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혈우병치료제 시작으로 다양한 혈장유래의약품 선보일 것”
“A형 혈우병치료제 시작으로 다양한 혈장유래의약품 선보일 것”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1.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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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폴리(Paul LI) CSL베링 아시아태평양 법인 사장
폴리 사장은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새롭게 개발해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회사의 사명이자 미션”이라며 “앱스틸라를 기점으로 아이델비온을 비롯한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폴리 사장은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새롭게 개발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회사의 사명이자 미션”이라며 “앱스틸라를 기점으로 아이델비온을 비롯한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누굴까. 바로 독일의 세균학자 ‘에밀 아돌프 폰 베링(Emil Adolf von Behring)’이다. 베링은 디프테리아 치료를 위한 혈청요법을 연구, 이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베링은 동물에 디프테리아 독소를 주입한 후 생성된 항체를 이용해 항독소혈청을 개발했으며 이 연구는 많은 소아질환의 치료에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특정 세균으로부터 얻어낸 독소에 의해 면역성을 갖게 되는 혈청을 타인의 장기에 주입해 그 세균에 대한 내성을 갖게 하는 혈청치료법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거장에 진입했다.

그는 계속해서 여러 연구를 진행했으며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1901년 ‘CSL베링’을 창업했다. 회사 이름에 ‘베링’이 있는 것 또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선택이다. 이 때문일까. CSL베링은 현재 글로벌 희귀질환 생명공학 기업으로서 혈장유래의약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혈장유래의약품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유전자 재조합 단일클론항체제제까지 진출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도 선보이게 됐습니다.

폴리 CSL베링 아시아태평양 법인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베링이 죽은 지는 오래됐지만 CSL베링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그와 CSL베링의 비전과 개발 중인 치료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CSL은 생소한 기업이다. 기업 소개를 부탁한다.

CSL그룹은 긴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1916년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호주 정부 산하 연구소로 처음 설립됐으며 이후 1991년도에 정부로부터 독립, 민간기업으로 재탄생됐다. 전 세계적으로 약 3만명의 임직원들과 2000여명의 연구진이 존재하며 100여개국 이상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CSL그룹에는 4개의 사업부가 있다. 이 중 CSL베링은 희귀질환과 목숨에 위협이 되는 중증질환에 주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혈장유래의약품을 개발했고 이후 유전자재조합 단일클론항체제까지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전 세계 최초로 ‘B형 혈우병유전자치료제’도 선보였다.

에밀 아돌프 폰 베링(Emil Adolf von Behring)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회사 이름에 ‘베링’을 사용했다.
CSL베링은 에밀 아돌프 폰 베링(Emil Adolf von Behring)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회사 이름에 ‘베링’을 사용했다.

- CSL베링은 어떤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나.

CSL베링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6가지다. 이 중 한국에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혈우병치료제다. 이밖에도 면역질환, 심혈관계질환, 대사질환, 호흡기질환, 신장학, 이식 등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의약품을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다수가 ‘혈장유래제품’이다.

혈장유래제품에 주력하는 이유는 CSL그룹이 전 세계 혈장 수집 네트워크 중에서 최대 규모로 CSL플라즈마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CSL플라즈마는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등을 포함해 다수 국가에 혈장 수집 센터들을 운영 중이다. 또 CSL베링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의 최첨단에 있으며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유전자치료와 sa-mRNA의 연구개발 플랫폼을 포함, 내외부의 혁신적인 소스들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 CSL베링의 한국지사 건립 배경과 혈우병치료제 개발 계기를 알고 싶다.

한국 지사 설립 전에 아시아태평양법인 형성부터 얘기하겠다. 아시아태평양법인은 지역별로 흩어져 있던 별도 법인을 2015년 3월 하나로 합쳐 출범시켰다. 이후 국가별로 하나씩 전략을 수립해 나가며 현재 대만, 싱가포르, 한국 지사 등을 설립했다.

한국 지사 설립 후 고민했던 것이 ‘어떤 제품을 먼저 선보일 것’인가였다. 이때 한국에서 ‘앱스틸라(Afstyla, 성분명 : 로녹토그알파)’가 개발된만큼 한국 시장에 최우선적으로 혈우병치료제를 선보였다. 추후 ‘아이델비온(Idelvion, 성분명 : 알부트리페노나코그알파)’을 비롯해 새로운 제품을 한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 팀에서도 계속 노력하겠다.

