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한데 보상금 찔금…‘빅5’ 중 3곳도 외면
인력 부족한데 보상금 찔금…‘빅5’ 중 3곳도 외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0.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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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 한 복지시범사업] ⑧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벼원의 경증 외래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부족한 보상금 등을 이유로 모집공고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벼원의 경증 외래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부족한 보상금 등을 이유로 모집공고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의 세금만 축내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제도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여덟 번째 주제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수도권 의료기관 또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이 심하다. 이는 KTX 등 교통여건 개선과 건강보험보장성 확대로 인한 환자진료비 본인부담경감 등의 여파다. 결국 경증환자로 인해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2023년 1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터무니없는 보상금, 부족한 인력…병원은 고십 중

이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외래환자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매년 5%씩 3년간 최소 15%의 외래환자 감축이 목표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참여기관 모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소위 ‘빅5병원’ 중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전국 14개 병원만이 참여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일일외래환자가 7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참여병원의 손실추정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또 지나친 자료요구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진료행태변화에 따른 진료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입원환자 전문진료질병군 비율 ▲외래 내원일수감축률 ▲100병상당 진료협력센터 전담인력 등 각종 자료를 요구한다. 참여병원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적은 보상금, 비용지급을 위한 지나친 자료요구 등으로 인해 이 시범사업이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염호기 정책이사(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시범사업은 중증환자지원이 아닌 경증외래환자 줄이기를 강제하는 것으로 기본방향이 잘못됐다”며 “지역 의료기관과 1차 의료기관 등의 협력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답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전문가들은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고장 난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 1·2·3차(의원·병원·상급병원)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구분하고 규제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이 국민의 요구에 반한다고 판단해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분별한 ‘진료의뢰서’다. 진료의뢰서는 2·3차 의료기관 이용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발급기준과 절차가 모호해 환자요구에 따라 무분별하게 발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을 재정의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으로 단기대책만 내놓을 뿐 본질을 정확하게 못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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