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절반 이상은 “들어본 적도 없어”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절반 이상은 “들어본 적도 없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9.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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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치매학회, ‘설립 20주년 및 치매 극복의 날’ 기자간담회 개최
경도인지장애 인식 개선 필요성 및 초고령사회 치매관리 정책 제안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악화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부터 올바른 인식과 적극적인 예방 치료가 필요한데 현재 경도인지장애는 경증질환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질병분류코드부터 보다 과학적으로 분류해 의료현장에서부터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만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5.8%를 차지하는 고령화사회다. 이르면 2025년 이 비율이 20% 이상을 초과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치매환자수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치매의 전 단계라고 알려진 경도인지장애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치료를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부터 올바른 이해와 예방·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의료현장에서조차 경증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국민인식은 더더욱 낮은 실정이다.

이에 대한치매학회는 설립 20주년 및 치매 극복의 날(9월 21일)을 기념, 금일(19일) 코리나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경도인지장애의 인식 개선 필요성과 치매국가책임제 이후 필요한 치매관리 정책에 대해 제언했다.

■경도인지장애환자 200여만명…경증질환 인식 바로잡아야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수는 2010년부터 10년간 약 3.2배 증가해 2021년 67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이 경도장애인지환자 추이다. 이 역시 2016년 196만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1년 254만명에 이르렀다.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 치매 전 단계로 병적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된 질환이다. 즉 아직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같은, 나이, 학력을 가진 동년배의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인지기능검사상에서 유의한 저하가 관찰되는 상태다. 무엇보다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 조기에 진단·치료해야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수년 이상 관찰하다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 실정이다.

질병분류상 F코드로 묶여 경증질환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은 “경도인지장애는 현재 질병코드 F06.7로 분류되고 있는데 F코드로 분류되면 실손보험에서 배제되는 등 여러 불편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인 경우보다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지만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필요한 인지훈련, 인지재활 등을 시행하면 치매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며 “중증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다 과학적인 분류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홍보이사는 최근 개발 중인 2세대 항체치료제를 소개하면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환자를 조기 진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강조했다. 

치매 치료 패러다임 변화…경도인지장애 조기 진단 중요성↑

경도인지장애 인식 개선은 최근 변화한 치매 치료제 개발 패러다임에 부합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치매치료제는 2003년 이후 신규로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다행히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2세대 항체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임재성 홍보이사는 “이 치료제들은 증상 완화가 아닌 병을 근본부터 치료하는 약으로 기대감이 높다”며 “특히 주 치료대상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환자’들로 제한하고 있어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향후 악화 가능성이 있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증질환이라는 오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도 적절한 진단검사와 추적관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학회는 치매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한 제반 환경을 조성해 경도인지장애부터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형 기획이사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국민인식이 매우 낮은 만큼 이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 잘 모르는 국민 많아…인식·경각심 높여야 

치매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국민인식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실제로 대한치매학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만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 오늘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응답자가 73%나 됐으며 65%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고 88%는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다고 답했다.

대한치매학회 박기형 기획이사는 “매년 10~15%의 경도인지장애환자는 치매로 진행되지만 용어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제 치매가 증상이 나타난 뒤 이를 완화하는 방향이 아닌 근본적인 예방, 치료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경도인지장애 인식 개선에 있어 정부와 학회의 노력은 물론 국민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비용은 2013년 11조7000억원이었으나 2060년에는 43조2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예측된다”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비용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고민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치매 전문인력 양성, 민간영역 확대 등 대책 필요

한편 이날 대한치매학회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치매 예방과 관리 정책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는 “치매환자가 늘어갈수록 치매 관리비용 부담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비용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비용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적개입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대한치매학회는 치매환자와 가족 모두 걱정 없는 ‘치매친화사회’ 구축을 위해서는 ▲치매 예방 분야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민관 합동 치매관리체계 구축 ▲치매 고위험군 고령층 지원 확대 ▲치매 관련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호진 정책이사는 “그동안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치매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사회적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 육성 지원이 부족하고 공공기관 위주의 정책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늘어나는 치매환자 관리 수요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효율적인 치매 관리를 위해서는 민간영역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고 치매 전문가 육성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처럼 민간영역에서의 협업을 통해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과 놀이공간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은 일상 속에서 타인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우울감을 완화하고 인기지능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활동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치매학회는 국립현대미술관과 6년째 ‘일상예찬’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작품 감상과 창작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치매환자의 문화접근성 향상과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를 돕고 있으며 매년 참여한 치매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에는 치매환자와 보호자가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일상예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운영, 작업치료사를 대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각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환자와 보호자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대한치매학회는 치매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공식 유튜브 채널 ‘기억을 부탁해’를 운영하고 있다. 

양동원 이사장은 “우리 학회는 그간 치매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세심히 헤아리고 보살피기 위해 치매분야의 연구학술활동과 함께 환자, 보호자는 물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며 “모든 국민이 치매에 대한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예방·관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TIP. 이럴 때 경도인지장애 의심하세요! 

▲이전과 달리 중요한 약속, 행사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말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고 ▲평소 다니던 곳을 못 찾고 ▲매번 잘 쓰던 도구조작이 서툴러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단계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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