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 약 ‘제형’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약 이야기] 약 ‘제형’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2.0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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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1: 오늘 화장실에 갔는데 어제 먹은 약이 대변으로 도로 나왔어요.
환자2: 지난번에 사간 약 엉터리 같아요. 약을 먹고 한참 있다 토했는데 약이 녹지도 않고 그대로 나왔어요. 그럼 효과가 없잖아요?
환자3: (약포지를 뜯더니 바로 입에 넣어 오독오독 씹어 먹는다.)
환자4: 왜 이 약은 약포지에 같이 포장하지 않고 따로 주나요?

‘병 하나에 약은 만 가지’라는 말이 있다. 약은 이름만큼 형태도 다양하다. 약 형태를 가리키는 말은 ‘제형’이다. 약에는 먹는 약인 ‘내복약(內服藥)’과 먹지 않는 ‘외용제(外用劑)’가 있다.

가장 흔한 투약법은 먹는 것이다. 먹는 약은 알약, 정제, 캡슐제, 환제 등으로 나뉜다. 약을 먹으면 소화와 대사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약효 성분이 핏속으로 들어가 약효를 낸다.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정제는 크게 ▲나정(裸錠: 표면이 거칠고 약 가루가 손에 묻음) ▲당의정(표면에 윤이 나고 첫맛이 달콤함) ▲필름코팅정(표면에 윤기가 덜함) ▲설하정(혀 밑에 넣어 녹임) ▲저작정(씹어먹음) ▲발포정(물에 녹여 먹음) 등으로 나뉜다. 또 물없이 입안에서 녹여 먹는 ▲트로키제 ▲구강붕해정 ▲필름정 등도 개발돼 있다.

캡슐제에는 가루약이 들어있는 경질 캡슐제와 말랑말랑한 연질캡슐제가 있다. 환제는 대개 생약을 원료로 만든 것이 많으며 씹어 먹는 큰 환제와 물로 삼키는 작은 환제가 있다.

정제, 캡슐제 중 이름에 ‘XR, SR, CR, ER, 오로스, 서방, 이중, 지속’ 등이 붙은 것은 위에서 한꺼번에 녹지 않고 위와 장에서 각각 녹아 약효가 빠르면서 오래가는 특수 제형이다. 이 중에는 약 껍데기가 약 모양 그대로 대변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환자1이 여기에 해당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약성분이 위에서 파괴되는 약,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약, 장에서 효과를 내는 변비약이 있다. 변비약은 위가 아닌 장에서 녹도록 만들어진다. 장용정(腸溶錠), 장용(腸溶)캡슐이 그런 약이다. 환자2 사례는 해당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XR 등의 특수제형이나 장용정, 장용캡슐 등은 우유로 삼키거나 제산제 등 위장약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으며 섭취 후 2시간 이상 시간간격을 둬야 한다. 씹어 먹거나 갈아먹거나 잘라먹어도 안 된다. 약은 대부분 그냥 삼키는 것이 가장 좋다. 환자3은 이를 어긴 것이다.

단 씹거나 녹여먹는 정제는 그렇게 먹어야 효과가 빠르다. 특수제형의 약은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연질캡슐제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우유로 삼켜야 좋다.(5월28일자 참고) 공기를 쐬면 녹기 쉬운 성분으로 만든 약은 약포지에 조제하지 않고 생산된 그대로 투약하여 먹을 때 포장에서 꺼내서 먹어야 한다. 환자4가 의문을 가졌던 것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알약은 대체로 환제<정제<캡슐제 순으로 빨리 녹아 약효가 빠르다. 설하정은 소화나 대사 과정 없이 약효성분이 바로 혈액으로 침투해 먹는 약 중 효과가 가장 빨라 협심증 등 급한 증상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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