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루푸스, 마음먹기 나름이죠
‘천의 얼굴’ 루푸스, 마음먹기 나름이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9.05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꾸준한 치료·관리하면 임신도, 건강한 일상도 가능 
피부발진부터 뇌경색까지 증상 다양…다학제진료 필수
관리는 환자 몫, 의사는 조력자…병 다독이면서 동행해야

홍승재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을 대하는 환자의 마음가짐이자 치료에 대한 강한 의지”라며 “루푸스는 적합한 약물치료와 생활관리를 꾸준히 지속하면 얼마든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병을 잘 다독이면서 관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를 고달프게 하는 질환 중에는 증상마저 너무 다양해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표현되는 질병들이 있다. ‘전신홍반성 루푸스(이하  루푸스)’도 그중 하나.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루푸스는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많고 설령 알더라도 다양한 증상 때문에 처음부터 의심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루푸스는 정확한 진단 후 꾸준히 치료·관리하면 임신·출산도, 건강한 일상을 누리는 것도 가능하다. 루푸스환자와 동행하고 있는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루푸스는 이름부터 생소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인가.

우리 몸에 많이 생긴 자가항체가 내 몸에 여러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이 우리 몸을 공격하면 이것에 대응하는 면역세포들이 나오는, 즉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 후에 자가면역성이 생겨서 면역세포들이 엉뚱하게 내 몸을 공격하는 것이다. 

루푸스는 염증이 피부나 관절, 나아가 폐와 심장, 혈관, 뇌신경계를 공격하면서 전신에 염증과 장애를 일으킨다. 루푸스라는 이름은 늑대를 뜻하는 라틴어 ‘lupus’에서 유래된 말로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인 피부염증에 의한 발진이 마치 늑대에 물린 것처럼 보여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 국내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환자 추이도 궁금하다.

우선 루푸스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2.5명, 유병률은 26.5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계에서는 성별·연령을 보정한 인구 10만명당 표준화 유병률이 2013년 34.6명에서 2017년 45.6명으로 약 1.3배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성별로는 남녀 모두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여성이 훨씬 많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은 2013년 10만명당 7.1명에서 2017년 10.4명으로 증가했고 여성은 2013년 10만명당 62.1명에서 2017년 81.0명으로 증가해 남녀 성비는 1:7.8로 분석된다. 

특히 루푸스는 가임기 젊은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최근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연령별 유병률은 15세부터 49세까지 폭넓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40~44세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환자수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같은 루푸스환자라도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고. 

‘천의 얼굴’이라 불리는 질환답게 증상이 너무나도 다양해 사실 처음부터 류마티스내과를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의사가 보는 징후에 따라 방문 경로가 다양하며 증상에 따라 진료 범위도 달라진다. 따라서 루푸스는 임상과 간 협진, 즉 다학제진료가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얼굴(보통 나비모양으로 빨갛게 올라옴)이나 사지의 피부발진 ▲광과민반응 ▲탈모 등이 주요 증상이면 피부과 협진이 필요하고 신장을 침범해 ▲전신부종 ▲혈뇨 ▲단백뇨 등의 증상을 보이면 신장내과, 일반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감소 소견을 보이거나 ▲빈혈 ▲어지럼증 ▲잦은 멍 등이 나타나면 혈액내과, ▲경련 ▲발작 ▲뇌경색 ▲우울증 등 뇌신경계 침범소견이 있으면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경희대병원 희귀질환클리닉에서는 다학제진료가 신속·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구축했으며 혈액검사, 자가항체검사 등 필요한 검사들을 종합해 최종 확진하고 있다.  

- 보통 자가면역질환은 원인이 불분명한데. 루푸스는 어떠한가.

루푸스도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루푸스를 일으키는 어떤 유전적소인이 있는 환자들이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감염, 자외선 및 여성호르몬 과다노출, 극심한 스트레스 등 환경적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유전적소인과 연관이 있다고 하니 가족력의 영향도 궁금해진다.

가족 중 루푸스환자가 있는 경우 다른 가족에게 이환될 확률은 약 5~12%로 추정된다. 따라서 루푸스 가족력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필요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증상이 없는 경우라면 굳이 검사받으라고 권하진 않는다. 경각심을 갖고 건강을 관리하는 건 좋지만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해 괜한 걱정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푸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온 가족이 검사받을 필요는 없으며 관련 증상을 잘 숙지하고 발생 시 빨리 류마티스내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임기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임신‧출산 부분도 염려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루푸스환자도 얼마든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다만 임신시기가 중요하다. 질병활성도가 없는, 즉 증상이 완화된 관해상태가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활동성루푸스신염, 심한 페동맥고혈압, 만성콩팥병증, 전자간증 등을 앓은 병력과 합병증이 없어야 한다. 

