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심혈관질환 더 조심해야…스텐트시술 결정은 신중하게”
“겨울엔 심혈관질환 더 조심해야…스텐트시술 결정은 신중하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23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서석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기저질환 등 여러 요소 고려해야…수술 필요할 수도
최신 스텐트로 근위부 대혈관시술 시 좋은 결과 기대
시술 후엔 평생 약 복용…금연 등 생활습관개선도 필요 

서석민 교수는 “스텐트시술은 좁아진 혈관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경우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 의료진과 치료법에 대해 충분히 상담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고 없이 찾아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심혈관질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며 국내에서도 암에 이어 전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한다. 이에 많은 국민이 관련 정보를 찾아보곤 하는데 이때 꼭 나오는 것이 스텐트시술이다. 

스텐트시술은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그물망)를 설치해 혈관을 넓혀주는 치료법으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시행한다. 최근에는 혈관을 확실히 넓혀주는 힘 좋은 스텐트가 개발, 심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혈관시술 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스텐트시술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 따라서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후 본인에게 알맞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스텐트시술 후에는 스스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재발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심혈관질환을 특히 더 조심해야 하는 겨울철, 정확한 정보 습득을 위해 서석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 겨울이 다가오면 심혈관질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유는.

날이 쌀쌀해지면 몸이 바짝 움츠러드는 것처럼 혈관이 수축한다. 반대로 혈압은 상승하면서 우리가 눈치챌 틈 없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동맥경화반(동맥 내 이상이 생긴 부위)이 생긴 경우 모양이 변성되고 심하면 터질 수 있다. 이때 혈소판 같은 여러 인자들이 작용하면서 혈전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심근경색은 급사할 수 있는 응급질환으로 골든타임 내 반드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 심혈관질환도 종류가 다양한데 얼마나 빨리 치료받아야 하나. 구체적인 골든타임이 궁금하다.

우선 모든 심혈관질환에 골든타임이 있는 건 아니다.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관상동맥질환에 국한한다면 크게 협심증심근경색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으로 충분한 혈류를 보내지 못하는 질환이다. 우리가 움직이거나 뛰면 평소보다 3~5배 많은 혈류량이 필요하다. 물론 혈관이 50% 정도 좁아져도 이 혈류량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70% 이상 좁아지면 힘들다. 단 협심증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사라지고 혈류량이 충분히 가기 때문에 촌각을 다툴 만큼 치료가 시급하진 않다. 

반면 급성심근경색은 얘기가 다르다. 이는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이 갑자기 파열되면서 혈소판과 응고인자가 엉겨 붙어 혈전이 발생, 관상동맥을 막는 질환이다. 즉 심장으로 피가 아예 못 가기 때문에 심장근육이 괴사하며 급사위험도 높다. 따라서 골든타임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최소 3시간늦어도 6시간 이내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가만히 있어도 가슴통증이 극심하면 바로 119에 신고 후 응급실로 와야 한다.

- 환자마다 손상부위도 다를 텐데 특히 심장 근위부의 대혈관이 손상되면 더 위험하다고 들었다. 

우선 대동맥은 심장에서 처음 나오는 혈관으로 여기서 온몸으로 피를 내보낸다. 관상동맥은 대동맥에서 처음 분지되는 혈관이며 심장 근위부의 대혈관은 바로 관상동맥 중에서 심장과 가까운 중심부에 위치한 지름이 큰 혈관을 말한다. 

무엇보다 근위부가 좁아지고 문제가 생기면 뒤쪽 넓은 근육에 혈류 공급이 안 되기 때문에 심장근육의 많은 부분이 손상된다. 따라서 빨리 발견해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근위부는 심장근육의 많은 부분에 피를 공급하기 때문에 시술 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면 대동맥에서 먼 쪽은 원위부라고 하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상대적으로 심장근육의 손상이 적어 통증이 약하거나 아예 느끼지 못할 수 있다. 

- 다행히 최근에는 심장 근위부 대혈관시술에 효과적인 스텐트가 개발됐다고. 

