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여름철 건강지킴이 ‘포도’…통째로 즐겨도 굿!
[한동하의 식의보감] 여름철 건강지킴이 ‘포도’…통째로 즐겨도 굿!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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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여름이 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포도가 눈에 띈다. 청포도, 거봉, 샤인머스켓, 씨 없는 청포도, 머루포도, 애플청포도, 샤파이어포도, 망고포도 등등 이름도 다양하다. 색도 보라색, 적색, 녹색(청색) 등 각양각색이다. 그래도 어쨌든 모두 포도다. 포도에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포도는 포도과의 낙엽 활엽 덩굴성 나무의 열매다. 포도의 원산지는 서남아시아로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포도(葡萄)로 쓰이고 이렇게 불렸다. <본초강목>에는 ‘한서에 보면 장건이 서역(西域)으로 사신 갔다가 돌아올 때 처음으로 이 종자를 얻었다고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 중국에도 포도와 비슷한 과일이 있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아시아의 흑해 연안과 캅카스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을 보면 우리말 표기로는 ‘보도’로 적고 있는데 이 역시 한자어를 발음한 것이다. 또 우리말 ‘머루’는 산포도(山蒲萄)의 이름으로 산포도는 영먹(蘡薁, 묀멀위)이라는 한자이름이 별도로 있고 머루 역시 포도 편에서 설명하고 있다. 머루의 효능도 포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포도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동의보감>에는 ‘포도알은 자주색인 것과 흰 것이 있다. 자주색인 것은 마유(馬乳)라고 하고 흰 것은 수정(水晶)이라고 한다. 동그란 것도 있고 씨가 없는 것도 있다’고 했다. 과거부터 청포도뿐 아니라 씨 없는 포도도 이미 있었던 것이다.

포도는 과거 아주 흔한 과일이었던 같다. 병명의 이름에도 포도가 들어간 것들이 있는데 혈관염이나 자반증에 의해 다리에 피멍이 드는 것을 ‘포도역(葡萄疫)’이라고 했다. 자잘한 피멍들이 포도형태의 반점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피부에 창이 생긴 부위의 색이 포도색을 띤다고 해서 포도창(葡萄瘡)이라고 했다. 포도는 그만큼 흔했고 친숙했다. 포도를 예로 들었는데 “포도가 뭐지?” 하면 안 될 것이다.

포도의 기운은 평이하면서도 서늘한 편에 속한다. <본초강목>에는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고 껄끄러우며 독이 없다’고 했다. 또 포도의 맛과 기운을 표현한 내용이 나오는데 ‘맛은 달지만 엿 같이 달지 않고 시지만 식초처럼 시지는 않으며 냉(冷)하지만 찬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신기천험>에는 특히 ‘포도는 성질이 차서 약하게 설사시키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므로 신열(身熱)이나 발열(發熱)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했다.

몇몇 서적에는 약성이 따뜻하다고도 했으나 평이하면서 서늘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상체질을 만든 이제마도 포도를 열이 가장 많고 항상 상기(上氣)되는 태양인 용약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포도는 여름철 더위를 식히고 기운을 차분하게 진정시켜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포도는 포도알 갯수만큼이나 몸에 이로운 효능이 많다. 포도껍질과 포도씨에도 항산화성분이 풍부해 포도알맹이와 더불어 통째로 즐겨도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먼저 포도는 가슴의 답답함과 갈증을 제거한다. <양무신편>에는 ‘번갈(煩渴)을 없애고자 하면 생포도즙을 질그릇에 넣고 뻑뻑하게 졸인 뒤 꿀을 조금 넣어서 보관했다가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 매우 좋다’고 했다. 단지 생포도를 먹어도 좋고 포도를 끓여서 먹거나 말려서 먹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포도는 이뇨작용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포도는 수기(水氣)를 몰아내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장 속의 수기를 제거하고 속을 고르게 하며 임병(淋病)을 치료한다’고 했다. 수기를 제거한다는 것은 수액대사를 촉진한다는 것이고 임병은 소변이 방울져서 떨어지는 것으로 일종의 전립선질환에 의한 배뇨장애를 의미한다. 따라서 포도는 소변을 잘 보게 하면서 부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도는 힘이 나게 하고 기운과 의지를 강하게 한다. <본초정화>에는 ‘포도는 기력을 북돋우고 의지를 강하게 한다’고 했다. <천금익방>에는 ‘포도는 기를 배가 시킨다’고 했다. 포도에는 포도당과 유기산이 풍부해 먹자마자 해당성분이 흡수되고 일시적으로 기운이 난다. 따라서 저혈당에 빠질 경우 응급으로 건포도나 포도쥬스를 마시면 바로 회복된다.

<본초정화>에는 ‘포도는 사람을 살찌게 하고 건강하게 하며 배고픔을 견디게 한다’고 했다. 과거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이라면 더더욱 포도는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됐을 것이다. 몸에 포도당이 흡수되면 뇌는 에너지원이 들어온 것으로 판단해 식욕중추를 차단한다. 당연히 많이 먹게 되면 당분은 지방으로 저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포도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포도는 관절질환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포도는 근골에 생긴 습비(濕痺)를 치료한다’고 했다. 습비란 관절이 무겁고 부으면서 아프면서 감각이 떨어지고 저린 듯한 관절통을 말한다. 특히 포도는 수기를 몰아내기 때문에 관절이 부으면서 아픈 경우나 관절강 내에 물이 찬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포도는 노화를 방지한다. <본초강목>에는 ‘포도는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아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포도는 대표적인 항노화식품이다. 포도에 풍부한 레스베라트롤은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항염증‧항균작용을 하며 심혈관 건강에도 좋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뿐 아니라 오디, 라즈베리, 크랜베리 등의 베리류 식물에도 많다.

포도주에도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하다. 과거에도 포도주를 많이 만들어 마셨는데 <본초강목>에는 ‘포도주는 허리와 신(腎)을 따뜻하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하며 추위를 견디게 한다’고 했다. <음성정요>에는 ‘포도를 오랫동안 저장해두면 저절로 술이 되는데, 향기롭고 달면서 진하고 강렬하니 이것이 진짜 포도주다’라고 했다. 포도는 당도가 높아서 누룩 등을 넣지 않아도 쉽게 발효돼서 자연스럽게 술이 된다. 따라서 포도주를 오픈해 오랫동안 방치하면 쉽게 식초가 된다.

한의서에 보면 포도나 포도씨를 너무 많이 먹으면 눈이 어두워진다는 기록들이 눈에 띈다. 어떤 연유에서 기록된 내용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아마도 초기 한의서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 적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포도는 오히려 안구질환에 도움이 되고 눈을 밝게 한다. 포도껍질에는 라이코펜,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같은 항산화성분이 풍부해 안구피로를 줄이고 시력저하에도 좋다. 포도씨 또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리놀레산 등의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따라서 포도를 건강하게 섭취하고자 하면 껍질째 먹어야 하고 씨앗도 씹어서 먹어야 한다.

포도껍질은 질겨서 소화가 잘 안 되지만 오히려 풍부한 식이섬유로 인해 장 건강에 좋다. 또 포도씨는 맛이 쓰지만 쓴맛은 위장을 튼튼하게 해 소화력을 높인다. 포도를 먹을 때 껍질과 씨앗을 버리고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 통째로 먹는 포도로 여름철 건강을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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