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암의 날] ②알쏭달쏭 암용어…항암제 효능·안전성 알고 싶으면 ‘00’ 확인해야
[세계 암의 날] ②알쏭달쏭 암용어…항암제 효능·안전성 알고 싶으면 ‘00’ 확인해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2.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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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죽음이 공포의 존재인 이유는 바로 ‘고독감’ 때문일 것이다. 인간(人間)이란 단어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사람은 사회적 교류를 통해 삶의 의미를 이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홀로 영원한 잠에 들어가는 행위다. 따라서 모두가 ‘죽음’을 두려워한다. 암은 ‘세포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해 세포가 불완전하게 성숙하고 지나치게 증식하는 현상’을 뜻한다. 문제는 암을 판정받으면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적극적인 치료만 받는다면 죽음이 아닌 삶의 기쁨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에 국제암연맹(UICC)은 매년 2월 4일을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로 제정, 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암으로 고통받는 모든 환자들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헬스경향은 세계 암의 날을 맞아 총 3편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항암제가 개발됐다. 문제는 용어가 어려워 환자와 보호자가 효용성과 안전성에 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항암제가 개발됐다. 문제는 관련 용어가 어려워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제의 효용성과 안전성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족 중 한 명이 암에 걸리면 보호자는 그 암에 대한 박사가 된다. 어떤 약이 더 효과적인지, 급여인지 비급여인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수많은 논문과 자료를 찾아서 공부한다. 하지만 전문용어로 표현돼 있는 만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암환자와 보호자가 중요하게 봐야 할 평가지표 용어에 관해 알아봤다. 

■고형암치료제, ‘무진행생존기간·전체 생존기간’ 중요

고형암 치료에 중요한 것은 ‘수술가능’ 여부다. 하지만 비특이적인 증상을 갖고 있는 암종의 경우 조기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항암요법을 통해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암은 수명연장을 위한 치료를 진행한다.

이때 고형암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주요지표로는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과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등이 있다.

무진행생존기간은 환자가 ‘질병의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으로 특정 약제가 효과를 갖는 기간을 알 수 있다. 특히 무진행생존기간은 종양에 대한 통제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약제의 직접적인 치료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또 무진행생존기간은 단기적인 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수진행에 따른 점진적인 변화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여러 차수에 걸쳐 치료받은 경우 치료결과 확인에 가장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면 전체 생존기간(OS)은 ‘환자가 생존한 기간’으로 한 가지 특정 약제가 아닌 다양한 요소를 포함해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이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기간을 뜻한다. 다만 암 또는 항암치료와 관련 없는 사건, 외상 또는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비교적 생존기간이 긴 암이나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특정 약제의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교차치료, 순차치료, 후속치료 등의 치료방법 및 순서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특정 약제 또는 치료효과의 효용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만일 질병의 경과가 길거나 환자들의 생존율이 새로운 치료법에 의해 개선된 경우에는 전체 생존기간을 확인하기 위해 장기간 축적된 연구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수술 불가능한 혈액암, 중요한 척도는 ‘관해’

혈액암은 특정 장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혈액암 중 하나인 급성 골수성백혈병은 예후에 따라 이식을 통한 완치를 목표로 하거나 일상생활 유지 및 생존기간 연장을 목표로 한다. 특히 골수아세포가 5% 미만인 완전관해(CR, Complete Remission)에 도달하면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관해 유도요법 ▲관해 후 치료요법(공고요법·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진행한다.

따라서 혈액암에서 중요한 것은 ‘관해’다. 따라서 기존의 임상지표보다 약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무사건 생존기간(EFS, Event-Free Survival)과 ▲미세잔존질환(MRD, Minimal Residual Disease)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때 무사건생존기간(EFS)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기간을 의미하며 사망뿐 아니라 재발, 관해 실패 등 모두가 포함된다. 무사건생존기간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만을 보는 전체 생존기간(OS)보다 구체적이고 단일 치료의 효능을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조혈모세포이식 및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급성 골수성백혈병이 재발하거나 관해에 도달하지 못한 후에도 환자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사건생존기간을 통해 치료제의 효능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 2017 가이드라인에도 무사건 생존기간이 전체 생존기간보다 치료 효능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명시돼 있다.

혈액암환자들은 미세잔존질환(MRD)에 관해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급성 골수성백혈병은 치료 후 완전관해(CR)에 도달해도 암세포가 골수 또는 말초혈액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미세잔존질환(MRD)은 완전관해 도달 이후 골수와 말초혈액에 남은 0.01~0.0001% 수준의 암세포를 확인해 깊이 관해에 도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만일 미세잔존질환이 음성이면 재발 및 사망위험이 매우 낮다.

최근에는 다발골수종(MM)에서도 낮은 수준의 암세포 지속 및 재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미세잔존질환(MRD)음성을 평가 지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국제 다발골수종학회(IMWG)는 미세잔존질환 음성 평가를 새로운 반응평가방식으로 도입한 바 있다.

■안전성 궁금하면 ‘리얼월드 근거’ 살필 것

항암제의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데이터로는 ▲무작위임상시험(RCT, Randomized Clinical Trial)과 ▲리얼월드 근거(RWE, Real World Evidence) 등이 있다.

무작위임상시험(RCT)은 선별적인 표본 모집단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엄격히 통제된 이상적인 환경에서 관리된다. 엄격한 통제하에 진행되는 만큼 가장 신뢰도가 높다.

환자군이 무작위로 선정되며 대부분 각 환자군에게 어떤 약제를 투여하는지 환자나 의료진들이 모르도록 하는 맹검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입견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작위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의 효과 및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 전체생존기간, 무사건생존기간 등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환경통제와 모집단 선정 기준으로 인해 모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는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 가령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한 번에 여러 약제들을 복용하기 때문에 해당 환자들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반면 리얼월드근거(RWE)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후향적 연구이기 때문에 제외기준이 거의 없는 모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즉 더욱 광범위하고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리얼월드근거(RWE)에는 임상시험에서 배제된 나이가 많거나 적은 환자 또는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도 모두 포함되고 장기간 데이터가 누적되는 만큼 임상시험(RCT)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약제의 효능을 파악할 때는 임상시험(RCT)과 리얼월드 근거(RWE)를 함께 병행해야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두 가지 데이터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모두 중요하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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