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눈의 날] 유전성 망막질환, 새 치료전략으로 ‘희망’ 본다
[세계 눈의 날] 유전성 망막질환, 새 치료전략으로 ‘희망’ 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0.13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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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기부터 각종 시각장애증상 나타나 삶의 질↓
최근 유전자치료로 문제 유전자 근본치료 가능해져
야맹증, 시야좁아짐 등 이상 있으면 빨리 안과진료
망막질환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위험이 높지만 조기에 정확한 진단 후 치료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전성 망막질환은 최근 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전략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면서 시기능 회복은 물론, 실명위험을 낮출 수 있게 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눈의 날’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구십 냥’이라는 말도 있듯 눈 건강은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잘 알면서도 큰 이상을 느끼지 않는 이상 눈 건강관리에 소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망막은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심하게 손상될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망막질환은 조기진단‧치료가 더욱 중요한데 그중 유전성 망막질환은 소아청소년기부터 시각장애가 나타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희귀질환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근본적인 치료방법도 없어 실명에 이르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다행히 최근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유전자치료 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유전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개발되면서 근본치료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시각장애 증상…일상활동 지장, 우울·불안감도 커

유전성 망막질환은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망막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여러 망막질환을 모두 포함하며 망막색소변성증 등이 대표적이다.

망막은 눈에 들어온 시각정보를 뇌에 전달해 이를 처리하게 한다. 따라서 망막세포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이러한 시각회로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각종 시각장애가 발생한다.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주변 밝기에 적응하는 능력과 색상 구분 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원인유전자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과 시기가 다양한데 야맹증과 터널시야는 유전성 망막질환의 대표 증상으로 꼽힌다.

야맹증은 빛을 감지하는 망막세포가 손상돼 발생하는 증상으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때 눈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밝기가 어두운 장소에서 눈앞의 사물과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터널시야는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시야가 주변부부터 좁아지는 증상. 터널 안에 들어가면 주변은 어둡고 가운데에 있는 출구만 밝게 잘 보이듯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 중심부 시력까지 잃으면 완전 실명하게 된다.

이에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은 항상 실명위험에 놓여 있다. 실제로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의 적지 않은 수에서 신체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청소년기에 심한 시야 협착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많은 경우에 결국 실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실명하지 않더라도 여러 시각장애 증상으로 인한 신체적 어려움을 비롯해 실명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상진 교수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의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여러 시각장애 증상을 경험하면서 점차 단순한 외출을 포함해 외부활동을 시도하는 것 자체에도 높은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학교, 직장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되는 환자가 많고 완전실명에 대한 두려움 역시 환자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높이는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진단까지 5~7년…유전자검사로 원인유전자 찾아야

이러한 상황에도 유전성 망막질환은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진단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국내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수는 약 9672명(2020년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진단‧치료가 이뤄지기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이른바 진단방랑을 경험하는 환자가 많은 실정이다. 실제로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약 5~7년간 최대 8명의 의료진을 거칠 뿐 아니라 2~3번의 오진까지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유전성 망막질환은 망막검사를 통해 질환 발생여부를 파악한 뒤 원인유전자를 찾아야 한다. 다만 원인유전자가 약 270개 이상으로 매우 다양해 유전자검사가 필수다. 다행히 최근에는 여러 유전자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검사(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가 가능해지면서 원인유전자를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금이라도 시력 등에 이상을 느끼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을 것을 당부한다.

어린이는 ▲원인이 불분명한 저시력 ▲약시 ▲야맹증 ▲눈떨림이 있는 경우, 성인에서는 시력이 떨어지거나 나쁘지 않더라도 ▲야맹증이나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있으면 안과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는 증상을 스스로 표현하기 어려워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한데 만일 주변 사람이나 사물에 잘 부딪치거나 날아가는 공을 잘 보지 못하면 유전성 망막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시기능 회복 기대 

최근에는 유전성 망막질환에서 새로운 치료전략을 고려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기진단·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근본원인인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존치료가 최선이었다. 즉 일시적으로 증상 악화를 늦출 뿐 실명 자체를 막을 순 없었던 것. 하지만 최근 유전자치료처럼 질병의 원인유전자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면서 희망이 보이고 있다.

유전자치료는 환자의 유전체 구성에 변화를 줘 유전적결함을 교정하는 방법이다. 유전성 망막질환의 유전자치료 핵심 역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망막의 시각회로를 복구시키는 것이다. 시각회로가 회복되면 빛과 시각정보를 정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시기능이 개선되고 영구적인 시력상실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실제 임상연구에 따르면 유전자치료 전에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이 가장 어두운 촛불 1개 밝기로 설정된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치료를 받은 1년 시점에서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해당 밝기의 장애물 코스를 통과할 만큼 시기능이 개선됐다.

김상진 교수는 “그동안 유전성 망막질환은 불치병으로 진단·치료에 있어 모두 불모지였다”며 “비록 현재로서는 아주 일부만이 치료대상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유전자치료법의 등장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인식 자체를 완전히 뒤집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유전자치료를 받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며 “치료대상이 될 수 있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들이 더 좋은 시기능과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시라도 빨리 유전자치료제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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