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사삼(沙蔘)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사삼(沙蔘)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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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사삼은 엄밀히 말하면 더덕이 아니라 같은 초롱꽃과 약재인 잔대를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런 구분은 한의학 전문가들 사이의 이야기고, 대부분의 기록에 남아 있는 사삼은 대개 더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도 사삼은 우리말로 더덕을 가리킨다고 기록되어 있다.” 

위 내용은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의 칼럼(중앙일보. 2022.02.19.)의 일부 내용이다. 칼럼 내용에 나오는 사삼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라고 주장한다는 한의학 전문가의 한 명은 바로 필자다. 한의사들의 주장에도 백종원 씨는 ‘사삼은 더덕이 맞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동의보감에 사삼(沙蔘) 편을 보면 한글이름으로 ‘더덕’으로 해석을 해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사삼은 더덕이 맞을까? 이러한 고민을 조선시대 한글표기와 함께 편찬된 국내 한의서의 기록을 토대로 고찰해보겠다.

조선시대의 국내 편찬 한의서에는 사삼(沙蔘)을 ‘더덕’이란 한글이름으로 동시 기록하고 있다. 이것들을 연대순으로 찾아서 정리해보면 <향약채취월령(1431, 유효통 등)>에는 ‘沙蔘, 同加德. 사삼, 향명 더덕’, <동의보감(1610, 허준)>에는 ‘沙參 더덕’, <의휘(1871, 저자 미상)>에는 ‘生沙蔘 俗名더덕’, <의감중마(1908, 이규준)>에는 ‘沙蔘 더덕불휘’, <단방비요경험신편(1913, 신해용)>에는 ‘沙蔘(作末), 三匁式, 水和服. 더덕을 작말하야 서돈식을 물에 타먹으라’, <본초정화(연대 및 저자 미상)>에는 ‘沙蔘 더덕’ 등의 기록이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이 내용들만 봐서는 ‘사삼은 더덕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의보감>을 비롯해 당시 저자들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사삼은 더덕과 다르기 때문에 구분했어야 했다. 실제로 그러한 고민을 했던 학자도 있었다. 바로 조선후기의 정약용이다.

<의령(1798, 정약용)>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삼(沙參)이라고 일컫는 것은 곧 제니(薺苨)의 종류일 뿐이니 본래 (사삼과는) 다른 약초다. 시험 삼아 중국의 연경(燕京) 상점에서 사삼을 사서 살펴보니 미삼(尾蔘)과 흡사하여서 진실로 가히 헤아려 인삼을 대신할 만하다.’라는 내용이 있다. 핵심내용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지칭하는 사삼(더덕?)이란 식물과 중국에서 부르는 사삼을 비교해 보니 서로 다른 모양이라는 것이다.

사삼과 더덕은 자라는 곳, 줄기와 잎 모양, 맛 등이 다르다. 다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어 사삼의 효능을 얻고 싶다면 더덕을 이용해도 좋다. 사진 왼쪽은 사삼(잔대), 오른쪽 더덕(사진=한동하 원장 제공).
사삼과 더덕은 자라는 곳, 줄기와 잎 모양, 맛 등이 다르다. 다만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어 사삼의 효능을 얻고 싶다면 더덕을 이용해도 좋다. 사진 왼쪽은 사삼(잔대), 오른쪽 더덕(사진=한동하 원장 제공).

‘사삼은 더덕과 서로 다르다’는 근거들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사삼과 더덕은 서로 다른 한자이름이 있다. <명의별록(451, 도홍경)>에서는 더덕을 ‘양유(羊乳)’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본초강목(1596, 이시진)>에서도 ‘사삼(沙蔘). 명의별록에 이름은 있으나 쓰지 않는 항목의 양유(羊乳)를 아울러 삽입하였다’라고 하면서 사삼(沙蔘) 편에 양유라는 이름을 동시에 적어 놓으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양유(羊乳)는 사삼이 아니라 더덕을 지칭한다. 사삼의 우리말로는 잔대가 있다.

그러면서도 <본초강목>에서는 사삼과 양유의 기록을 섞어 놓았다. ‘사삼(沙蔘)은 색이 희고 모래땅에 알맞으므로 이름지어졌다. 뿌리에 흰 즙이 많아서 지역 사람들은 양파내(羊婆奶)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명의별록에 이름은 있으나 쓰지 않는 항목에 있는 양유(羊乳)가 이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사삼은 모래밭에서 잘 자란다. 양유(羊乳)란 이름은 뿌리를 꺾어보면 양의 젖처럼 하얀 즙이 나와서 이름을 지은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더덕을 부러뜨려 보면 하얀 즙이 많이 나오지만 사삼(잔대)은 즙이 많지 않고 말려 놓으면 푸석거린다.

