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이 암수술 후 사망위험 더 낮다?
뚱뚱한 사람이 암수술 후 사망위험 더 낮다?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2.09.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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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연구팀, 비만의 역설 연구결과 발표
BMI 25 이상, 암수술 후 3년 내 사망위험 가장 낮아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비만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낙관해선 안 되며 이번 연구는 수술을 앞둔 암환자의 체중이 적정수준 이하라면 보다 주의 깊은 관찰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뚱뚱한 사람일수록 암수술 후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 암환자에게서도 다시 한 번 밝혀진 셈이다.

비만의 역설이란 비만 그 자체가 질환이면서 다른 질환의 원인인 건 분명하지만 일부 질환에서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특히 관상동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신부전 등 질환자가 수술할 경우 비만환자의 예후가 더 양호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종환·박정찬 교수, 순환기내과 이승화 교수 연구팀(이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을 통해 비만환자의 암수술 후 사망위험이 정상체중이거나 마른 환자보다 낮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2010년 3월부터 2019년 12월 사이 수술 받은 암환자 8만7567명을 추적 관찰했다.

이들 환자를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18.5 미만인 경우는 저체중(2787명, 3.2%) ▲18.5 이상 25 미만은 정상체중(5만 3980명, 61.6%) ▲25 이상은 비만(3만 800명, 35.2%)으로 나누고 환자들의 수술 후 사망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수술 후 3년 내 사망환자는 전체 환자의 6.4%인 5620명으로 BMI만 놓고 봤을 때 비만환자의 사망위험이 가장 낮았다. 비만환자의 경우 사망위험이 정상체중 환자보다 31% 낮게 평가됐고 저체중 환자에 비해선 62%나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경향은 같은 비만환자 중에서도 체중이 더 나갈 때 보다 뚜렷했다. BMI가 30이 넘는 환자만 따로 추렸을 때 이들의 경우 정상체중환자와 비교 시 사망위험이 43% 낮았다. 암의 재발위험 역시 비슷했다. 비만환자의 경우 재발위험이 정상체중 대비 19%, 저체중환자와 비교하면 16% 줄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몇 가지 추론을 내놨다.

우선 체력적 부담이 큰 암수술의 경우 비만환자가 정상체중이나 저체중환자보다 상대적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비만환자가 수술 후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에서 다소 우위에 있는 만큼 이 부분 역시 환자의 예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또 비만환자는 여러 질환을 동반해 각종 검사와 검진을 자주 받아 상대적으로 암을 빨리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득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단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보고 비만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낙관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비만에 따른 호르몬과 밀접한 유방암이나 부인암 등의 여성암은 비만의 역설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관한 이종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종과 병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향후 보다 정교한 연구가 이어져야 비만의 영향을 정확히 평가 내릴 수 있다”며 “하지만 수술을 앞둔 암환자의 체중이 적정수준 이하라면 상대적으로 예후가 불량하다는 걸 입증한 만큼 이 경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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