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쥐눈이콩만 약콩? 검은콩은 모두 약콩이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쥐눈이콩만 약콩? 검은콩은 모두 약콩이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0.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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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보통 검은콩은 밥에 넣기도 하고 콩자반을 만들거나 콩나물을 키워 먹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검은콩을 볶아 놓고 간식으로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때 사용되는 검은콩은 대두콩의 일종이다. 대두콩에는 노란색과 검은색이 있다. 검은콩을 구하려고 했는데 크기가 작은 검은콩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차이는 무엇이고 어떤 것을 먹으면 좋을까.

검은콩은 색이 검은 콩을 총칭한다. 시중의 흑태, 서리태(속청), 서목태 등으로 부르는 것들이 모두 검은콩이다. 문헌에 기록된 흑두(黑豆)나 흑대두(黑大豆), 흑태(黑太)란 이름의 콩들은 모두 검은색 대두콩을 말한다. <향약집성방>에는 ‘대두(大豆)에는 검고 흰 두 종류가 있다. 검은 것은 약으로 쓰고, 흰 것은 쓰지 않는다. 단단하고 작은 것이 수컷 콩이고 약으로 더 좋다’고 했다.

작고 단단한 콩 중에는 서목태(鼠目太)라는 종류가 있다. 서목태는 대두콩과는 다른 종류이다. 서목태는 과거 말의 사료로 사용해서 마료두(馬料豆)라고도 했고 벼를 심은 논 근처에서 잘 자라서 여두(穭豆)라고도 불렀다. 여(穭)는 벼를 뜻한다.

서목태는 익어서 벌어진 콩깍지 안에 두 개의 작은 검은콩 모양이 마치 쥐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런데 문헌을 보면 서목태를 간혹 ‘여우콩’으로 해석해 놓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여우콩은 콩과이긴 하지만 역시 서목태와는 다른 종류의 콩이다.

문헌에는 여우콩 나무를 녹곽(鹿藿)이라고 했다. 사슴이 여우콩잎을 잘 먹기 때문이다. 녹곽(鹿藿)은 칡잎을 의미하기도 한다. 녹곽의 열매를 녹두(鹿豆)라고 한다. 이 녹두가 바로 여우콩이다.

그런데 이 콩잎이 마치 여우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여우콩’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도 있고 익어서 열매가 벌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여우 얼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자세히 보면 정말 붉은색의 여우콩깍지는 붉은여우의 얼굴처럼 보이고 그 안에 있는 작은 검은콩은 눈동자처럼 보인다.

검은콩은 종류에 상관없이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일부 문헌에는 기운이 따뜻하다고 했다. 검은콩의 기운은 평이하면서도 따뜻하다. <본초강목>에는 ‘흑대두(黑大豆)와 여두(穭豆)는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고 했고 ‘녹두(鹿豆)는 맛은 쓰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고 했다. 여우콩만 맛이 약간 쓴 것을 빼면 모두 동일한 약성이다.

검은콩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바로 해독이다. <동의보감>에는 ‘모든 열독(熱毒),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없앤다. 흑두(黑豆)와 감초를 동일한 양으로 달여 먹는다. 이것을 감두탕(甘豆湯)이라 한다’고 했다. 검은콩은 광물질의 독, 제반 약의 독성도 해독한다. 현대인들도 약물을 과다복용하는 경우 차처럼 마셔도 좋겠다.

검은콩은 콩팥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흑대두(黑大豆)는 콩팥에 생긴 병을 치료하고 수(水)를 소통시키고 기를 내린다’고 했다. 콩은 콩팥처럼 생겼고 검은색의 오행(五行)으로 수(水)의 색이다. 이에 검은콩은 콩팥병을 치료한다. 이는 검은콩에 이뇨작용이 있으면서 성기능을 강화시키고 모발을 검게 하는 효능이 있는 이유로도 설명된다.

