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게’는 밥을 훔치는 대신 건강은 놓고 간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게’는 밥을 훔치는 대신 건강은 놓고 간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2.12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겨울에 먹는 꽃게찜도 별미다. 날씨가 추우니 양념게장이나 간장게장을 만들어 놓고 먹기에도 안심이다. 맛도 좋고 기운도 나게 한다. 꽃게, 대게, 참게, 불게, 돌게 등등 종류도 많다. 오늘은 게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아보자.

게는 갑각류 십각목에 속한다. 갑각류는 딱딱한 등뼈가 있는 생물을 말하고 십각목은 다리가 10개인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꽃게, 대게, 왕게(Red king crab) 모두 갑각류이면서 십각목에 속한다.

게는 한자로 해(蟹)라고 한다. 해(蟹=解+虫)는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허물을 벗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의서에는 민물게와 바닷게 모두 해라고 했고 옆으로 기어다니기 때문에 방해(螃蟹)라고도 불렀다. 한의서에는 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면서도 효능은 해(蟹)의 범주로 통틀어 설명하고 있다.

<본초강목>에는 ‘게는 생으로 삶거나[生烹], 소금에 절이거나[鹽藏], 술지게미에 담아 두거나[糟收], 술에 담그거나[酒浸], 간장에 담그거나[醬汁浸] 모두 좋은 식품이 된다’고 했다. 본초강목이 명나라 때 저술됐기 때문에 이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게요리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는 성질이 차고 서늘하다. 또 약간 독(毒)이 있다고 했다. 게에 독이 있다고 한 것은 식용이 불가능한 게가 있고 식용이 가능한 경우라도 먹으면 안 되는 철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의보감>에는 ‘서리가 내린 후에는 맛이 매우 좋고, 서리가 내리기 전에는 독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게는 계절에 따라 맛의 차이는 있어도 독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는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준다. <동의보감>에는 ‘게는 가슴에 맺힌 열(熱)을 푼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가슴 속의 사기(邪氣)와 열이 뭉쳐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게는 물에서 살면서 그것도 바닥에 기어 다니는 음물(陰物)이다. 이런 생태를 보면 게는 음기(陰氣)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효능은 게가 여성들의 화병이나 갱년기 증상의 열감을 줄이는 데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는 관절건강은 물론 손상된 조직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외용제로 활용됐다. 또 단백질과 아미노산,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해소, 혈관건강, 치매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 단 평소 몸이 찬 체질이라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어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게는 팔다리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힘이 나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게는 근육을 기르고 힘이 나게 한다. 식초에 절여 먹으면 팔다리의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고 했다. 게는 관절이 많은 생물이기 때문에 게를 먹으면 관절에도 좋겠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게에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관절과 근육건강에 도움을 준다. 만일 게 찜요리를 먹는다면 부드러운 발은 잘게 씹어서 먹는 것도 좋다.

게는 끊어진 근골(筋骨)을 이어준다. <본초강목>에는 ‘힘줄이 끊어졌거나 뼈가 부러졌을 때는 게를 생으로 찧고 볶아서 환부를 덮어 준다’고 했다. 또 ‘게는 절단된 힘줄이나 뼈를 이어 줄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외과적인 수술적 처치를 할 수 없었을 때 게는 손상된 조직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을 경험했던 것 같다. 실제로 게의 키토산은 세포재생 효과 및 상처회복 효과가 매우 좋아서 최근 외용제로도 개발돼 있을 정도다.

특히 게의 다리 속을 보면 힘줄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동의보감>에는 ‘게의 다리 속 힘줄과 게껍질 속의 노란 부분은 모두 근골이 끊어진 것을 이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힘줄처럼 보이는 것은 내돌기라고 하는데 다리를 움직이는 데 사용된다. 게 다리의 내돌기를 익힌 후 가루내서 상처를 덮어주는 등의 외용제로 활용됐다.

게는 출산 후 여성들에게 좋다. 특히 출산 후 오로(惡露)를 제거했다. <동의보감>에는 ‘산후에 배가 아프면서 어혈(瘀血)이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게의 집게발[조(爪)]이 효과적인데 <동의보감>에는 ‘게의 집게발은 어혈을 풀며, 산후의 어혈이 나오지 않아 배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하지만 게의 집게발은 유산을 시킨다. <본초강목>에는 ‘게 집게발은 낙태시키거나, 죽은 태아를 나오게 한다’고 했다. <향약집성방> ‘집게발은 태반(胎盤)을 상하게 하고 유산(流産)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따라서 <식물본초>에는 ‘풍병(風病)이 있는 사람과 임신부는 먹지 말라’고 했다. 옛날에는 임신부가 병이 생겨 태를 제거하고자 할 때 게 집게발과 육계, 우슬 등으로 유산약을 만들어 복용하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임신 초기에는 게 집게발을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

게는 출산 후 급성유선염에도 활용됐다. <동의보감>에는 ‘게는 취유(吹乳, 급성유선염)를 치료하는 데 신효하다. 다리를 떼고 약성이 남게 태워 가루내어 2돈씩 황주에 타서 먹는다’고 했다. 게는 어혈을 제거하면서 단단하게 뭉친 기운을 풀어 헤쳐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게는 간혹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본초정화>에는 ‘게는 성질이 냉하여 한사(寒邪)로 인하여 피가 응결된 경우, 비위(脾胃)가 차서 설사를 하는 경우, 배가 아프며 오한이 있는 경우에는 모두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헌에는 게가 속을 편하게 하고 소화가 잘되게 한다고 기록돼 있지만 평소 얼굴이 붉은 편이고 시원한 음식을 잘 먹는 체질에 한해서다. 게는 몸이 찬 체질에는 적합하지 않다.

게는 지방함량은 적으면서 단백질이 풍부한데 글루타민산과 같은 아미노산도 많아서 맛이 좋다.타우린도 풍부해서 피로해소, 동맥경화,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혈관건강, 간질환에도 좋고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치매예방 효과도 있다. 타우린을 온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찜요리보다는 탕요리로 해서 덜 짜게 만든 국물을 모두 마셔주는 것이 좋다.

간장게장은 맛이 좋지만 건강에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먹는 게장의 염도가 너무 놓고 게장용 간장에는 타우린 같은 아미노산이 많이 녹아나서 영양분이 손실되는 것이다. 게장을 모두 건져낸 간장은 쉽게 변패될 수 있어 요리용으로 사용하기도 적합하지 않다.

게를 먹고 체했을 때는 자소엽(차조기잎)이 좋다. <수진경험신방>에는 ‘게에 중독되면 자소엽을 달여 복용한다’고 했다. 자소엽은 게를 먹고 두드러기가 생겼을 때도 좋다. 자소엽이 없으면 깻잎도 사용해볼 만하다.

옻중독에 의한 피부염에는 게장 속의 노란장을 발라서 치료하기도 했다. 또 벌이나 전갈에 쏘였을 때 게껍질을 태워서 가루낸 다음 꿀에 개어 발랐다.

게는 감과 궁합이 안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에는 ‘감이나 형개(荊芥)와 함께 먹을 수 없는데, 곽란이나 풍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목향 달인 물로 해독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게와 감의 궁합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옛날에는 게요리를 한꺼번에 많이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시진은 게를 먹고 탈이 나는 이유로 사실 게도 많이 먹고 더불어 음식도 곱절로 먹어서 탈이 난 것을 게에 독이 있다고 탓하지 말라고 했다. 게에는 잘못이 없다. 게는 밥을 훔쳐갈지라도 적당하게 즐기면 건강은 놓고 간다. 게를 즐기면 단단한 게껍질처럼 건강도 튼튼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