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형태도 변했다…국내 금연정책, 이대론 안 돼
흡연형태도 변했다…국내 금연정책, 이대론 안 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0.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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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연구회(KASS), 제3차 심포지엄 개최
정부산하기관·언론·교사·의사·시민 등 모여 금연정책 개선 한목소리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연구회(KASS)가 5일 금연정책을 주제로 제3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내 성인 남성 기준 흡연율은 최근 몇 년간 감소세였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흡연율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높은 편이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19년 OECD 36개 회원국의 15세 이상 성인의 매일 흡연율 평균은 16.4%로 우리나라와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남성흡연율은 OECD 평균이 20.4%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8.5%로 OECD국가 중 다섯 번째로 높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담배, 가향담배 등 신종담배의 등장으로 흡연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청소년들의 흡연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금연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규제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 금연정책을 주제로 논의의 장을 펼쳤다.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연구회(Korean Academy for Smoke Free Society, 이하 KASS)’는 5일 계명대동산병원 시온실에서 제3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KASS는 윤방부 회장(연세대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을 필두로 의사, 교사, 언론인, 정책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학술단체로 지난해 9월 첫발을 내디뎠다.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를 조성하고 효율성 있는 금연정책 수립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연간 심포지엄을 개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연정책’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그 세 번째 자리. 윤방부 박사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전문가들의 특강 및 주제발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이탈리아 카타니아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인 리카르도 폴로사 박사(Riccardo Polosa MD, PhD.)의 특강이 진행됐다. 폴로사 박사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금연 : 과거&현재와 미래(Smoking cessation for COPD: past, present & future)’를 주제로 흡연이 호흡기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연합뉴스 김길원 의학담당기자가 ‘언론인이 본 금연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특강에 이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언론분야에서는 연합뉴스 김길원 의학담당기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수석부회장 겸 운영위원장)가 대표로 목소리를 냈다.

김길원 기자는 ‘언론인이 본 금연정책’을 주제로 우리나라 담배 역사와 조선시대 왕 및 학자들이 남긴 담배 위해성에 대한 기록들을 소개, 오랫동안 한국인의 삶에 자리한 담배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나아가 김길원 기자는 언론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언론이 주목한 담배의 위해성에 관해 언급하면서 “금연과 금연정책 필요성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불과 50여년 전이다. 그마저도 언론에서는 금연에 따른 정부의 세소감소를 우려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났다”며 “건강상의 위해성에 대한 보도 역시 외신 보도를 단순히 인용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은 흡연 위해성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금연정책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강화될 수 있도록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눈길을 끌었다.

녹색재단 이순영 이사장(담배문제 시민행동 상임대표)은 ‘시민단체에서 보는 금연정책’을 주제로 흡연과 비흡연자의 건강관리권 보장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순영 이사장은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 기금의 사용에서는 금연교육 및 광고, 흡연피해 예방 및 흡연피해자 지원 등 국민건강관리사업이 최우선 항목으로 명시돼 있으나 실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편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곧 대한민국 헌법 그중에서도 제36조 3항에 명시된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국가가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순영 이사장은 관련 예산을 별도로 구축해 흡연자에게는 건강관리 및 흡연권(건강한 흡연 시설환경 보장)을 보장하고 비흡연자에게는 간접흡연 예방 및 건강권리 추구권을 보장하는 등 국민 건강 회복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실효성 있는 금연 프로그램 개발과 더불어 여성, 어린이, 청소년을 흡연환경으로부터 적극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계명대동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배옥석 교수, KASS 윤방부 회장, 이탈리아 카타니아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리카르도 폴로사 박사, 계명대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

청소년 흡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금연정책 개선 목소리도 주목을 받았다. 

박두경 동원중학교 교사(대구금연교육회)는 금연지도의 한계점을 언급하면서 학교금연정책의 현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박두경 교사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자료와 학생 인권, 신종담배 출현, 숨은 흡연자 파악 어려움, 코로나19로 인한 금연지도인력 공백 등으로 금연지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하며 “국가와 교육현장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두경 교사는 “국가에서는 흡연예방지도자 양성과 학교흡연예방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각종 교육훈련사업을 시행하고 학교에서는 신종담배교육 등 담배 진화에 맞춰 변화된 흡연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금연 서포터즈활동, 동아리활동 등 학생들이 주도할 수 있는 흡연예방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보건소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 학부모와 지역사회 주민도 동참해 학생들이 금연의지와 흡연예방 인식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계명대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대구지부장)가 ‘흡연 해독연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대현 교수는 “흡연 위험에 대한 연구들이 학계에서 지속되면서 흡연율이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1960~70년대부터 ‘순한’ ‘목넘김이 좋은’ 담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이 담배들은 니코틴의 함량을 1/10로 줄였다지만 실제 암 및 심장병 등의 발생은 줄이지 못했다. 이는 흡연자가 충분한 니코틴을 흡입하기 위해 담배를 더 깊이 들이마시고 많이 피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08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가열담배는 청소년과 성인 흡연자 모두의 흡연욕구를 높였는데 이 역시 일부 독성물질 함량이 1/10~1/20 정도로 적지만 각종 질병(암, 폐질환, 심장병, 뇌졸중) 예방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주제 발표 후에는 대구금연교사회 김명화 교사와 경북금연교사회 김양식 교사가 패널로 참석,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자유토론을 통해 금연정책에 대한 보다 폭넓은 논의의 장을 펼쳤다.

KASS 윤방부 회장은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정부산하기관, 언론인, 시민단체, 의료인, 교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흡연 위해성과 금연정책 개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오늘 활동이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또 하나의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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