두 번째, 사삼과 더덕은 자라는 곳이 다르다. <본초강목>에 ‘사삼은 그 뿌리는 모래땅에서 나고 길이는 1척정도 된다’고 했다. 사삼(沙蔘)이란 이름에 모래 사(沙) 자와 쓰인 이유는 바로 모래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더덕을 양유라고 하는 것은 양젖처럼 흰 즙이 나오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한의서인 <급유방(1749, 조정준)>에는 ‘요새 사삼이라고 하는 것들은 진품이 아니다. 오직 우리나라 풍천(豊川, 황해도 송화지역)에서 나는 것만 중국의 사삼과 같으니 이것들만 사삼 진품이다. 중국 사람이 배를 타고 와서 캐간다. 우리나라 서해안 백사장 어디든지 있다’라고 했다.

중국에서 부르는 사삼이란 식물은 우리나라의 서해안 모래밭에서 자라는 식물로 바로 ‘잔대’가 진짜 사삼이란 말이다. 실제로 잔대는 한반도에서 서해안 쪽에 걸쳐서 자라고 있다. 아마도 급유방의 ‘요새 사삼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더덕을 의미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더덕은 진짜 사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 번째, 사삼과 더덕은 줄기와 잎 모양이 다르다. <본경속소>에는 ‘사삼은 8~9월에 줄기가 올라오며 높이는 1~2척이다’라고 했다. 1척(尺)은 약 30cm 정도로 바로 잔대 줄기가 길쭉하게 올라온 모양을 설명한 것이다. 잔대의 줄기 모양을 보면 키가 크고 줄기 양 옆에 이파리가 갈려 있는 상태로 길쭉하게 위로 올라가 있다. 하지만 더덕은 덩굴식물로 줄기는 덩굴로 구불구불하게 생겼다.

대부분의 한의서에 보면 사삼의 잎은 구기자 잎과 비슷하게 생겼고 테두리에 톱니무늬가 있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사삼 줄기 위에 달린 잎은 구기자잎처럼 뾰족하고 길며 자잘한 이빨모양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바로 잔대의 잎모양을 설명한 것이다. 더덕의 잎에는 톱니모양이 없다.

네 번째, 사삼은 속이 말린 명태처럼 비어 있고, 더덕은 속이 치밀하고 단단하다. <본초강목>에 ‘사삼은 몸체가 가볍고 속이 비어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더덕은 속이 튼실하다. <본초강목습유>에서는 ‘남사삼(南沙蔘)은 모양이 길경과 같지만 속이 비고 거칠다’ 또한 ‘북사삼(北沙蔘)은 속이 단단하고 성질이 차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남사삼은 속이 비어 있는 잔대며 북사삼은 속이 단단한 더덕을 지칭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모두 사삼의 종류로 설명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잔대와 더덕은 서로 다른 식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사삼과 더덕은 맛이 다르다. 많은 한의서에 사삼의 기록을 보면 ‘맛이 쓰다’고 했다. 하지만 더덕은 맛은 달다. ‘沙蔘=더덕’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국내 한의서에서조차 모두 사삼의 맛을 쓰다고 한 것은 중국 본초서의 사삼 내용을 가져다가 그래도 옮겨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만일 실제 더덕의 내용을 적었다면 ‘향이 좋고 맛이 달다’라고 기록됐어야 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곱씹어보면 옛날에도 우리나라에 잔대와 더덕은 별개의 약초였지만 한자 이름은 사삼(沙蔘)만 사용됐고 급기야 사삼에 잔대가 아닌 더덕이라는 한글이름을 붙이게 되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는 이 식물들이 초롱꽃과로 서로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초롱꽃과에는 도라지, 더덕, 잔대, 모싯대 등이 있다. 또 이것들의 한자이름은 도라지는 길경(桔梗), 더덕은 양유(羊乳), 잔대는 사삼(沙蔘), 모싯대는 제니(薺苨)로 정리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더덕의 효능과 잔대의 효능은 서로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사삼의 효능을 얻고자 더덕을 이용해도 좋다. 무엇보다 잔대와 더덕의 가장 큰 차이라면 맛이다. 이에 쓴맛이 강한 사삼(잔대)는 주로 약으로 사용했고 단맛과 향이 좋은 더덕은 음식으로 사용된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사삼(沙蔘)은 더덕이 아니라 잔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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