또 산모가 항Ro(SS-A)항체를 갖고 있으면 2%가량의 아이에서 신생아루푸스가 발병한다. 신생아루푸스는 정상보다 심장이 늦게 뛰는 부정맥, 출생 후 6개월 뒤에 사라지는 발진 등이 나타난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할 때 반드시 항Ro(SS-A)검사를 해서 양성인지 판단해야 하며 만일 양성이면 임신 16~24주에 태아심장초음파검사를 실시해 아이의 심장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제 또한 임신 전 중단해야 해서 임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신중하게 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한다. 

- 루푸스는 어떻게 치료하는가. 약물치료만으로 증상 조절이 가능한지.

조절 가능하다. 다만 루푸스의 활성도와 염증이 침범한 장기에 따라 다르며 루푸스 활성도가 낮은 경우와 높은 경우로 나눠 치료를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루푸스 활성도가 낮은 환자는 피부발진이나 심낭염, 관절염 등이 동반된 경우로 항말라리아제, 저용량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투여한다. 반면 신장이나 뇌신경계, 폐, 심장 등 중요한 장기를 침범해 활성도가 높은 환자들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한다. 이밖에 합병증 치료를 위해 이뇨제, 혈압강하제, 항경련제, 항생체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장기간 치료하는 만큼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클 것 같다.

약효와 부작용은 정말 피할 수 없는 관계인데 스테로이드가 대표적이다. 효과가 뛰어나지만 장기간 치료 시 여러 합병증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는 정말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용량만 투여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치료 시작 전 환자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즉 환자에게 이 약이 효과가 좋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으며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 약을 처방하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다. 또 약을 열심히 복용해 증상이 완화되면 복용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안내한다.  

의사가 부작용까지 충분히 고려해 적정 용량을 처방한다는 것을 환자가 인지하면 불안해하지 않고 의사를 신뢰하게 되고 복약순응도 역시 올라간다. 스테로이드는 소통에 따라 명약이 될 수도 있고 아주 위험한 약이 될 수도 있다.

-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환자들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하나.

치료의 첫 단추는 ‘환자의 말을 잘 듣는 것’이라는 점을 진료철학으로 삼고 충분한 소통을 통해 두터운 신뢰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특히 환자들에게 “이전 외래 때 여기가 불편하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떠세요?”라고 다시 물어봐주면 환자는 그 순간 마음이 열려 의사를 더 신뢰하게 된다. 나아가 이는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원동력도 될 수 있다.  

루푸스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일수록 이러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루푸스는 동반질환과 합병증도 잘 생겨 내원할 때마다 환자들은 다른 증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에 ‘많은 설명을 하려고 하기보다 환자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늘 생각으로 진료실에 들어가는데 실제로 이렇게 하다 보면 특별한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환자들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 마지막으로 루푸스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루푸스는 완치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이길 수 없는 질병은 ‘관리’를 하면 된다. 단 의사는 관리를 도와주는 헬퍼, 즉 조력자일 뿐이며 병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나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환자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절대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주치의와 함께 증상을 잘 다독이면서 관리하다 보면 언젠간 내가 루푸스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활력 있게 일상생활을 하는 순간이 온다. 루푸스가 이어준 평생의 동반자라는 마음으로 환자들의 모든 순간순간에 동행할 것이다. 환자들도 루푸스와 더불어 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씩씩하게 대처해나갔으면 좋겠다.  

TIP. 홍승재 교수가 전하는 ‘생활 속 루푸스 관리’ 이것만은 꼭!

1. 자외선 노출 피하기

: 광과민반응이 있는 환자는 햇볕을 쬔 후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한낮 야외활동을 피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선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긴팔, 양산 등으로 피부의 자외선노출을 최소화한다.

2.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 걷기 등 본인이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해 매일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좋다.

3. 적절한 휴식과 수면 취하기

: 루푸스는 컨디션관리가 매우 중요해서 평소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잘 조절해야 한다. 작업환경 조정, 취미활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등을 추천하며 칼슘과 비타민D 등 영양분을 고루 갖춘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해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4. 여성호르몬 노출 주의하기

: 여성호르몬도 루푸스의 위험인자로 꼽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피임이나 갱년기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여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 루푸스가 악화될 수 있어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5. 건강기능식품 임의로 복용하지 않기

: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성분 등은 자가면역성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주치의에게 해당 제품을 복용해도 되는지, 현 상황에서 이 제품을 복용하는 것이 과연 좋을지 먼저 물어보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