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물집, 터뜨려야 할까? 그냥 둬야 할까?
[좌담] 물집, 터뜨려야 할까? 그냥 둬야 할까?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7.2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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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이상 알리는 신호등...치료법 원인 따라 달라
방치하면 이차세균감염 유발, 중증으로 진행될 수도
수포형무좀·수포농가진·대상포진, 전염성 있어 주의해야
(왼쪽부터) 한정선 헬스경향 기자,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P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

피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몸의 이상신호를 알린다. 그중 하나가 피부주머니에 림프액을 가득 품은 물집(수포)이다. 피곤해지면 입술 옆에 포도알처럼 방울방울 맺히는 물집을 통해 ‘이제 그만 쉬게 해줘요’라거나 일광화상을 입었을 때 물집을 부풀이며 ‘내 피부는 연약해요! 소중히 다뤄주세요’ 등 몸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물집이 생기는 원인은 각각 다른 데다 치료법도 여러 가지이다. 일광화상도 물집을 유발하는데 지나친 자외선노출에 따른 비감염성염증반응에 의한 것으로 국소 및 경구스테로이드제와 냉찜질, 보습제로 치료한다. 또 손발이 가렵고 물집을 동반하는 한포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열감과 압통이 나타나면 경구 및 국소도포항생제를 사용한다. 

또 발가락에 생긴 물집을 고온다습한 날씨에 신발을 오래 신어 발생한 화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좀은 대부분 물집을 동반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항진균제로 치료해야 한다. 이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이차세균감염을 유발해 연조직염 등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수두는 발열과 함께 전신에 물집을 동반한 발진을, 대상포진은 주로 편측성으로 띠를 두른 듯한 물집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질환 모두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한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현조 피부과전문의(CN차앤박피부과 천안불당점 원장)와의 좌담을 통해 물집을 일으키는 피부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왼쪽부터) 대상포진 병변과 단순포진 병변(출처=123RF)

한정선 기자 : 피부에 나타나는 물집의 원인은.

허창훈 교수 : 물집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감염을 비롯해 습진, 마찰, 화상 등이 있으며 간혹 자가면역이나 유전적으로 만성물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정선 기자 : 물집이 나타난 원인을 신체부위별로 구분할 수 있나. 

허창훈 교수 : 물집은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해 부위별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국소부위에만 나타나는 물집의 원인은 대표적으로 ‘한포진’을 들 수 있다. 이는 땀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해 피부 내에 땀이 고여 물집을 만드는 질환으로 주로 손발에 많이 발생하며 특히 여름에 심해진다. 또 입술주위에 물집을 만드는 ‘단순포진’의 경우 바이러스 침입이나 재활성화로 인해 발생한다. 

한정선 기자 : 물집이 나타났을 때 외관상 변화 외에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은. 

허창훈 교수 : 질환에 따라 증상은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려움이나 홍반증상을 보이는데 발열은 물집 자체보다는 감염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물집이 발생하면 동반되는 각 증상을 잘 확인해야 원인질환을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왼쪽부터) 수포형 무좀, 수두 병변(출처=123RF)

한정선 기자 : 물집이 생긴 경우 다른 질환과 헷갈리면 안 되는 질환은 무엇인가.

허창훈 교수 : 일반적으로 물집은 그 자체가 질병이 아니라 다른 질환으로부터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봐야 한다. 단 간혹 물집 자체가 생기는 질환도 있는데 유전질환인 ‘유전성 표피박리증’이나 자가면역으로 인해 스스로 피부를 파괴하는 ‘자가면역물집질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자가면역물집질환으로는 ‘물집유사천포창’과 ‘천포창’ 등이 있으며 조직검사와 특수염색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한정선 기자 : ‘원숭이두창’도 물집증상이 있는데 이와 유사한 질환과 구분기준은.

허창훈 교수 : 원숭이두창뿐 아니라 수두, 홍역, 수족구병 등 다른 바이러스감염증에서도 물집은 관찰된다. 물집의 모양이나 위치만으로 질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는 없고 유전자검출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원숭이두창은 다른 수포성바이러스감염증과는 달리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의 임파절이 커지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전신증상도 심한 편이다. 또 물집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하고 중앙부위가 함몰된 형태를 보인다. 

원숭이두창 병변. 원숭이두창은 손에 수포성물집이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며 물집 경계가 비교적 명확하다((출처=123RF). 

한정선 기자 : 물집이 생겼을 때 신체부위에 따른 치료법은.

김현조 전문의 :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알레르기나 면역반응에 의한 경우 경구 및 국소도포스테로이드제를, 감염에 의한 경우 물집병변에 항생제와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한정선 기자 : 전염성이 있는 물집의 종류와 구분법은.

김현조 전문의 : 대표적으로 진균감염에 의한 수포형무좀, 세균감염에 의한 수포농가진, 바이러스감염에 의한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을 들 수 있다. 수포형무좀은 주로 발가락 사이에 발생하고 가려움이 심하다. 수포농가진의 경우 주로 여름철 소아에게 흔히 발생하며 작은 물집을 시작으로 주변으로 번져나가고 밝은 갈색에서 노란색의 얇은 딱지를 형성한다. 대상포진은 통증과 편측성의 띠모양 물집을 동반하는데 딱지가 되면 전염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일광화상으로 발생한 물집이 터진 후 상태. 물집은 스스로 터뜨리기보다는 감염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안전하다(출처=123RF).

한정선 기자 : 물집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후유증은. 

김현조 전문의 : 물집에 발생한 염증을 방치하면 흉터, 과색소침착, 저색소침착 등이 생긴다. 특히 대상포진은 후유증이 심하고 일광화상에 의한 물집 역시 과색소침착이 쉽게 나타난다.

한정선 기자 : 물집이 생겼을 때 터뜨리는 것이 좋은가. 

김현조 전문의 : 0.5cm 이상의 큰 물집이 아니면 터뜨리지 말고 그냥 두는 것이 낫다. 피부의 자연치유력과 약물치료에 의해 증상이 호전되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크기가 커도 스스로 터뜨리기보다는 감염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권한다. 

한정선 기자 : 갑자기 피부에 물집이 생겼을 때의 응급처치법은.

김현조 전문의 : 원인에 따라 응급처치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급성물집은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동반하는데 이때 냉찜질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광화상처럼 감염이 원인이 아닌 경우 물집이 터지면 습윤밴드를 붙인다. 하지만 진균, 세균, 바이러스에 의한 물집에 습윤밴드를 붙이면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되도록 물집이 터지지 않게 냉찜질하고 물집이 터졌다면 소독된 거즈로 진물을 닦아낸 후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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