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 필요한 ‘HPV백신’, 지원 확대될까
남녀 모두 필요한 ‘HPV백신’, 지원 확대될까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2.11.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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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는 남녀 모두에게 감염을 일으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따라서 남성에서도 HPV백신 접종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보통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 하면 자궁경부암이 떠오른다. 전 세계에서 발병률이 높기로 손꼽히는 이 여성암을 유발하는 주원인이기 때문. 따라서 HPV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불리는 등 여성만이 맞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HPV가 남녀 모두에게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HPV백신 접종 지원을 남성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PV 남성도 영향…생식기사마귀 발병률 여성보다 높아

HPV는 남녀 모두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그 종류만 200여종에 달한다. 주로 성접촉으로 전파되며 대부분 사라지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될 경우 자궁경부암·두경부암·생식기사마귀·항문암 등 여러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보건복지부 ‘2019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매해 약 6만명 이상의 여성이 진료받고 3500명 정도가 새롭게 진단받으며 900명 내외가 사망한다. 게다가 HPV감염으로 인한 암 중 90% 이상이 자궁경부암에 해당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부도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NIP) 일환으로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을 시작, 만12세 여아에게 HPV백신 접종을 지원해왔으며 올해 3월부터는 만13~17세(2004~2008년생) 여아와 만18~26세(1995년생~2003년생) 저소득층 여성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HPV백신은 NIP백신 품목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만 지원된다.

하지만 HPV감염은 여성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HPV감염으로 인한 생식기사마귀 발병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2010~2019)간 남성 생식기사마귀환자는 2만953건에서 6만295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생식기사마귀 수술 시행 건수도 여성은 1만3144건에서 2만1155건으로 약 1만건 증가했지만 남성은 2만1711건에서 7만8846건으로 5만건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남녀 모두 HPV백신 접종을 하면 예방효과가 강화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HPV질환 퇴치를 위해선 여성의 백신접종률 90%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남녀 모두 HPV백신을 접종할 경우 더 이른 시일 내 HPV질환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정과제로 HPV백신 접종지원 확대 희망…비용효과성은 아직

따라서 전문가들은 남성에게도 HPV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HPV백신 무료접종이 남성에게도 시행될 가능성이 아직 그리 크지 않기 때문.

질병관리청이 2019년 발표한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방안’ 연구에 따르면 12세 이상 남아 대상 HPV백신 접종의 비용대비 효과는 여성의 1/8 수준이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질병관리본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018년 기준 12세 남아 24만명을 대상으로 HPV백신을 접종했을 때 투입비용은 450억원이 소요되지만 HPV 관련 질병비용은 200억원이라고 밝히며 절감 가능한 최대비용은 투여비용의 50%에 미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NIP HPV백신 지원대상 확대를 국정과제로 채택, 2024년 시행을 목표로 비용효과성 연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배상락 교수는 “만20세 여성에게 2년마다 국가검진이 시행되는 자궁경부암과 달리 국내 남성 HPV질환은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선별검사 등이 없어 백신접종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현재 미국·캐나다·호주 등을 포함한 60개국이 남녀 모두에게 백신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남성접종지원을 시작해 조속히 HPV질환을 퇴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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