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추위 느끼는 ‘한랭응집소병’…유일한 대안 ‘수혈’마저도 미봉책
사계절 내내 추위 느끼는 ‘한랭응집소병’…유일한 대안 ‘수혈’마저도 미봉책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3.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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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랭응집소병은 국내에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현재로선 수혈이 유일한 대인이지만 이마저도 따듯한 피를 수혈 해야하는 어려움, 타인의 혈액을 투여받는데 따른 부담, 최근의 혈액부족 사태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한랭응집소병은 국내에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현재로선 수혈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이마저도 따뜻한 피를 수혈해야 하는 어려움, 타인의 혈액을 투여받는 데 따른 부담, 최근의 혈액부족 사태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 몇 년 전부터 몸이 춥고 숨이 차는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의원에서 혈액검사를 진행했는데 혈액이 깨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재검을 요청 받았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지러움과 숨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계절 내내 추위를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명의 위급함을 느끼고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통증의학과 등 여러 과를 방문했으나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64세에 이러한 경험을 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랭응집소병은 환자수가 워낙 적어 질병코드조차 부여되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혈 역시 임시방편입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는 8일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개최한 ‘한랭응집소병(CAD)의 이해’에 참석해 한랭응집소병을 소개하며 극희귀질환에 대한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랭응집소병은(cold agglutinin disease)은 한랭응집소라는 항체가 적혈구 표면과 결합, 면역체계가 건강한 적혈구를 용혈시켜 발생하는 극희귀혈액질환이다.

한랭응집소병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당 기후에 따라 5~20여명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에는 약 1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역시 환자수가 워낙 적어 질병코드가 없는 관계로 예상만 할 뿐이다. 또 질환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진단방랑을 겪고 있다.

■알 수 없는 추위와의 전쟁으로 고통받아

한랭응집소병은 진단율도 문제지만 사망에 이를 수 질환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랭응집소병은 치명적인 빈혈 및 혈전성 합병증을 유발, 진단 후 5년간 사망률이 3배 증가하며 진단 후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친다.

한랭응집소병은 한랭응집소라는 자가 항체가 적혈구에 결합하며 발생한다. 이는 비이상적으로 적혈구가 파괴되는 현상인 ‘용혈’을 촉발한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용혈현상이 지속·반복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빈혈 ▲호흡곤란 ▲혈색소뇨증 등을 일으킨다. 

또 한랭응집소병환자들의 삶은 곧 ‘온도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랭응집소(寒冷凝集素)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자들은 극심한 추위를 경험한다. 따라서 한랭응집소병환자들은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낮은 외부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증상이 악화되며 직장생활은 물론 빨래나 요리, 가벼운 집안일조차 어려울 정도의 피로감으로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 체온보다 조금만 낮은 온도에서도 암환자 수준의 피로 및 신체적·사회적·심리적 고통으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다. 실제로 한랭응집소병환자의 피로감점수(FACIT-Fatigue score)는 32.5점으로 삶의 질을 열악하게 만드며 이는 진행성 암환자의 피로감 점수 28~39점과 유사하다.

■질환인지도도 낮지만 치료옵션도 없는 상황

한랭응집소병은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다. 1999년에서 2013년 덴마크 국립 환자 등록부에 등록된 인구를 대상으로 한랭응집소병에 진단된 환자군과 비 한랭응집소병 진단인구의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1년 및 5년 사망률은 각각 17%와 39%로 비교군의 3%와 18%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또 한랭응집소병환자의 사망위험평가를 위한 민감도 분석 시 진단 후 첫 5년간 사망률은 3배 높게 나타났으며 한랭응집소병환자의 평균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쳤다.

이밖에도 한랭응집소병환자의 혈전 발병률은 1000명당 30.4명으로 비 한랭응집소병 인구의 1000명당 18.6명 대비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혈전색전증은 1년 사망률이 20%에 달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미국에서는 환자 3명 중 1명에게 1개 이상의 혈전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또 많은 한랭응집소병환자들이 관절통, 두통 등의 통증을 경험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을 저해하는 주요한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한랭응집소병환자의 다수가 우울과 불안증세를 겪으며 이는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한랭응집소병에 진단돼도 국내에 허가된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 한랭응집소병은 국내 허가된 치료법이 없다. 따라서 환자들은 한랭응집소병 치료에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허가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또 중증빈혈을 동반한 한랭응집소병환자 중 절반 가량은 증상완화 및 생존을 위해 임시방편인 수혈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따뜻한 피를 수혈해야 하는 어려움, 타인의 혈액을 투여받는 데 따른 부담, 최근의 혈액부족 사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한랭응집소병은 질병코드가 없기 때문에 현대 용혈성빈혈로 코드를 만들어 치료받고 있는 현실이다.

장준호 교수는 “일반전익 혈전색전증은 항응고제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한랭응집소병은 적혈구, 모체, 응고시스템 등의 문제로 인해 조절이 어렵다”며 “가장 큰 문제는 질환 인지도로 인한 진단율이 낮아 치료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빈혈이 반복된다면 재빨리 상급종합병원에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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