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건조한 목·피부 촉촉하게…천문동 효능, 맥문동 못잖네
[한동하의 식의보감] 건조한 목·피부 촉촉하게…천문동 효능, 맥문동 못잖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1.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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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맥문동과 비슷한 이름으로 천문동이 있다. 맥문동은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천문동은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천문동 또한 우리나라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오늘은 천문동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천문동(天門冬)은 맥문동과 마찬가지로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천문동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잘 자란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천문동 뿌리를 들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남부지방이다. <동의보감>에도 ‘우리나라에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만 난다’고 했다.

항간에서는 천문동(天門冬)을 ‘하늘의 문을 여는 겨울을 이겨내는 약초’라는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단지 보이는 대로 해석했을 뿐이다. <본초강목>에는 ‘풀이 무성한 것을 문(虋)이라 하는데, 민간에서는 문(門)이라고 쓴다. 그 풀이 덩굴로 무성하면서 약효는 맥문동(麥門冬)과 같아서 천문동(天門冬)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문동(虋冬) 또는 문동(門冬)에는 맥문동과 천문동이 있고 천문동(天門冬)이란 이름은 단지 맥문동(麥門冬)과 구별되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문동(天門冬)의 ‘천(天)’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옛날에는 천문동을 지문동(地門冬)이나 연문동(筵門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천문동은 맛이 쓰고 달며 성질은 평이하면서 약간 차다. <본초강목>에는 ‘맛은 쓰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달며 독이 없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평이하면서도 크게 차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천문동의 기운은 평이하면서도 찬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초정화>에는 ‘성질이 냉한데도 능히 보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천문동은 성질이 차서 보해 줄 수 있으므로 몸이 허하여 열이 나는 병을 앓고 있는 자는 더욱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천문동이 보(補)하는 효능이 있어도 체질이나 병증에 맞지 않으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천문동은 폐병(肺病)에 요약이다. <본초강목>에는 ‘폐기(肺氣)를 안정시키고 한열(寒熱)을 제거한다. 폐기로 인한 기침, 호흡곤란을 치료하고 폐위(肺痿)와 폐옹(肺癰)으로 인한 농(膿)을 토하는 것과 열(熱)을 제거한다. 기침과 가래를 제거하고 풍열(風熱)과 가슴이 답답한 것을 제거한다’고 했다. 폐위는 폐결핵, 만성기관지염, 폐섬유증 같은 만성 소모성폐질환, 폐옹은 폐농양을 의미한다. 이런 질환에서도 특히 열증에 사용한다고 했다.

천문동은 기침과 천식에 좋다. <의문보감>에는 ‘천식과 해수를 안정시키고 폐위(肺痿)와 폐옹(肺癰)을 치료하니 이것은 건조한 것을 습윤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때 천문동 껍질과 심을 버리고 꿀에 달여서 식후에 복용하는데 햇볕에 말려 가루 내 꿀로 알약을 만들어 복용해도 좋다.

천문동은 가래를 제거하는 효과가 좋다. <본초정화>에는 ‘천문동은 담(痰)을 맑게 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신(腎)은 진액을 주관하는데 진액이 마르게 되면 응결되어 담(痰)이 되므로, 담은 적셔주는 약제를 얻게 되면 변화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담을 치료하는 근본이다’라고 했다. 천문동은 건조한 기관지를 촉촉하게 함으로써 가래 배출을 촉진한다. 마치 물을 많이 마시거나 가습기를 사용해 기관지를 보습해주는 것과 같다.

천문동은 인삼, 황기 등과 궁합이 좋다. <본초정화>에는 ‘쓴맛은 적체된 혈을 배출하여 주고 단맛은 원기를 도와 혈(血)이 망행(妄行)하는 것을 치료하니 이것이 천문동의 효능이다. 폐기(肺氣)를 보호하고 안정시키며, 혈열(血熱)이 폐를 침범하여 기가 위로 치밀며 숨을 헐떡이는 것을 치료하는데, 인삼과 황기를 위주로 가하게 되면 신효가 있다’고 했다. 천문동은 보음(補陰)하면서 인삼과 황기는 보기(補氣)하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는다.

천문동은 팔다리가 저린 증상에 좋다. <본초정화>에는 ‘모든 갑작스런 풍습(風濕)으로 인해 한쪽에 생기는 저린 증상을 치료하고 골수를 강하게 해준다’고 했다. 보통 풍습(風濕)성 관절염은 류마티즘과 같은 관절염을 의미한다. 특히 천문동은 냉(冷)하면서 보음(補陰)하기 때문에 관절이 붓고 열감이 나는 경우 도움이 된다.

천문동은 피부를 촉촉하게 한다. <본초정화>에는 ‘끓여서 먹으면 사람의 살과 몸을 윤택하고 깨끗하게 해준다’고 했다. 천문동은 보음하는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특히 피부가 건조한 경우 다용하면 좋다. 피부의 조증(燥症)을 치료하는 생혈윤부음(生血潤膚飮)이란 유명한 처방이 있는데 이 처방에는 천문동이 군약(君藥)이면서 궁합이 좋은 맥문동 또한 포함돼 있다. 피부에 비듬처럼 인설이 생기고 갈라지고 피가 나는 피부질환에 특효다.

천문동은 조병(燥病)을 치료한다. <의종손익>에는 천문동고(天門冬膏)라고 나오는데 ‘조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천문동(생것)의 심을 제거하고 찧은 후 짜서 즙을 내고 찌꺼기를 제거한 후 사기그릇에 볶아 고약을 만들어 술에 1∼2숟가락씩 먹는다고 했다. 여기에 꿀을 넣고 조리기도 한다. 이때 맥문동을 더해주면 더 좋다. 천문동과 맥문동은 합쳐서 보통 이문(二門) 또는 이문동(二門冬)이라고 부른다.

유명한 보약인 경옥고(瓊玉膏)에는 생지황, 인삼, 복령, 꿀로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천문동이 들어가면 경액고(瓊液膏)라고 한다. ‘액(液)’자가 들어간 것을 보면 진액을 보충하는데 천문동이 그만큼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천문동은 구내염에도 좋다. <약산호고종방촬요>에는 ‘구창(口瘡)이 몇 년이 되어도 낫지 않는 경우에 쓴다. 천문동, 맥문동, 현삼을 같은 비율로 가루 내어서 꿀로 탄환크기 만하게 환을 만든다. 한 알씩 머금고 있으면 효과가 매우 좋다’고 했다. 천문동을 포함한 이 조합에는 구강점막의 면역력을 높이고 소염작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천문동은 얼굴을 하얗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얼굴이 검게 된 것을 희게 하는 방법으로 천문동을 햇볕에 말리고 꿀과 함께 찧어 환약을 만든다. 이것으로 날마다 얼굴을 씻는다’고 했다. 천문동은 외용제로 사용할 경우 피부 미백작용이 있으면서 기미나 주근깨, 기미제거 효과도 있다. 일부에서는 천문동 추출물을 함유한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천문동은 채취해서 한 번 쪄서 껍질과 심지를 제거한 후 햇볕에 말려서 사용하면 좋다. 오랫동안 복용하려면 한 번 삶아서 복용한다. 한 번 찌거나 삶으면 냉기가 약간 줄어 장복할 수 있다. 단 앞서 말했듯이 속이 냉한 경우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생(生) 천문동의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천문동을 하늘의 문을 연다는 식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그 효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열체질이면서 평소 건조함을 많이 느끼거나 신체조직 또는 장부의 건조함이 문제라면 천문동을 복용해보자. 물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촉촉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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