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법률] 보험약관상 면책조항과 설명의무
[건강과 법률] 보험약관상 면책조항과 설명의무
  • 동방봉용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9.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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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봉용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많은 사람이 혹시 모를 질병·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가입해놓는다. 이때 중요한 것이 보험사와 고객 간 소통이다. 보험사 측은 보험계약 체결 시 해당 보험에 대한 설명 의무를 다해야 하며 고객 또한 이를 꼼꼼히 확인한 후 서명해야 한다. 

실제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 본문에서는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에서는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638조의3 제1항에서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약관 중 보험사의 면책조항은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기에 반드시 보험가입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설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보험자의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관한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의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A씨는 2007. 7. 30. B보험사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15. 5. 11.경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2015. 6. 2.경부터 2016. 2. 25.경까지 스테로이드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A씨는 2015. 8. 29.경 양측 고관절 무혈성 괴사를 진단받았고 이는 재생불량성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투약한 약물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었다. A씨는 2016. 3.경 우측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고 2017. 5. 8.경 좌측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았다.

A씨는 우측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 부분에 대해 B보험사에 보험금 청구를 해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좌측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에 대한 부분은 지급거절당했다.

B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외과적 수술 또는 그 밖의 의료처치’를 원인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면책조항을 근거로 A씨에게 발생한 장해는 재생불량성빈혈의 치료과정에서 약물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것으로 의료처치에 의한 손해에 해당하기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야기된 상해가 아니라 기존의 질병이고 이 사건 약물 투약행위는 A씨의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처치행위이며 이로 인해 A씨에게 발생한 이 사건 장해는 면책조항이 정한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0다256675, 2020다256682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돼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따라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또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의료과실·부작용·합병증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었다거나 국내 각 보험회사가 위 표준약관을 인용해 작성한 보험약관에 포함돼 널리 보험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사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에 해당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료처리 과정의 부작용으로 인한 장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서 상해보험의 성질상 당연한 경우를 규정한 것에 불과해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보아 이에 대한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최근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과 취지를 같이하면서 약관의 중요사항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 측에 있다는 전주지방법원의 판결(전주지방법원 2022. 3. 24. 선고 2021나2052, 2021나2069)도 나왔다. 

C씨는 2019. 7.경 유도분만에 실패해 응급제왕절개술을 통해 아이를 출산했으나 그 과정에서 복강내 출혈로 인한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로 사망했다. 이에 상속인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의료과실로 인해 출산 중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면책조항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지급거절했다.

이 사건에서 전주지방법원은 ‘망인이 이 사건 청약서나 상품설명서에 자필로 서명한 사실은 인정되나 청약서나 상품설명서에 이 사건 면책조항의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고 보험설계사가 이를 설명한 후 망인이 자필로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면책조항의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보험사는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보험설계사가 면책조항의 내용과 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는 내용의 모집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위서에 ‘보험모집인의 불완전판매로 인해 보험회사가 부득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모집인에게 변상조치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사항’이 있는 경우라면 보험모집인은 손해배상책임을 추궁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지위에 있기에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일반인이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개입돼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보인다(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2다107051 판결).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외과적 수술 또는 그 밖의 의료처치 등을 면책조항으로 둔 취지는 피보험자는 일상생활에서 노출된 위험에 비해 상해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을 처음부터 보험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고 다만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보험사고인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으로 인한 위험에 대해서만 보험보호를 부여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2다107051 판결).

하지만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하고(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보험약관은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미리 작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험회사에게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가중시키는 것은 보험가입자의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개별적 사안마다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또 명시·설명의무의 면제대상이 되는 내용은 무엇인지 여전히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이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이 부분은 대법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향후 이에 관한 대법원의 보다 명확한 판단기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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