검은콩은 부종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흑두는 부종을 치료한다’고 했다. 물에 한 번 달인 후 다시 술을 넣고 달여 먹는다고 했다. 검은콩도 팥처럼 이뇨작용이 뛰어나 평상시 소변이 잘 나가지 않으면서 부종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 <식품집>에는 ‘대두는 축수(逐水)작용이 있다’고 했고 <본초강목>에는 ‘흑대두는 수창(水脹)을 몰아낸다’고 했다. 이에 검은콩은 단순한 이뇨작용을 넘어 강력한 축수효과로 복수(腹水) 등에도 사용했다.

검은콩은 단백질뿐 아니라 검은색에 포함된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면역력강화, 노화방지, 혈관건강 등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검은콩의 이로운 효능을 얻으려면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검은콩은 술로 담가 중풍 예방을 위해서나 중풍 후유증에 복용했다. 검은콩 술을 두림주(豆淋酒)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흑두는 중풍으로 입을 열지 못하여 말을 하지 못하고, 구안와사와 반신불수가 있는 경우를 치료한다. 흑두를 매우 뜨겁게 볶고, 이것을 바로 술에 담가 두었다가 하루에 3번씩 마신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흑두를 볶아서 검게 만들고 뜨거울 때 술에 넣어서 조금씩 마신다’고 했다. 흑두와 술의 비율은 1:5 또는 1:3 정도이며 오랫동안 담가뒀다 먹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음 날부터 마셨다.

<본경속소>에는 ‘여두(穭豆)는 술에 넣어서 조금씩 마시면 나쁜 풍을 없애고 풍으로 생긴 저린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습유>에는 ‘검게 볶은 여두에 술을 부어내린 두림주는 두풍(頭風)이나 각기(脚氣)를 치료한다’고 했다. 두림주는 중풍 후유증, 팔다리가 저린 증상, 각기병 등에 활용됐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는 검은콩술이 노폐물 제거, 해독, 말초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검은콩은 항노화작용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흑대두는 오래 복용하면 안색을 좋게 하고 백발을 변화시키며 노화를 방지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흑대두는 오래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하얀 머리털을 변하게 하고 늙지 않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습유>에는 ‘여두는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도한(盜汗, 야간 식은땀)을 멎게 하고 신(腎)을 보해주고 혈(血)을 생성하고 눈을 밝게 하고 정(精)을 증가시킨다. 하수오 등과 함께 쪄서 익힌 다음 흑두만을 먹으면 수염과 머리털이 세지 않는다’고 했다.

구체적인 복용법으로는 검은콩을 말려서 생으로 끓인 물로 섭취하는데 한 알로 시작해 하루 한 알씩 늘려 100일째 100알까지 늘린다고 했다. 만일 대변으로 소화가 안 된 콩이 나오면 양을 늘리지 말고 유지하다가 소화가 돼서 나오면 양을 늘린다고 했다.

일부에서 검은콩으로 콩국수를 만들 때 색이 어둡고 식감이 좋지 않다면서 껍질을 벗겨내고 갈아서 만드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안타깝다 못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만일 검은콩의 껍질을 벗겨내고자 한다면 먼저 통째로 2시간 정도 삶아 껍질은 까서 버리더라도 그 물은 졸여서 국물에 넣어 섭취해야 한다. 검은콩의 껍질을 벗겨내거나 그 삶은 물을 버린다면 검은콩의 효능을 얻을 수 없다.

검은콩은 콩의 단백질과 더불어 껍질의 안토시아닌을 포함하기 때문에 건강에 더욱 이롭다. 안토시아닌은 항산화제로서 면역력강화, 노화방지, 혈관건강, 안구질환 등에도 좋다. 따라서 검은콩을 직접 통째로 먹지 않더라도 끓여서 먹거나 술을 담가 먹어도 효과가 있다. 밥에 넣거나 콩자반 등으로 섭취하려고 한다면 흑대두가 좋고 끓여서 먹거나 술로 담가 먹고자 한다면 이왕이면 서목태가 좋겠다.

보통 약콩이라고 부르는 콩은 바로 서목태를 말한다. 하지만 서목태가 아니라도 검정콩이라면 모두 약용할 수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검은콩은 어떤 것이라도 약콩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검은콩은 검은색 껍질이 약으로 검은콩이라면 모두 약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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