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질환이야기] 피가 부족해 빈혈 발생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드라마 속 질환이야기] 피가 부족해 빈혈 발생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2.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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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에 나온 혈허궐의 증상을 종합해 볼 때 현대의학에 가장 근접한 질환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Myelodysplastic Syndromes)’이다(사진=tvN 슈룹 포스터).
슈룹에 나온 혈허궐의 증상을 종합해 볼 때 현대의학에 가장 근접한 질환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Myelodysplastic Syndromes)’이다(사진=tvN 슈룹 포스터).

tvN 드라마 ‘슈룹’이 시청률 14%를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제 단 2화만을 남겨놓은 상태. 이 드라마의 핵심은 큰아들 세자가 앓았던 ‘혈허궐(血虛厥)’이라는 질환이다. 그렇다면 혈허궐이란 질환은 어떤 질환일까.

혈허궐은 헐허증과 궐증이 합쳐진 것으로 피(혈)가 부족해(허)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궐증) 병증을 말한다. 신체에서 혈액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궐증이 온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도 “일전에는 통제가 가능했으나 최근 쓰러지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어의의 말로 보아 병증을 숨기느라 그간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다가 중증으로 발전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드라마 초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 병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현대 의학적으로 볼 때 ‘빈혈’이냐 ‘혈우병’이냐 의견이 분분했던 것. 하지만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없거나 부족해 잦은 출혈과 피가 잘 멎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반면 드라마 속 현재 세자는 잦은 출혈 증상보다는 얼굴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는 등 빈혈을 주로 호소한다.

빈혈은 헤모글로빈에 산소를 실어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적혈구가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쉽게 피로해지며 기운이 없어 현기증, 쇠약감 등을 느끼게 된다. 단 극 중에서 “어릴 때 피가 나면 잘 멎지 않았다”라는 대사를 고려해볼 때 현대의학에 가장 근접한 질환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Myelodysplastic Syndromes)’이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혈액질환 중 하나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 백혈구 등의 혈구감소증이 발생한다.

이때 89%의 환자가 ‘빈혈’을 주로 호소하는데 문제는 많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환자가 정기적인 수혈을 필요로 하는 만성적 빈혈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세자의 상태를 봐도 점점 잦은 빈도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일시적인 빈혈이 아니라 수혈이 필요한 정도의 만성적 빈혈에 더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에서는 혈액제제 수혈을 통해 부족한 피를 보충하거나 적혈구 생성을 돕는 조혈제, 적혈구성숙제제 등을 쓸 수 있었겠지만 조선시대에는 그런 기술이 없었다.

지금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환자 대부분이 조혈제치료를 최우선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조혈제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 ‘수혈의존성빈혈’로 발전하기 쉽다.

실제로 저도위험군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환자 중 1차 치료인 적혈구형성자극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30~60%에 불과하고 약 34%의 환자는 초기부터 불응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결과적으로 골수형성이상증후(MDS) 빈혈 환자의 약 50~90%는 수혈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 올해 적혈구성숙을 돕는 제제가 등장하면서 환자 수혈의존성을 줄일 수 있는 치료옵션이 생겼다. 이에 따라 수혈의존성이 높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빈혈환자뿐 아니라 국가 혈액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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