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와 ‘돌봄’의 시대…파킨슨질환에도 희망의 바람 분다
‘스마트’와 ‘돌봄’의 시대…파킨슨질환에도 희망의 바람 분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2.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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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MS, ‘파킨슨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간담회’ 개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KDMS)가 지난 13일 파킨슨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자리에는 파킨슨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은 물론 국가부처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다양한 정책적 제언들에 대한 의견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현재, 파킨슨병은 치매와 더불어 예의주시해야 할 질병으로 꼽힌다. 불과 10년 전 약 6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파킨슨병환자는 현재 약 12만명으로 2배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은 한 번 발생하면 치매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파킨슨병환자의 40~50대 경제활동 인구비율은 치매 대비 9배나 높아 가계의 경제적부담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치매보다 인식이 낮고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파킨슨병 전문가들이 올해도 질환 극복과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이하 KDMS)는 지난 13일 서울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 호텔에서 ‘파킨슨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번 간담회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후원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을 필두로 국립보건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파킨슨병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총 3부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이 직접 강연에 나서 임상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부터 파킨슨병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진료시스템 도입 등 허심탄회한 논의를 펼쳤다.

■다계통위축증, 피질기저핵변성 등 희귀질환 지정 시급 

먼저 ‘1부-우리의 첫 발자국’의 첫 강연자로 나선 KDMS 홍보이사 이웅우 교수(을지의대)는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파킨슨증후군) 간의 차이를 설명하며 현재의 파킨슨질환 분류체계가 실제 진료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웅우 교수는 “파킨슨병과 파킨슨플러스를 포괄하는 파킨슨증은 현재 같은 진단코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유병률이 낮아 희귀질환으로 생각되는 파킨슨플러스 중에서 다계통위축증과 피질기저핵변성은 희귀질환 산정특례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제 질병분류체계(ICD-11)가 국내 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이는 현재 진료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된 것으로 보여 조금은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KDMS 부회장 이필휴 교수(연세의대) 역시 다계통위축증의 희귀질환 지정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필휴 교수는 “다계통위축증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과정을 더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며 “하루 빨리 희귀질환 리스트에 등재돼야 한다”고 말했다.

1부 두 번째 강의는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권순호 연구사가 맡았다. 권순호 연구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킨슨병 인지도 개선 및 기초자료 확립을 위한 연구들을 총망라해 소개함으로써 파킨슨병 질환 극복을 위한 그간의 노력들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충분한 진료·교육 위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 필요

‘2부-의료현장 진료실’에서는 파킨슨병 전문의료진이 진료현장에서 겪는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KDMS 보험이사 이지은 교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파킨슨병 진행에 따른 운동합병증과 약물치료를 정리하면서 특히 해외 승인 약제의 진입 장벽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국내 파킨슨병 치료의 제도적 한계를 언급했다.

KDMS 정책이사 박정호 교수(순천향의대)는 파킨슨병환자 진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시간 부족을 꼬집으며 새로운 진료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정호 교수는 “파킨슨병은 환자와 보호자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질환인데도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진료실에서는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운동합병증에 대한 약물 조절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운동·비운동증상으로 고생하는 파킨슨병환자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새롭고 다면적인 진료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 번째 강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 김성숙 팀장이 나서 파킨슨병 보험급여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김성숙 팀장은 “요양급여대상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정도, 사회적 편익,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데 파킨슨병은 임상지침과 학회의 의견을 반영해 2018년 총 6개의 작용기전별 약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파킨슨병환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약제들이 더 많이 합리적인 기준하에 사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체계적인 돌봄시스템 구축해야…신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우울증, 치매 등의 치료에 다양한 신기술이 접목되는 추세에 발맞춰 이번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됐다.

KDMS 보험이사 신혜원 교수(중앙의대)는 비침습뇌자극 치료의 보행장애 개선효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신의료기술 등재 등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서 현장 도입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술등재부 장준호 과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김민정 사무관이 의료기술 등재과정과 의료기기 관리체계에 대해 연이어 강의함으로써 파킨슨병 치료에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3부 의료현장-환자 그리고 보호자 그리고 사회’에서는 파킨슨질환 치료가 병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속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첫 강연자로 나선 KMDS 장애평가특임이사 권겸일 교수(순천향의대)는 현행 파킨슨질환 장애진단제도를 소개하며 “파킨슨병은 일반 뇌CT나 뇌MRI에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병변이 눈에 보이는 질환에 비해 객관적인 판단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증상 중증도에 비해 다소 가볍게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KDMS 총무이사 권도영 교수(고려의대)는 파킨슨병환자와 가족을 위한 돌봄서비스에 대해 강연했다. 권도영 교수는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하는 만큼 시기별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특히 다양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것이 운동, 재활, 돌봄체계 구축이라는 점을 확인한 바 우리나라에도 네덜란드의 ‘파킨슨넷(Parkinson Net)같은 성공적인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 강연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서비스팀 김우선 팀장이 맡아 고령화사회 대응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정책연구들을 소개했다. 특히 시대 흐름에 맞게 다양한 센서를 이용한 인공지능 비대면 돌봄사업이 참석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모든 강연 후에는 자유토론이 진행, 참석자들 간 다양한 의견 교류가 이뤄졌다.

먼저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고영호 과장은 ’스마트‘와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최근 대두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파킨슨질환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이에 참석자들은 파킨슨병이 주 증상인 운동증상의 모니터링, 특히 낙상감지에 스마트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것이 현실로 이어지려면 의료기술이 빠르게 현장에 접목될 수 있도록 규제 개혁과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DMS 부회장 백종삼 교수(인제의대)는 “그간 진료현장의 의사와 국가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간담회가 많지 않았는데 오늘 자리가 파킨슨질환 극복과 인식 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소통의 장이 됐다”며 “앞으로 이러한 자리가 더 많아져 현장 의료진은 물론 많은 파킨슨병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고성범 교수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고령화시대 돌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KMDS 역시 이를 위해 항상 소통하고 최선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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