는 증상에 다래를 먹으면 속이 편해지면서 상열감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갱년기 여성의 경우 상열감이 심할 때 다래를 먹는 것도 좋다.

다래는 열감을 동반한 골관절염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다래는 골절풍(骨節風)과 몸 한쪽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골절풍은 골관절염 중에서도 갑자기 관절이 붓고 아픈 경우를 말한다. 일종의 급성염증으로 예를 들면 통풍성 관절염이 발작을 일으켜 열감이 심하고 붓고 아픈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몸 한쪽이 마비되는 증상은 중풍으로 인한 편마비를 의미한다.

다래는 동양의 키위로 불린다. 키위와 효능이 비슷하며 다래나무 덩굴과 이를 자르면 나오는 즙, 다래열매도 건강에 이로워 예로부터 약용해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래나무 덩굴도 약으로 다용했다. 다래덩굴은 미후등(獼猴藤)이라고 한다. 다래덩굴을 잘라내면 즙이 나온다. <본초강목>에는 ‘다래덩굴의 즙은 맛은 달고 성질은 매끄럽고 차가우며 독이 없다. 열이 막혀 생긴 반위(反胃)에는 생강즙에 섞어 복용한다. 또한 석림(石林)을 빠져나오게 한다’고 했다.

과거 ‘허준’이라는 드라마에서는 반위(反胃)가 위암을 의미한다고 했지만 반위라고 해서 모두 위암은 아니다. <경악전서>에는 반위(反胃)라는 병증은 음식물이 위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토하는 증상이나 음식물을 섭취한 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토하는 등의 증상을 의미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다래덩굴의 즙은 열이 뭉쳐서 반위가 된 경우를 치료한다. 즙을 내어 생강즙과 섞어 먹는다’고 했다. 생강도 구역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다래덩굴 즙은 위장에 작열감이 있으면서 나타나는 구토증상에 사용됐다. 참고로 다래덩굴이 위암에 좋다는 증거는 없다.

석림(石林)은 요로결석을 의미한다. <동의보감>에는 ‘다래덩굴의 즙은 아주 미끄러워서 석림을 내려보낸다. 즙을 내어 생강즙을 약간 타서 먹는다’고 했다. 다래즙이 미끈거리기 성질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다래는 하기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모든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며 동시에 요도에 걸린 돌까지 내려가게 하는 것이다. 이때 온성의 생강즙이 냉성의 다래즙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꼭 다래덩굴 즙이 아니더라도 다래열매 자체도 도움이 된다. <급유방>에는 ‘다래는 석림(石淋)을 배출시키고 위장을 식혀주며 열이 맺혀 생긴 반위(反胃)를 치료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다래열매를 먹어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한 식물의 뿌리, 줄기, 잎, 열매 등의 효능은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대동소이한 효능을 갖고 있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는 다래인 미후도(獼猴桃)를 군약(君藥)으로 해서 만든 미후도식장탕(獼猴桃植腸湯)이란 처방이 있다. 미후도식장탕은 태양인의 열격반위증에 사용하는 처방으로 나오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역류성식도염 및 각종 위장병에 쓰는 처방이다. 다래덩굴 대신 다래를 사용한 것이다. 다래는 사상체질 중 열이 가장 많은 태양인에게 맞는 약재로 설명되고 있다.

항간에 키위는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다. 다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키위 또한 성질이 서늘하고 부작용으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설사 측면에서는 부작용이지만 변비 측면에서는 효능인 셈이다. 변비가 심할 때 다래를 먹는다면 일시적으로 변통(便通)에 도움이 된다.

다래는 속이 냉한 경우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식료본초>에는 ‘오래 먹으면 냉기를 일으키고 비위(脾胃)를 손상시킨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많이 먹으면 비위가 차가워져 설사를 유발하게 한다. 병으로 실열(實熱)이 있는 자가 먹어야 한다’라고 했다. 다래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열 체질이나 열증에 적합하고 몸이 냉한 경우는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문헌에 보면 다래는 주로 속을 긁어내서 꿀과 함께 섞어서 먹기도 하고 생강즙에 섞어 먹는다고 했다. 다래의 성질이 냉하기 때문에 궁합적으로 약성이 따뜻한 꿀과 생강을 함께 먹으면 좋다. 하지만 다래의 차가운 성질을 약용하기 위해서는 사실 꿀이나 생강이 들어가면 안 된다. 따라서 열체질은 다래만 사용하고 냉체질이 다래를 먹고자 한다면 꿀과 생강을 함께 먹으면 좋겠다.

참고로 키위도 다래과 식물이다. 키위는 뉴질랜드가 원산으로 알고들 있지만 사실 키위도 다래가 건너가서 개량된 것이다. 키위에 털이 많이 나 있는 모습이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와 닮아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키위에는 사과의 3배나 많은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장건강과 변비에 도움이 된다. 혈당지수도 35정도로 낮아서 당뇨병환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또 비타민C, 비타민E, 엽산, 칼륨, 칼슘, 인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 발육감기예방에 효과적이며 임신부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노인들의 입마름에도 좋다.

다래가 없으면 키위도 좋다. 다래와 키위의 영양성분과 효능은 대동소이하다. 키위를 먹을 때는 다래의 효능을 떠올려보자. 다래는 키위에 비해 크기가 작고 볼품이 없지만 그래도 키위의 원조다. 가을 다래를 기다리면서 여름 키위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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