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산업은 국민건강과 직결돼 있는 만큼 규제산업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헬스케어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더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원격의료분야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개인정보보호, 신기술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현실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디지털헬스케어를 컨설팅하는포르투갈 리스본 대학연구소 엘린케 마틴스(ph.D Henrique Martins) 교수를 만나 디지털헬스케어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었다.
- 디지털헬스케어 하면 인공지능(AI), 웨어러블 등이 먼저 떠오른다.
국가마다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하지만 WHO, 미국 FDA, 유럽연합(EU) 등의 정의를 취합했을 때 건강관련서비스와 의료IT가 융합된 종합의료서비스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디지털헬스케어에는 ▲무선헬스케어 ▲모바일헬스케어 ▲원격의료 ▲전자의료기록(EMR·EHR) 등의 분야가 있다. 세계 디지털헬스케어시장은 2020년 기준 1520억달러(한화 187조원)로 4330억달러(한화 535조원)에 달하는 반도체시장의 약 35%이다. 이 추세로 계속 성장한다면 2025년에는 5080억달러(한화 627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코로나19로 디지털헬스케어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20세기 이후 의학기술은 급속도로 발달했고 1980년 WHO가 ‘천연두 종식’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인류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상초유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2020~2021년은 디지털헬스케어, 특히 원격의료에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미국은 넓은 국토와 비싼 의료비를, 유럽은 인구고령화와 부족한 의료인력 등을 대체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대안으로 삼았다. 또 최근에는 메타버스를 통해 간호사·예비의료인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인구고령화속도가 빠르고 지역 간 의료격차가 큰 만큼 원격의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 디지털헬스케어를 선도하는 국가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꼽는다. 미국이 탈규제정책으로 애플, 아마존, 구굴 등 유수의 기업들이 마음 놓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떄문일 것이다. 물론 미국은 메타버스, 원격의료, 웨어러블 등 훌륭한 디지털헬스케어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좋은 플랫폼을 가졌다고 해서 시장을 독점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예컨대 독일과 핀란드, 포르투갈은 뛰어난 의무기록플랫폼을 갖고 있다. 영국 역시 바빌론헬스를 통해 AI 기반의 의료데이터분석이 가능한 챗봇을 보유 중이다. 즉 영역만 다를 뿐 해외 여러 국가가 선진적인 디지털헬스케어시스템을 보유 중이다. 특히 EU는 최근 가이드라인에 이어 소속 국가들과 협의, 통일화된 규제를 추진 중인데 성공한다면 모든 국가가 유럽 진출 시 EU의 규제를 따라야 할 수 있다.
- 대한민국의 디지털헬스케어 발전가능성은.
한국에는 뛰어난 디지털헬스케어제품이 많다. 이번 CES 2023에서도 여러 기업이 획기적인 제품들을 선보였다.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좋은 디지털헬스케어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통일성’이다.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상급종합병원이 많이 분포돼 있다. 문제는 이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무전자기록(EMR)이 각양각색이라는 것. 디지털헬스케어는 현재 초기단계다. 따라서 ‘국가-병원-기업-환자’ 등 제도화를 통한 일괄적인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만일 한국의 디지털헬스케어 개발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인해 의료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느낄 것이다.
- 개인정보보호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대안은.
디지털헬스케어에서 사용되는 개인정보는 의료정보인 만큼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모든 국가가 개인에게 개별사전동의를 받고 있는데 최근 빅데이터가 개발되면서 이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다.
대안으로는 ‘비식별화’와 ‘익명화’가 제시되고 있다. 비식별화는 개인과 기업·병원이 서로 열쇠와 자물쇠를 갖고 있는 블록체인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열쇠가 많으면 잊어버리기도 쉽듯이 먼 미래를 봤을 땐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정보의 주체가 ‘소비자’가 돼야 한다. 소비자가 개인의료정보를 보유하고 사용할 때마다 그 기관에 허가를 내주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입장에서도 부담이 줄고 개인 역시 정보의 권한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