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간호기록업무의 신세계가 열렸다
환자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간호기록업무의 신세계가 열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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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세계 최초 ‘Vobile ENR’ 개발…전 병동 적용
인공지능 음성인식 모바일 간호기록 플랫폼으로 업무효율↑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금일(23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모바일 간호기록 플랫폼 ‘Vobile ENR’을 공개, 현장 시연회를 진행했다. Vobile ENR은 이달 초 전 병동에 적용돼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채혈하겠습니다.”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환자의 바코드를 스캔하니 채혈 메뉴가 자동으로 열린다. 이는 미래병원의 모습이 아니다. 별도의 기록작업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간호기록업무를 하는 세상이 현실에서 펼쳐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의료현장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질병의 진단은 물론,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간호업무에도 스마트한 변화가 일고 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금일(23일) ‘보바일 전자간호기록 언팩(Vobile ENR UNPACKED 2023)’ 행사를 열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모바일 간호기록 플랫폼(이하 Vobile ENR)’을 공개했다.

Vobile ENR은 음성을 의미하는 Voice와 이동 편의성을 나타내는 Mobile, 전자간호기록인 EMR을 합친 합성어로 인공지능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의무기록을 입력, 인증, 저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은평성모병원은 초격차 스마트병원을 목표로 IT기술을 의료현장에 적극 접목,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 한 분야로 2019년 개원 직후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음성인식분야를 활용한 대화형 기록시스템 개발에 매진했다.

특히 은평성모병원은 이러한 시스템이 간호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전자의무기록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지만 간호사는 환자의 세부환경과 현장사항 등 메모할 것들이 많아 기록업무만 해도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

이러한 근무환경은 간호사들의 스트레스뿐 아니라 업무 과중으로 이어져 오히려 기록 입력이 지연되거나 누락되는 사례도 발생하며 환자와의 소통에도 소홀해져 가장 중요한 환자 안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 

은평성모병원 162병동 간호사가 음성으로 환자의 투약내용을 실시간 입력하고 있다.

이에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간호사들이 간호용어에 대한 딥러닝교육을 직접 진행해 음성으로 간호기록을 남길 수 있는 ‘Voice ENR’을 선보였으며 이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2021년 병동 간호환경에 맞춰 이동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 기반의 Voice ENR을 세계 최초로 병동에 적용, 시범운영해왔다.

금일 선보인 Vobile ENR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산물. 초기버전은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 무겁고 큰 기기를 사용해 활용도가 떨어졌고 단순히 음성을 받아 적는 수준에 그쳐 정작 간호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간호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PDA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으나 이 역시 무거운 장비와 각종 소음, 음성 인식의 부정확성으로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간호 내용을 음성으로 기록했더라도 인증과 저장은 반드시 스테이션 PC로 가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Vobile ENR은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해 ▲가볍고 ▲쉽고 ▲빠르고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Vobile ENR을 프로그램을 탑재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기록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수혈 ▲투약 ▲간호메모 ▲채혈 ▲V/S(생체징후) 등 간호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로 항목을 구성,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또 ‘채혈하겠습니다’ ‘투약하겠습니다’ 등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말하고 환자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해당 메뉴로 이동해 기록이 시작된다. 환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기록업무를 할 수 있는 것. 더욱이 이 기록은 스테이션에서 별도로 인증하고 저장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하나로 간호기록업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중환자실이나 야간 등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손으로 터치할 수 있는 퀵메뉴 기능도 삽입, 상황에 따라 터치와 음성명령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은평성모병원 측은 올해 1월 Vobile ENR을 병동에 1차 적용했으며 이달 초 병동 전체로 확산했다. 그 결과 병동에서는 수혈업무 수행 시 환자 확인, 수혈팩 확인, 근무자 교차확인, 생체징후 입력 및 기록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업무 대비 절반까지 줄었고 실시간 인증과 기록 입력으로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최승혜 병원장은 “은평성모병원은 개원 준비단계에서부터 스마트병원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그 산물인 Vobile ENR은 앞으로 최상의 진료와 스마트 의료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은평성모병원 홍은영 간호부원장은 “병동 전체 적용 후 2주가 지난 지금 아직 낯설어하는 간호사들도 있지만 플랫폼 개발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 원내 간호사들이 모두 참여한 만큼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터치나 음성에 익숙한 MZ세대에서 큰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간호사들이 너무 바빠 보여 환자 분들이 궁금한 점도 못 물어볼 때가 많았다고 할 때면 안타까움이 컸는데 이제 환자 옆에서 대화하듯 기록업무를 할 수 있고 환자도 본인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어 소통 강화와 신뢰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 선보인 것이 최종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담아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은평성모병원 최승혜 병원장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쳐 보다 완전한 형태의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간호기록업무에 대한 부담과 시간을 줄여 환자를 위한 간호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은평성모병원은 환자를 중심으로, 환자와 소통하고, 환자를 더욱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최상의 진료환경을 구축해 진정한 스마트병원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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