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스텐트 후 정기검사, 이제 필수는 아닙니다
심장 스텐트 후 정기검사, 이제 필수는 아닙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8.3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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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팀, 시술 후 정기검사 유효성 분석
정기 심장 스트레스 기능검사, 환자 예후에 큰 영향 없어
전세계 임상의사 교과서 NEJM 게재…가이드라인 반영 예정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신속하게 받아야 한다.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로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 등의 관상동맥질환의 표준치료방법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환자들은 스텐트 삽입 후에도 재발 예방에 신경 쓰면서 철저히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스텐트 삽입 1년 뒤 받는 심장 스트레스기능검사다. 이 검사는 심장 스트레스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통상 지난 20년간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는 허혈성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추적검사로서 운동부하검사, 심장핵의학검사, 약물부하 심장초음파검사 등의 스트레스 기능검사가 정기적으로 권고, 시행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관상동맥 중재시술환자에게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정기검사가 시술 후 환자 예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팀은 공익적 목적의 전향적 다기관 임상연구를 위해 국내 11개 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시술환자 1706명을 무작위로 배정, 시술 1년 후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 849명과 정기검진 없이 표준치료만 진행한 환자군 857명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두 환자군 간 주요 심장사건 발생률이나 사망률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대상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64.7세로 좌주간부질환, 분지병변, 만성폐색병변, 다혈관질환, 당뇨병, 신부전 등의 해부학적 또는 임상적 고위험인자를 최소 1개 이상 동반한 환자였다. 연구진은 시술 2년 후의 사망, 심근경색,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재입원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에서 시술 후 2년째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5.5%, 정기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군에서 6.0%로 집단 간 통계학적 차이가 없었다. 

이로써 연구팀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군환자에서 시술 1년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기보다는 시술 후 가슴통증, 호흡곤란, 기타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이 동반됐을 경우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체계의 적절한 운영에 도움이 되며 환자 안전에도 큰 차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가 현지시간으로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 1년 후 시행하는 정기적 심장 스트레스 기능검사는 임상의사들의 경험에 의한 권고사항이었다. 지금까지 이 검사가 시술 후 고위험환자들의 사망률이나 심장질환 발생률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었던 것이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박덕우 교수는 “이번 논문은 경험에 의존해왔던 관상동맥 중재시술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의 유효성을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로서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검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의미가 매우 크며 실제 환자 진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 또한 재발이 염려돼 무증상인데도 정기검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모든 환자가 필수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받기보다 증상이나 여러 임상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사유무나 그에 맞는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현지시간으로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올해의 주목받는 연구’로 발표됨과 동시에 전 세계 의사들의 임상치료교과서로 불리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전망이다.

NEJM은 전 세계 의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이 논문을 인용하는지를 나타내 학술지의 위상을 반영하는 ‘피인용지수(I.F)’가 176.079로 실제 임상 의사들의 치료 지침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 권위의 임상논문저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교과서에 반영된 대표적인 임상연구들이 NEJM에 실렸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의료진은 이번 연구논문을 포함, 지금까지 주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NEJM에 총 8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NEJM에 논문을 게재한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를 필두로 관상동맥질환을 치료하는 중재시술팀이 여섯 편, 판막질환을 치료하는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가 두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특히 박승정 교수는 NEJM에 게재한 중재시술팀 논문 6편에 모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아시아 최초이자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성과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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