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부종, 새 치료법 개발 길 열려…림프재생통로 ‘림프채널시트’ 개발
림프부종, 새 치료법 개발 길 열려…림프재생통로 ‘림프채널시트’ 개발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8.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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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팀 성과, 동물실험으로 효과 확인
림프 흐름 회복…림프부종 감소 및 림프관 신생효과 나타나
특허취득 완료, 임상연구 준비 중…암환자 수술 후 삶의 질↑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 후유증으로 꼽히는 ‘림프부종’. 아직 예방법이나 치료방법이 마땅찮아 암환자들의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림프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인공구조물을 개발, 림프부종 극복의 가능성을 열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팀은 림프절절제술로 림프의 흐름이 끊어진 소동물 모델에 인공구조물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결과, 끊어진 림프의 흐름이 성공적으로 회복됐으며 부종감소 효과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단순히 림프의 흐름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림프관 재생에도 기여하는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림프부종은 림프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림프액이 정상적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한곳에 고이면서 해당 부위가 붓는 것을 말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각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 등을 공급한 뒤 다시 정맥으로 재흡수돼 심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10% 정도는 림프관으로 유입된다. 이것이 바로 림프액이다.

특히 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되면 전이된 림프절 부위를 절제하고 재발을 줄이기 위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데 이때 림프조직 손상으로 림프의 흐름이 단절돼 팔, 다리가 심하게 붓고 만성염증이 생기는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여성암환자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부종부위가 터질 것처럼 아픈 것은 물론 팔다리에 발생하면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 등 림프부종은 삶의 전반에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주변 시선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찮아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극 치료해야 하지만 그간 적절한 예방 및 치료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단절된 림프구간의 흐름을 지속하는 통로 역할과 림프관신생을 위한 지지대(스캐폴드) 역할을 하는 ‘림프채널시트’를 새롭게 개발했다. 림프채널시트는 미세유체 통로를 포함하는 2차원 구조물로 단절된 림프관 사이를 이어주도록 제작됐으며 기존 기술 대비 비교적 쉽게 시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어깨 림프절(상완림프절)이 제거된 소동물 모델에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하고 방사선 치료 상황을 재연해 효과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상완림프절은 팔의 림프 흐름이 모이는 곳으로 손과 팔 전체에서 발생하는 림프액을 모아 몸 안쪽 겨드랑이 림프절(액와부림프절)까지 전달해 림프의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림프절 절제술을 시행하면 절제된 림프관은 탄성에 의해 말려 림프관의 재생과 회복이 매우 어렵고 방사선 치료로 그 주변 림프조직들이 추가적으로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는 림프 순환 단절이 일어난다. 이는 림프부종 발생의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림프절이 절제된 소동물 모델에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결과 끊어진 림프의 흐름이 회복됐다. 또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모델은 8주간 추적결과 부종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시트 내부 채널을 따라 미세 혈관 및 미세 림프관이 새롭게 생성됐다.

하지만 연구팀이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소동물에 조영제를 주입해 확인한 결과, 상완림프절을 지나는 림프의 흐름이 이식된 림프채널시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지속됨을 해부학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첨단 형광 림프 조영술을 통한 비침습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또 연구팀은 림프절이 절제된 소동물 모델과 림프절 절제 후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소동물 모델의 부종 변화를 8주간 비교 관찰한 결과, 시트 이식 모델에서는 2주차부터 부종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7주 후 정상치로 회복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림프절 절제 모델에서는 이식 모델에 비해 부종 감소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정상치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확인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식한 림프채널시트 내부를 조직검사한 결과, 시트 내부의 채널을 따라 미세 혈관 및 미세 림프관이 새롭게 생성돼 있음을 확인했다. 즉 림프채널시트가 림프의 흐름이 단절된 상황에서 림프 흐름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새로운 림프관 재생을 돕는 환경을 제공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는 “림프순환장애는 특히 유방암을 포함한 여성암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수술 후 후유증이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예방 및 치료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연구가 재생의학 측면에서 림프순환장애의 획기적인 새로운 예방 및 치료전략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림프채널시트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현재 새로운 치료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준비 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생명공학 및 중개의학(Bioengineering&Translational Medicine, 피인용지수 10.684)’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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