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복통…혹시 ‘호두까기복통’인지 확인해보세요
원인 모를 복통…혹시 ‘호두까기복통’인지 확인해보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2.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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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정중궁인대증후군 새 명칭 및 감별진단 기준 발표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환자와 의료진이 정중궁인대증후군을 보다 쉽게 인지하고 올바른 진단·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호두까기복통이라는 새 명칭과 함께 감별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정중궁인대증후군. 도무지 어떤 병인지 감이 안 와 환자도, 의료진도 어려웠던 이 질병의 이름이 보다 쉽게 바뀔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커졌다. 국내 의료진이 정중궁인대증후군의 이름을 발병기전에 따라 보다 직관적인 ‘호두까기복통(nutcracker ganglion abdominal pain syndrome)’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학계에 제안했기 때문.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김지은 교수와 건강의학본부 강미라 교수 연구팀(이하 연구팀)은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IF=4.725) 최근호에 정중궁인대증후군의 ‘새 명칭’과 함께 ‘감별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정중궁인대증후군(Median arcuate ligament syndrome, MALS)이란 복부상부의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아치 모양으로 가로지르면서 복강신경절을 누르는 탓에 복통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복강 내 주요 장기가 몰려 있는 탓에 다른 병과 헷갈리기 쉬운 데다 병 자체가 드물어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졌다.

또 원인도 아직 불명확해 환자들은 극심한 복통에 장기간 시달리는데도 통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시행할 수 있지만 뚜렷한 차도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심리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있다.

호두까기복통이 있는 경우(오른쪽) 정상인 왼쪽과 달리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Celiac Trunk)을 가로지르며 복강신경절을 눌러 통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환자들의 어려움은 물론 의료현장의 혼란을 줄이고자 연구팀은 우선 병의 인지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그 첫 번째로 병의 이름을 ‘호두까기복통’이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호두까기복통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감싼 모양이 마치 호두를 누르는 호두까기와 비슷해서다. 또 증상의 특징이 원인불명의 복통이다 보니 이름에 복통을 넣어 환자나 의료진이 병을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호두까기복통을 확진할 표준진단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새 감별진단법도 함께 제시했다.

연구팀은 호두까기복통이 식사나 배변과 관계없이 호흡할 때의 횡격막의 움직임과 자세변화에 따라 통증의 강도가 변한다는 점에 주목해 2016~2018년 원인불명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새 진단기준을 적용, 의심정도에 따라 그룹을 분류했다. 이후 호두까기복통이 매우 의심되는 환자에게 혈관조영CT검사를 시행해 호두까기복통으로 최종 진단함으로써 감별진단법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전향적연구를 진행, 원인불명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호두까기복통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감별진단법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원인질환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 식이나 배변에 관계없이 복통이 있는 경우 등은 호두까기복통을 의심해야 한다”면서 “환자들도 알아야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의사가 알아야 하는 만큼 드문 질환이어도 복통원인이 확실치 않다면 논문에서 제시한 감별진단기준을 참고해 호두까기복통인지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두까기복통으로 확인되면 정중궁인대 위치가 정복될 수 있도록 흉식호흡 메뉴버를 먼저 시도해볼 수 있다. 또 통증의 원인이 신경절 압박이기 때문에 신경통증조절제 투여가 효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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