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完)] 사소한 부작용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完)] 사소한 부작용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0.21 16: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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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셀프메디케이션에 이어 야심 차게 시작한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필자는 이 칼럼 주제를 통해 우리가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약물 부작용이 사실 매우 중요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어찌 보면 부작용 이야기의 소재는 그간 말씀드린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칼럼을 시작하면서 직접 겪은 것만 소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번 칼럼을 끝으로 약 부작용이야기 주제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에 오늘은 필자가 경험한 세 가지 환자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약물 부작용에 대한 중요성과 실제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시금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례입니다. 

지난번 감기약 처방으로 방문했던 한 환자가 동일한 처방으로 약국에 방문했습니다. 전에도 복용했던 처방약이었기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었는데 이번에는 속이 매우 불편했다는 것입니다. 식후 복용해서 위장장애가 없을 것 같았는데 의외였습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커피 복용에 대해 물었는데요. 역시 약속이 많아 커피를 많이 복용했다고 하네요.

감기약에는 교감신경을 흥분하게 하는 성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카페인을 과다복용하면 약물과 함께 반응해 교감신경 흥분효과가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위장관은 부교감신경이 작동해야 잘 움직이며 지나친 교감신경 흥분은 위산분비가 과다해져 위장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환자에게 반드시 식후 약을 복용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도록 지도했습니다. 이후 위장장애 없이 약 복용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요.

두 번째 사례는 자꾸 다리가 붓는다며 약국에 상담하러 온 경우입니다. 환자는 요즘 한창 방영 중인 광고를 보고 방문하신 듯했는데요. 정맥순환이 안 돼서 그런 것 아니냐며 광고에 나오는 제품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작성한 자가 정맥류 체크리스트를 검토해본 결과 많은 부분이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현재 복용하는 약물을 물었더니 오랫동안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최근에 바뀐 것이 있는지 물었는데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혈압약을 바꿨다고 하더군요. 또 그때부터 붓는 증상이 시작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환자에게 해당 병원에 방문해 의사 진료를 다시 보도록 안내했습니다. 환자는 혈압약을 바꿨고 다리 부종도 차츰 완화됐습니다.

세 번째는 어지럼증을 호소한 환자 사례입니다. 환자는 교통사고 이후에 어지럼증이 생겨 병원에서 MRI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는데 특별히 나온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은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좋아졌는데 어지럼증이 계속 남아 있어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환자에게 어떤 약을 복용 중인지 물었습니다. 환자는 트라마돌이 포함된 약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진통제 때문에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음을 안내했지요. 차후 병원에서 진통제 종류를 바꿔줬고 환자의 어지럼증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는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는 다재약물 환자가 매우 많습니다. 또 어디가 아프면 약을 먼저 찾기도 하는, 약을 정말 좋아하는 국민이기도 하죠. 간혹 1~2알 들어 있는 처방약을 건네드리면 ‘이게 무슨 약이냐?’ ‘이거 먹고 낫겠냐?’면서 핀잔을 주는 환자도 있습니다. 사실 복잡해 보이는 증상이라 할지라도 간단한 약 복용으로 개선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약을 하도 많이 먹으니 약 복용 후 불편해지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약을 또 먹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어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을 치료하는 약의 종류는 매우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약에 대한 선택지도 넓어졌죠. 만일 약을 복용하고 나서 불편한 증상이 생겼다면 다른 약을 더 먹는 것이 아니라 약을 바꾸는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할 때 위장장애가 많은 사람이라면 위장약을 추가복용할 것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을 선택하면 됩니다. 항생제를 복용할 때 설사가 심하다면 지사제를 더 쓸 것이 아니라 설사를 유발하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칼륨’ 복합제를 피해서 선택하면 됩니다. 콧물약을 복용하고 나서 졸음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2세대 이상의 항히스타민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이같은 대표적인 약물이상반응뿐 아니라 개인에 따라 나타나는 특이 반응이 있다면 의사 진료를 보거나 약사에게 투약받을 때 꼭 얘기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약물에 의한 이상반응을 또 다른 질병이라 오해해 또 다른 약을 복용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처럼 말이죠.

위 세 가지 사례 속 환자들도 분명 약물에 의해 불편한 증상이 생긴 것이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해 다른 약물이나 방법을 사용해 불편해진 것을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단지 약을 끊거나 생활요법을 잘 지키거나 약 성분을 바꾸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말이죠.

바로 이것이 필자가 약 부작용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평소 자주 먹던 약이라도, 쉽게 생각했던 약이라도,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약이라도 내 몸에 이상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나의,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생명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내 건강을 해치거나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약을 복용할 때는 항상 내 몸에 나타나는 반응에 좀더 귀 기울여주세요. 나아가 이상반응이 느껴지면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체크해두세요. 이러한 사소한 습관이 나와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보지 못한 많은 약물이상반응 사례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약을 드시고 평소 다른 느낌이 든다면 지체 없이 의사, 약사에게 말씀해주세요. 또 어느 순간부터 내 몸에 불편한 점이 나타난다면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먼저 떠올려보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도 여러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주제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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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H 2022-10-21 17:21:49
그 동안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