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깨 걷는 ‘수면보행증’, 아이도 어른도 조심해야
자다가 깨 걷는 ‘수면보행증’, 아이도 어른도 조심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2.12.19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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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인 경우 많아 유전적 요인으로 추정
수면부족, 스트레스, 수면무호흡증 등도 영향
성인기 발생하면 다른 수면질환 유무 확인해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동기 수면보행증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성인이 돼 발생하거나 아동기 증상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면 다른 수면질환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확히 어떤 병인지는 몰라도 몽유병에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몽유병의 정확한 명칭은 수면보행증이다. 수면보행증은 수면 중 깨서 걷는 증상을 보이는 수면장애질환으로 아동기와 성인기에 모두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아동기 수면보행증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성인기까지 지속되거나 성인기에 시작된 수면보행증은 다른 수면질환으로 인해 유발됐거나 수면보행증이 아닌 다른 수면질환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증상 보이는 동안 인지력 없고 깨어나도 기억 못 해

수면보행증의 핵심증상은 수면 중 몽롱한 상태에서 일어나 걷거나 달리는 것이다. 이때 흥분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 돌아다니면서 말을 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말이 느리고 다소 둔감해 보인다. 이때 물체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도 있다. 특히 증상이 있는 동안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지력이 없고 잠에서 깨면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보행증의 발생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과 문혜진 교수는 “수면부족, 스트레스, 낯선 환경에서의 수면, 발열 등은 수면보행증을 악화시킬 수 있고 특히 성인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수면보행증을 유발, 악화시킬 수 있다”며 “또 수면보행증과 더불어 코골이, 주간졸림증,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이 동반된 경우라면 반드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의 유무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면위생 지키고 안전한 수면환경 조성 중요

아동기에 나타난 수면보행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단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 낮잠 피하기, 어둡고 조용한 수면환경 조성 등 일반적인 수면위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증상이 자주 일어난다면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증상이 나타나면 예상되는 시간대에 알람을 설정해 잠깐 깨웠다가 다시 재우는 방법도 활용해볼 수 있다.

이밖에도 증상이 심한 경우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수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침대를 사용하고 침대 주위에 깨질 만한 물건이나 위험한 물건은 치워두는 것이 좋다.

문혜진 교수는 “수면보행증이 있는 소아청소년에게 우울증, ADHD 등 정신과 질환이 동반되거나 발달과 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가 있지만 관련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며 “단 특별한 이유 없이 수면보행증이 지속되면 수면부족, 심리적 스트레스 등의 악화 요인이 있거나 다른 수면 질환이 동반되지는 않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꿈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렘수면행동장애와 달라

한편 수면보행증은 수면 중 꿈의 내용을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혼동될 수 있다. 두 질환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히 감별할 수 있지만 관련 특징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수면보행증은 비렘수면 중 ‘서파수면’에서 시작되는 반면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꿈꾸는 수면) 때 발생한다. 따라서 수면보행증은 서파수면이 길게 나타나는 수면의 전반부(깊은 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이 자주, 길게 나타나는 수면의 후반부(새벽녘)에 잘 나타난다. 또 수면보행증은 다음날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의 내용을 종종 기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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