동맥경화가 심한 혈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돌처럼 굳어지는 석회화가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스텐트가 혈관을 잘 넘어가지 못한다. 운이 좋아 스텐트가 들어간다고 해도 딱딱한 혈관 탓에 쉽지 않다. 특히 근위부는 심장근육에 많은 피를 공급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확실하게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재시술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에 개발된 스텐트는 동맥경화가 심한 혈관도 잘 넘어가면서 혈관을 넓혀주는 힘이 좋다. 또 가시성이 뛰어나 스텐트를 2~3개 연이어 넣어야 하는 환자를 시술할 때 스텐트의 끝과 끝을 오차 없이 잘 연결(오버랩)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지 약 3개월 정도로 아직 공식 데이터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도 예후와 관련해서는 기존 스텐트와 비슷하거나 좀 더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심혈관질환은 고령층이 많아 기저질환도 예후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동맥경화는 나이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이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으면 혈관 노화가 더 빨리 와 동맥경화 위험이 높아지며 더 빨리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당뇨병환자는 혈관변화가 심해 무조건 스텐트시술을 하기보다 재발률이나 여러 요인을 고려해 수술하기도 한다. 기저질환도 스텐트시술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스텐트시술을 먼저 떠올리는데 수술도 방법이 될 수 있나.

스텐트시술로 막힌 혈관을 뚫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치료해야 하는 혈관과 그렇지 않은 혈관을 구분하는 것이다. 모든 혈관에 스텐트를 넣을 필요도 없으며 시술로 득이 되는 환자도 있지만 해가 되는 환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스텐트시술이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관상동맥우회술이 좋은 치료옵션이 될 수 있다. 좁아진 관상동맥을 대체할 수 있는 혈관을 연결해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수술을 기피하는 풍조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수술비율이 현저히 낮다. 또 환자가 거부하면 수술이 더 적합한데도 스텐스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예후가 나쁘거나 결국 재발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의 기저질환, 혈관상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환자 역시 무조건 스텐트시술을 고집하기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믿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이 수술을 권하는 건 본인에게 스텐트시술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담당의료진이 수술을 권하면 그 이유에 대해 충분히 들은 후 열린 마음으로 치료법을 받아들일 것을 당부한다.  

- 스텐트시술 후 통증이 사라지면 안심하는 환자들도 많을 것 같다. 시술 후 특히 지켜야 할 사항은. 

스텐트시술 후에는 마법처럼 통증이 사라지다 보니 바로 퇴원하겠다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단기간에 다시 혈관이 막히거나 재발할 수 있고 심장근육이 얼마나 괴사됐는지 확인도 필요하다. 따라서 시술 후 하루 이틀은 입원해 경과를 살펴보는 것이 안전하다. 

퇴원 후에는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지 말라고 특히 강조하고 싶다. 시술 후에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스텐트는 우리 몸에 원래 없는 물질을 넣는 것이기 때문에 온갖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술받은 지 얼마 안 된 환자들은 스텐트가 혈관에 돌출돼 있어 약 복용을 중단하면 혈소판이 달라붙어 스텐트가 다시 막힐 수 있다(스텐트혈전증). 또 시술 후에는 새 살이 돋게 되는데 꾸준한 약 복용은 새 살이 너무 많이 자라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즉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통증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 금연, 식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한데 시술 후에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우선 흡연은 스텐트를 넣은 곳뿐 아니라 다른 혈관에도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심혈관질환자에게 금연은 필수다. 식단은 환자들에게 오해가 많은 부분인데 과하지 않게 적정량 섭취하면 된다. 특히 시술 후에는 기름과 고기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음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2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에는 혈관질환이 사회적문제가 되고 다이어트열풍이 일면서 채식만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달걀, 우유 등 동물성식품을 절대 먹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이 경우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기대수명도 오히려 낮다고 보고됐다. 

적당한 채식은 좋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동물성음식도 적정량 섭취해야 한다. 특히 달걀노른자는 오해가 많지만 여기에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도 있다. 무조건 안 먹을 것이 아니라 과다섭취하지 않으면 된다. 

- 끝으로 스텐트시술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환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사항은. 

대부분의 환자는 큰 거부감 없이 스텐트시술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면서 시술하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물론 모니터로도 확인 가능하지만 말과 의식여부는 의료진이 환자의 현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다. 

또 최근에는 스텐트제품이 다양해져 사전에 어떤 것이 좋은지 찾아봐야 하나 궁금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텐트들은 대부분 FDA인증 제품들이며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용성이 충분히 검증됐다. 환자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지만 의료진은 해당 분야에서 사명감을 갖고 다년간 임상경험과 지식을 쌓아온 전문가다. 그러니 전문가를 믿고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