- 앱스틸라에 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앱스틸라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개발된 싱글체인(단일 사슬형) A형 혈우병치료제다. 체내에서 혈액응고 8인자와 동일하게 활성화되며 출혈 관리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 실제로 임상연구에 따르면 연간자연출혈빈도(AsBR) 중앙값 0.00을 나타냈다. 즉 앱스틸라는 최근 승인된 제품 중 유사한 횟수로 투약하는 다른 재조합 혈액응고 8인자 제제 못지않은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허가임상연구(AFFNITY)에서의 용량과 실제임상자료의 용량이 35IU/kg으로 현재 국내 보험 가이드라인 용량과 가장 비슷하게 맞춰져 있어 효과와 안전성을 예측하기 수월하다. 국내에는 2020년 1월에 식약처 승인을 받았으며 2021년 6월에는 급여권에 진입했다.

현재 한국에 출시된 혈우병A형치료제 ‘앱스틸라(Afstyla, 성분명 : 로녹토그알파)’
현재 한국에 출시된 A형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Afstyla, 성분명 : 로녹토그알파)’

- 조만간 아이델비온을 출시할 예정이라 들었다.

아이델비온은 혈액응고 9인자에 기능적인 결핍 또는 결함이 나타난 B형 혈우병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적용, 혈액응고 9인자를 혈액 내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에 융합시켜 정맥 내 투여했을 때 장시간 체류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임상연구에서 1회 75 IU/kg 투여로 14일이 넘는 기간 동안 혈액응고 9인자의 활성수치를 5% 이상 높게 유지하고 연간자연출혈빈도(AsBR)는 중앙값 0.00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2주 1회 투여가 가능하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성인 대상으로 3주 1회, 즉 21일 간격 투여요법에 대한 식약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이 된다면 반감기 연장 B형 혈우병치료제 중 가장 투여간격이 긴 장기지속형(EHL)제제가 될 것이다. 단 아이델비온은 2020년 3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보험급여는 적용받지 못한 상태다.

- 앱스틸라와 아이델비온 외에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에 ‘헴제닉스(성분명 :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 출시를 검토 중이다. 헴제닉스는 기존 치료제 시장의 질서를 완전히 뒤바꾸는 ‘디스럽티브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다. 헴제닉스는 유니큐어(uniQure)라는 회사에서 처음에 개발했다. CSL베링이 앱스틸라의 유망성을 알아보고 인수해서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훌륭한 제품을 탄생시켰듯이 헴제닉스도 그러한 과정을 밟아간 것이다. 미국에서는 호프-비(HOPE-B) 임상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1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헴제닉스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1회성 유전자치료제로 1회 주입으로 수년간 혈액응고 9인자 수치를 상승 상태로 유지 가능하다. HOPE-B 임상연구에서 24개월차 환자들은 평균 36.7%의 혈액응고 9인자 활성이 나타났으며 주입 후 7~18개월 사이에 환자의 연간 출혈률(ABR)은 주입 전과 비교해 54% 감소했다. 또 치료받은 환자의 94%가 일상적인 예방요법을 중단할 수 있었다.

- CSL베링은 6개 영역에서 신약을 개발 중인데 향후 한국시장에 선보일 제품들이 궁금하다.

현재 한국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뇌졸중, 심장마비 등)을 겪었던 환자들이 2차 발병을 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제품 임상연구가 완료되면 한국에서도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들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 CSL의 향후 목표는.

CSL베링의 3가지 우선순위는 첫째, 유망한 미래를 위해 사람을 가장 우선에 두는 것이며 둘째,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주도하며 마지막으로 디지털 혁신 이니셔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고 우선순위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태평양법인은 CSL베링에서 상당히 젊은 조직이다. 따라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조직 내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많은 투자를 이뤄나갈 예정이다. 또 올해는 ‘포스트 팬데믹’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었다. 그 위협은 단순 신체적인 위협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줬다. 따라서 직원들과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이밖에도 코로나19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해 감염병 상황이 발생해도 진료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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