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장병 악화 유전체마커 첫 발견…예측·진단 가능”
“만성신장병 악화 유전체마커 첫 발견…예측·진단 가능”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2.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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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장내과·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 발표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

간단한 유전체마커검사를 통해 조기에 만성신장병의 악화를 예측·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연구진이 특정 유전자변이가 만성신장병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기관 만성신장병코호트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 진단시스템을 개발한 것.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 공동연구팀은 다기관 만성신장병코호트환자의 임상정보와 유전체DB를 바탕으로 신장병의 악화 및 예후와 관련된 유전체마커를 탐색해 진단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만성신장병(CKD)은 신장기능이 3개월 이상 만성·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질환으로 전 세계 성인의 10% 이상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때 관리와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수년에 걸쳐 신장기능이 서서히 감소되면 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말기신부전에 이를 수 있다.

만성신장병의 신장기능 저하속도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5~10년에 걸쳐 악화된다. 따라서 만성신장병 진행악화 및 투석위험성이 큰 환자군을 조기에 예측하고 진단해 집중관리할 수 있는 진단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성신장병의 발병률이 유전적 요인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을 뿐 어떤 유전적 마커가 만성신장병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시스템이 부재했다.

eGFR 기울기의 유의한 상위 22개 SNP에서 도출된 다중유전위험점수(PRS)가 만성신장병 결과에 미치는 영향.
eGFR 기울기의 유의한 상위 22개 SNP에서 도출된 다중유전위험점수(PRS)가 만성신장병 결과에 미치는 영향.

연구팀은 만성신장병 진행척도로 추정 사구체여과율(이하 eGFR) 감소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국내 다기관 만성신장병코호트(KNOW-CKD)를 통해 만성신장병환자 1738명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연구(GWAS)를 수행했다. GWAS는 질병 등 특정 조건의 유무에 따른 유전체 전반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말한다.

연구결과 eGFR의 연간변화를 나타내는 ‘eGFR 기울기’가 만성신장병환자의 예후와 관련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코호트환자의 임상정보와 유전체 DB를 바탕으로 신장병의 악화 및 예후인자인 eGFR 기울기와 관련된 유전체마커를 탐색했다.

그 결과 두 개의 새로운 유전자좌인 ‘TPPP 및 FAT1-LINC02374’에서 단일염기다형성(SNP)의 특정 변이패턴이 신장병이 빠르게 악화하는 악화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발견한 ‘TPPP 및 FAT1-LINC02374’ 유전자가 만성신장병환자의 예후와 관련된 SNP마커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 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유럽인과 아프리카계로 구성된 만성신부전코호트(CRIC)연구에서 만성신장병환자 2498명을 대상으로 eGFR 기울기와 관련된 P<10-6으로 선택된 SNP에 대한 인종 간 재현성 연구를 진행했다.

또 여러 발현 양적특성 유전자좌(eQTL) 연구, 경로농축분석, 후성유전학적구조의 탐색 및 전사인자 결합부위의 억제예측을 통해 유전자좌의 잠재적인 생물학적 영향을 조사했다.

eQTL 연구를 통해 재현성이 확인된 SNP가 신장기능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의 발현수준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SNP는 유전자발현을 조절하는 인핸서 영역 근처에 위치해 전사인자의 결합을 방해하는데 이 결과는 TPPP 및 FAT1-LINC02374 유전자좌의 변이가 eGFR 기울기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중 독립적으로 유의한 상위 22개 SNP를 사용해 전사인자의 결합을 방해해 eGFR의 감소를 나타내는 다중유전위험점수(PRS)를 도출해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만성신장병환자의 신장기능 급속악화 및 말기신부전으로의 악화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다중유전위험점수(PRS)를 구축해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오국환 교수는 “세계최초로 발견한 이 TPPP 및 FAT1-LINC02374 유전자좌의 SNP마커가 만성신장병환자의 신장병 악화에 대한 예측마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중유전위험점수를 활용하면 만성신장병환자 가운데 신기능이 빠르게 악화할 위험이 큰 환자군을 조기에 예측·선별이 가능해져 적시에 집중적인 관리와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장학분야 학술지인 미국신장학회지 (JASN, IF: 14.978)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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