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2의 이태원 참사’ 막으려면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성 갖춰야
[특별기고] ‘제2의 이태원 참사’ 막으려면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성 갖춰야
  • 김호중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2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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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세월호부터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우리나라 재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응급의료시스템을 총괄하는 곳은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센터’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2000년 7월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면서 시작돼 2002년부터 약 20여 년간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을 구체화하고 외상환자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 ‘응급의료 전용헬기사업’과 ‘재난의료지원팀’을 구축하고 응급의료종사자의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등 ‘응급’을 다루는 전문적인 국가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 그런데 이 기관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2010년 국립중앙의료원의 성격이 바뀌면서 센터도 일반 지정기관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국가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센터의 장마저도 보건복지부에 소속돼 있지 않고 임명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하게 돼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첫 유행 당시 ‘질병을 총괄하는 부처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때도 엄연히 ‘질병관리본부’가 있었지만 보건복지부의 산하단체로서 독립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질병을 총괄하는 부처의 필요성에 대해 여론과 여러 학계의 주장이 이어졌고 그 결과로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2월에 국립중앙의료원에 센터를 ‘위탁’하는 법안을 발의해 지정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 인식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마련되지 않아 정말로 ‘응급의료를 총괄하고 책임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관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또 다른 재난과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질병관리청도 아직 완벽히 독립된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장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더 나은 부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응급상황을 총괄하는 부처가 승격을 통해 그 위상이 높아진다면 제대로 된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대표라는 뜻의 ‘중앙’과 ‘센터’에 걸맞은 모습이 아닐까?  

최근 여러 사고로 모든 국민이 ‘응급의료 콘트롤타워’ 필요성을 인지했다. 실제로 존재하긴 하지만 막상 현실에선 과거 여러 기관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모쪼록 응급환자를 효과적으로 돌볼 체계를 마련하고 제도와 연습이 실제 현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주도하는 기관이 마련돼 하루빨리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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